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년만에 117억 몰린 한국 회사의 아이디어

조회수 2020. 9. 18.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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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횟수 높을수록
합격 확률도 높다

기업-지원자 연결 플랫폼 '원티드랩'

채용 성공시 추천인·지원자에 보상금 지급

일본 진출‥싱가포르·홍콩 등 목표


"채용 시장의 가장 큰 무기는 소셜네트워크(SNS)와 보상 체계다."


지인 추천 기반 채용 플랫폼 '원티드'를 운영하는 이복기(38) 원티드랩 대표의 말이다. 2015년 창업·런칭한 원티드는 채용 플랫폼이다. 콘셉트는 간단하다. '기업이 원티드에 올린 채용 공고를 보고 SNS로 지인에게 추천해준다. 실명으로 추천서를 써 준다. 해당 공고와 지원자가 왜 잘 맞는지 구체적으로 써서 원티드 사이트에 올려 기업이 볼 수 있게 한다.


 추천 받아 최종 합격하면 추천인과 지원자 모두에게 보상금 10만~500만원을 준다.' 일반인이 이력서를 등록해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원티드블랙이라는 내부 서비스와 제휴한 헤드헌터 200명이 각자 추천할 수도 있다. 


원티드는 채용 공고를 보여주는 취업포털사이트이자 네트워킹을 활용해 경력자를 추천하는 헤드헌터를 중개하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출처: 원티드랩 제공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세상에 내가 해결할 문제가 3개쯤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말고 먼저 사람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창업가에게는 하루에도 몇개씩 해결할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원티드 이용자는 누구나 헤드헌터 역할을 할 수 있고 추천인과 합격자 모두에게 보상금을 주는 게 특징이다. 수익은 채용하는 기업이 내는 수수료. 합격하면 연봉의 10~20% 정도를 일회성으로 받는다.


창업 2년 만에 원티드에 공고를 내는 기업은 배달의민족, 카카오, SK텔레콤 등 1100개가 넘는다. 원티드랩에 올라온 채용 공고는 한달에 12만번 공유된다.


창업 초기 17억원을 투자 받았고, 지난 6월 한국·일본 기관투자자로부터 100억원을 더 받았다. 회사는 "매출 규모와 채용 건수는 투자자와 관계 등을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일 잘하는 직원이나 믿을 만한 업계 사람이 추천한 사람이 제일 괜찮다는 인사담당자의 말에서 확신을 얻었다"라며 "보상을 하기 때문에 채용 공고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추천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원티드 화면. 회원가입 후 채용 공고에서 추천하기를 누르면 지인에게 소셜네트워크(SNS)로 공고를 보낼 수 있다. 해당 링크로 들어오면 누가 추천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 창업 전 실패‥중요한 걸 찾는 과정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5년 간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에서 일했다. "세상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다음 퇴사했다. 원티드를 만들기까지 2번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처음 도전한 분야는 '집단 소송'. 전국에 흩어진 소송 당사자를 모으는 플랫폼이었다. 지인인 변호사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만들었다. 사람은 제법 모였다. "법률가가 아니다보니 소송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재판은 대부분 2~3년이 걸려 사람을 모은 이후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잘 아는 분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여행 프로그램 판매'였다. 여행을 좋아했기에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친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다. 엔지니어는 없어 외부에 개발을 맡겼다. 한국에 온 관광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만 모은 사이트를 만들었다. 한복입고 사진찍기, 수묵화 그리기, 공예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품 팔아 가져왔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가격 경쟁력이 없었다. 문의가 들어와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필수로 사야하는 숙박이나 항공권에 비해 체험 프로그램은 쉽게 팔리는 아이템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업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던 거죠."


두 번 실패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까먹었지만 깨달음도 얻었다. ①절대 거창하게 시작하지 마라. 서비스나 제품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팔아도 팔린다. 무통장 입금만 된다고 해도 누군가는 산다. ②아이템보다는 사람을 우선 모아야 한다.


다음 사업 아이템 없이 사람부터 찾았다. 그는 앞선 창업에선 사람을 못 구해 코딩, 디자인을 밤새워 독학한 적도 있다. 결과는 신통찮았다. "나처럼 창업을 하려는데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아 답답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서로 부족한 역량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출처: 원티드랩 제공
원티드랩 직원들. 왼쪽 사진 중 뒷줄 가장 왼쪽이 황리건 이사다.

◇ 아이템 배틀‥100개 중 골라내는 기준


주변에 수소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NHN 출신 엔지니어 황리건씨(현 원티드랩 이사)를 소개받았다. 그는 "사업에 필요한 건 아이디어 5%, 함께 일하는 사람 45%, 운이 50%"라며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합류해 4명이 공동창업했다. 모두 회사를 다니거나 창업을 했거나 준비해 본 경험이 있었다.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다.


