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워킹맘이 하루 3시간 자고 의대 도전하는 이유

조회수 2020. 9. 18.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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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MC, 안 어울리나요?

MC 활동하며 의사 꿈꾸는 안은총씨

한국 돌아와 의전원 준비하며 MC 활동 시작

학업·MC에 더해 육아까지 책임지는 '슈퍼맘'


의사와 MC. 하나만 해도 버거운 일을 동시에 해보겠다는 이가 있다. 국제 세미나와 행사에서 영어 MC로 활동 중인 안은총(28)씨다. 안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미국 리버티 유니버시티 의예과(Premedical·생물학 복수전공)를 거쳐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안씨는 전문 MC로 일하며 8월 치러지는 국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시험(MEET)을 준비하고 있다.


잡앤(JOB&)과 만난 안씨는 “노인성 치매, 정신 질환 분야 의사가 목표”라며 “의사로, MC로 동시에 뛰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안은총씨

◇미국 의대 진학 후, 한국으로 유턴


안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넒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셀러스빌(SELLERSVILL)의 사립 고등학교를 다녔다.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 힘들었다. 학교 친구들에게 손수 김밥을 싸서 돌릴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학교 생활에 적응했다. 학창시절 치어리더, 배구부, 축구부, 합창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전교 7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버지니아에 있는 리버티 유니버시티(Liberty University) 의예과에 들어갔다. 

출처: 안은총씨 제공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안은총씨

“태어났을 때, 심장 수술을 했어요. 수술해도 ‘정상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죠. 하지만 수술이 아주 잘돼서 기적처럼 완치됐어요. 어려서부터 ‘의사가 돼서 아픈 사람들을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학부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시민권자가 아니면 입학에 불리한 점이 많았다. 고심 끝에 미국 대학을 중퇴하고, 2011년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에 입학했다.


글로벌의과학과는 복수학위제도를 통해 국제의과대학인 AUA(American University of Antigua)의과대학의 본과과정에 무시험 연계진학되는 학과다. 졸업 후 기초의과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제의학대학 의학사를 취득함으로써 국내와 해외에서 2개의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 소개)

미국 리버티 유니버시티 의대를 거쳐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에 재학중인 안은총씨

◇대학에서 발견한 새로운 꿈


성신여대에 입학하면서 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외국 VIP 의전, 학교 견학 인솔 등을 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분하게 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수천 명의 관중이 모인 행사 무대에 설 기회가 잇달아 생겼다.


진행하면 할수록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행 이력 등을 소개한 자료를 만들어 행사 공고가 올라오면 주최 측에 보냈다. 대부분 의학·제약 관련 세미나, 병원 행사였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꼈다.


학업과 MC 활동을 병행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하나만 열심히 해도 힘든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부담이 컸다. 주변에서도 “차라리 전문 MC나 아나운서 쪽으로 나가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의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출처: 안은총씨 제공
행사를 진행하는 안은총씨의 모습

방황 끝에 2학년을 마치고 결혼과 함께 휴학을 했다. 곧 출산을 했고, 육아가 시작됐다. 아이를 한 명 더 낳으면서 3년간 휴학을 했다. MC 섭외가 휴학 이후에도 꾸준히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육아에 전념한 것도 있었지만, MC로 나가야 할지 계속 공부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시기였어요.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걸 포기해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못잡겠더라고요. 그래서 휴학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안씨는 2016년 3월 복학하면서 마음을 정했다. MC도 의사도 모두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의사가 될 수도 있는 기회를 접고, 국내 의전원 진학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정을 꾸려 두 아이의 엄마가 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의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MC 활동을 하는 것이 제 생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분명했고요. MC를 맡는 행사도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 최대한 맞춘다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학업에도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가 된 후의 제 꿈은 해외 의료진과 교류하며 노인성 치매와 정신 질환 분야 연구를 활발히 하는 것입니다. 국제 학술 세미나 등에서 훗날 발표나 진행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텐데, MC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안은총씨

◇학업·MC·육아, 세 마리 토끼 잡기


복학 후 학업·MC·육아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 9시 전 학교에 갔다.


이후 수업이 끝나면 오후 8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안씨가 밤까지 공부하는 동안 친정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줬다. 공부를 마치고 아이들을 데려와 재우고, 다시 공부를 했다. 새벽 2~3시까지 책상 앞을 지켰다.


한 달 평균 2~3회는 영어로 진행하는 행사나 의학·제약 관련 세미나에 나가서 MC를 봤다. 힘들지만 행복했다. 행사는 건당 60만~70만원 정도를 받는다. 메이크업, 의상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업과 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이 행사 진행을 통해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름방학인 요즘 안씨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8월에 있는 MEET 시험을 준비중이다. 수험 생활 중에도 MC 활동을 틈틈이 하고 있다.

출처: 안은총씨 제공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안은총씨

“주변에서 ‘하나라도 확실히 하라’고 쓴소리하시는 분도 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아요. 육아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방황하며 저도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고요. 얻은 답은 ‘둘 다 해보자’였어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시간을 아껴 쓰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MC, 두 영역에서 모두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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