공짜 집 주고 일은 주4일하는 서울 한복판 '꿈의 회사'
국내 여행사 여행박사가 8월부터 격주 4일제 근무를 시범 실시한다. 여행업계 최초다.
각 부서별로 1·3주에 쉬는 인원과 2·4주에 쉬는 인원을 나눈 뒤 해당 주에는 금요일부터 쉬기로 했다. 업무 시간은 줄지만 임금은 전과 같다. 황주영(49) 대표는 사내 인트라넷에서 "주 4일제 근무는 일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이라고 주 4일제 근무 도입 취지를 밝혔다.
2010년 문을 연 여행박사는 2016년 기준 연매출액 293억원을 내는 중소기업이다. 여행업에서 주4일 근무는 쉽지 않다. 수시로 고객 문의 전화를 응대하고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전화 응대를 해야하는 부서에서는 당직자가 토요일 오후 1~2시까지 근무한다. 이 경우 주말수당을 받거나 원하는 요일에 대체 휴가를 쓸 수 있는데, 대부분 직원들이 대체 휴가를 쓴다. 일요일에는 고객 응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10월까지 시범 근무를 한 뒤 내년부터 주 4일 근무가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신혜 마케팅팀 대리는 "3개월은 문제점을 알아내고 보완하기 위한 기간"이라며 "자칫 고객 응대가 미흡해질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행박사는 이전부터 독특한 기업문화와 각종 복지제도로 '꿈의 직장'이라 불렸다. 대표를 포함해 팀장급 이상 임원은 모두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다. 투표율이 80%이상인 경우에만 임원이 될 수 있다. 2013년에는 신창연 전 대표가 79.2% 득표율을 얻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는 지금 여행박사 창업주이자 이사로 남아있다.
2012년부터 영업이익이 나는 해마다 가족 동반 1인 전 직원이 함께 해외 워크숍을 간다. 이때 드는 비용은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 넘게 걸리는 직원은 공과금만 내고 사택에서 살 수 있다. 직원의 건강을 생각하는 복지제도를 강조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골프∙마라톤∙풋살 등을 하는 직원에게 한 번 나갈 때마다 1인당 3만원씩 지원한다. 또 특정 기록을 깨면 파격적인 포상금을 준다.
복지제도는 매년 진화한다. 직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건 없애고 필요한 건 새로 만든다. 이를 위해 연초 복지제도를 수정할 프로젝트(TF)팀을 운영한다. 또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들어온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성형수술∙라식∙라섹 수술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선거하면 보너스를 주는 이벤트로도 유명하다. 2010년부터 대통령 선거나 재보선 선거에서 전직원이 투표를 한 뒤 인증하면 직원 1인당 50만원씩 주고 있다. 이번 19대 대선때도 전직원 330명이 투표해 5월 급여날 보너스를 함께 받았다. 회사가 보너스로 준 액수는 총 1억 6000만원이다. 서신혜 대리는 "대기업처럼 높은 임금과 보너스를 줄 순 없어도 직원이 지속적으로 일하기 행복한 회사를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주 4일 근무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판사 김영사, 화장품 제조기업 에네스티 등 일부 중소기업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째 전직원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는 에네스티는 업무 효율이 오르면서 회사 매출도 성장했다. 2013년 매출은 60억원 2016년 매출은 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여행박사는 정기공채가 없고 부서별로 부족한 인원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인력을 뽑고 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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