2개월 동안 '아이템 배틀'을 했다. 100여개 아이디어를 토너먼트식으로 가려냈다. 기준을 세웠다. ①잘 할 수 있는 걸 하자 ②세상에 큰 임팩트를 주자(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자) ③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을 찾자.


한류 열풍에 맞춰 아이돌 관련 아이템이 나왔지만 4명 중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육아 관련 아이템도 사회적 의미가 있지만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우연히 사내추천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경력직 사원을 내부 직원이 추천하는 제도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흔한 채용 방식이었다. 황리건 이사가 내부 추천으로 이직한 경험도 있었다. 세 가지 기준에도 딱 맞았다.


"인재 매칭은 사람과 기업이 모두 원하는 서비스입니다. 일자리를 찾는데 두 달이 걸린다고 했을 때 그 중 10일만 줄여도 지원자의 에너지, 기업의 비용, 정부에서 주는 실업수당 등이 크게 줄어듭니다. 사람과 기업이 있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원티드는 처음에 앱이나 웹 대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인을 수소문해 100명을 모은 게 시작이었다.

◇ 작게 시작하더라도 콘셉트를 먼저 증명하라


서비스를 만들 기 전 자료 조사를 했다. 비슷한 콘셉트로 시작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타깃 고객 설정이 안됐거나 비용 설정이 잘못된 게 이유였다. "인재 매칭은 B2B이자 B2C 사업입니다. 좋은 기업과 지원자, 추천자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합니다. 일단 인맥을 동원해 영업하고 사람을 모았습니다. 창업자 모두 사회 생활을 해본 덕을 봤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100명을 모았다. 기업에 그 명단을 보여주고 "이런 인재가 누군가를 추천하거나 직접 지원한다면 우리 사이트에 공고를 내겠냐"라고 물었다. 기업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콘셉트를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때 보육 공간과 시드머니를 투자받았습니다. 4개월 뒤에 투자자로부터 17억원을 받았습니다."


가까운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대기업까지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영업 1명, 엔지니어 2명, 디자이너 1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명으로 직원이 늘었다. 

출처: 원티드랩 제공
원티드랩은 온라인 채용 플랫폼 외에도 대학교 잡페어, HR 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자꾸 지원할수록 기회 많아져


2년 간 채용 데이터가 6만건 이상 쌓였다. 몇 가지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지인이 추천했을 때 합격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원티드랩에 올라온 구인공고 기준으로 합격률은 일반 지원자 2%, 헤드헌터(원티드블랙 제휴)가 추천하면 9~10%, 원티드랩을 이용하는 일반인이 지인 추천을 했을 경우 25%였다고 한다. 헤드헌터는 전문가이지만 직무나 업종에 따라 인재풀이 한계가 있다. 반면 일반인은 딱 맞는 지원자가 있는 공고만 추천하기 때문에 합격률이 높게 나왔다.


원티드랩엔 주로 경력직 채용 공고가 올라 온다. 물론 학력, 경력을 보지 않고 열정과 능력만 본다는 스타트업 채용 공고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추천 제도를 이용하려면 아무래도 경력이 필요하다.


"지인 추천이 효과있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추천 자체를 아무에게나 하지 않고 공고와 잘 맞는 사람에게 하게 됩니다. 타깃팅이 된 거죠. 기업 입장에서도 추천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 경우 신뢰를 하게 됩니다."


지원을 많이 할수록 합격률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직하려는 사람이 한 번 지원해서 최종 합격할 확률은 1.3%였습니다. 5번 지원하면 7%대로 올라갑니다. 한 번이라도 더 지원하면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떨어지는 게 싫어서 일부러 지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비참한 건 나와 맞지 않는 일을 계속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족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이랑 맞지 않는 것 뿐이니 적극적으로 행동하길 추천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자동 추천 서비스를 내놨다. 기업이 낸 채용공고를 보고 인공지능(AI)이 적절한 사람을 추천해준다. AI가 이력·직군·직무·경력 등을 분석해 원티드에 이력서를 등록한 회원 중 적합한 사람을 골라낸다. 20명까지 무료로 보여주고 이후 한 명당 5000원 정도를 받는다.


원티드랩은 지난 4월 일본에 진출해 50개 기업을 유치했다. 현재 완전 고용에 가까운 일본은 채용 공고보다 지원자를 구하기 더 어렵다고 한다.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이 장기적 목표다. 현재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만 신입·파트타임·프로젝트 등 각 유형별 채용도 도전할 계획이다. 인사(HR) 업무 관련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 연관 사업으로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람과 기업을 매칭하는 일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누구 일 잘하는 사람 없냐'라고 여기 저기 묻고 추천을 받는 겁니다. 저희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줄이고 싶습니다. 사업 자체로도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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