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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하나로 물속 틈새시장 노려 월매출 3000만원

조회수 2020. 9. 18.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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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거스르는 몽환적 물 속 세상
직접 찍어보세요

방송·영화계 아우르는 20년 경력 수중촬영 베테랑

일반 사진작가도 수중촬영 쉽게 하는 시대 열려

수중 웨딩화보·개인 프로필 찍는 일반인 늘어나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4명의 다이버가 신부를 도와 찬찬히 수심 4m까지 내려갔다. “오케이, 자 시작합시다.” 물 밖이 아닌 물속에 설치된 스피커로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신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조심스럽게 호흡기를 뗐다. 신부가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가 펄럭이며 마치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일반 스튜디오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중 스튜디오다.


◇제대로 된 수중 스튜디오 없는 게 아쉬워 직접 짓기로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박윤철 수작코리아 대표는 20년 동안 활동한 수중촬영 베테랑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수작코리아의 수중 스튜디오는 2016년 4월에 완공됐다. 박윤철(56) 수작코리아 대표는 20년간 활동한 수중촬영 베테랑. 국내에 제대로 된 수중 스튜디오 하나 없다는 게 아쉬워서 직접 스튜디오를 지었다고 한다.


-수중촬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1980년대만 해도 사진 찍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굶어 죽겠다’ 소리와 같다고들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사진에 관심은 많았지만 업으로 삼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반 회사에 들어가 영업 일을 했다. 하지만 전혀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32살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종로에 유명하다고 알려진 사진학원을 다녔다. 당시엔 그곳이 사진작가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1년 반 정도 학원을 다니다가 회사 다닐 때 모아둔 돈으로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런데 막상 사진작가 일을 시작하고 보니 남들 다 하는 방식으론 찍고 싶지가 않았다. 고향이 부산이라서 바다에 익숙해서 그런지 물속을 찍는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수중촬영을 시작했다.”


-여기 스튜디오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중 스튜디오라고 하던데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수작코리아 수중 스튜디오 조감도(왼쪽). 수중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한창이다(오른쪽).

“맞다. 가로 15m, 세로 9m이고 수심은 4m와 7m로 나누어져 있다. 한편에 호흡 기법과 잠수 등을 훈련할 수 있도록 1.2m 수심의 연습 공간도 마련해 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중촬영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에는 포천이나 대전 쪽에서 찍었다.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5m 다이빙풀을 빌려서 출장 촬영을 간 거다. 그런 대규모 촬영이 아닌 경우에는 작은 풀장이 달린 펜션을 빌려서 촬영했다. 수심이 얕다 보니 연출할 수 있는 포즈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20년 수중촬영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수중 스튜디오 시설 문제였다. 6년간 준비한 끝에 2016년 4월 수작코리아 수중 스튜디오를 완공했다.”


-수심만 확보되면 수중촬영은 쉬워지나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수작코리아 수중 스튜디오에는 물 밖에서 물속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디렉터 룸'이 마련돼 있다.

“당연히 여러 설비를 갖춰야 한다. 수중촬영은 육지 촬영보다 촬영 시간이 길다. 직접 말로 소통하지 못하니까 잘못된 부분이 생겨도 바로바로 수정하기 어렵다. 미리 약속한 수화가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번에 스튜디오를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디렉터 룸’이다. 촬영 감독은 통유리 창을 거쳐 수중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촬영 감독이 직접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리다. 디렉터 룸에 설치한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물속에 설치한 스피커가 울린다. 촬영 감독의 지시를 물 밖에서 안으로 바로 전달할 수 있다.


카메라 기기 자체는 물속에 설치하더라도 렌즈 조리개 설정 등 카메라 세팅은 물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사진기와 연동돼 있는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기기를 만지지 않아도 자동 조절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육상 스튜디오에서도 이런 기술을 활용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소통이 더 어렵고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중촬영에서 더 활용도가 높다. 물속에 카메라 담당 스텝이 한 명 들어가긴 한다. 주로 앵글을 새로 잡아주거나 화이트 밸런스를 맞춘다.”


◇‘정글의 법칙’ ‘구르미 그린 달빛’ ‘군함도’ 모두 그의 손 거쳐


화보 촬영만 하는 게 아니다. 텔레비전이나 스크린에 나오는 웬만한 수중촬영은 모두 박 대표를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미씽나인’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의 수중촬영을 맡았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군함도’와 최민식이 열연했던 영화 ‘명량’에 나오는 수중 신(scene)도 모두 박 대표가 직접 촬영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을 5년 동안 맡아온 덕분에 개그맨 김병만과는 각별한 사이다.


-수중촬영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연예인은 누구인가

출처: 개그맨 김병만 인스타그램 캡처
박윤철 대표는 가장 인상적인 연예인으로 개그맨 김병만씨를 꼽았다.

“개그맨 김병만씨를 꼽고 싶다. ‘정글의 법칙’ 통해서 5년이나 함께 촬영했다. 김병만씨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쉬지 않고 노력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될 때까지 하는 근성에 놀랐다.

근래에 만나본 연기자 중에는 박보검씨가 인상적이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란 드라마 촬영에서 만났다. 다이빙을 해서 물속으로 들어가 여자 주인공을 건져 올라오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촬영 특성상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찍긴 했지만, 박보검씨가 NG를 낸 건 없었다. 드라마 스텝들이 하나같이 ‘박보검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큰데, 수중 연기까지 잘한다며 칭찬하는 소리였다. 오랫동안 수중촬영을 해왔지만 도포를 입고 그렇게 한 번에 다이빙을 잘 해내는 배우는 손에 꼽는다.”

출처: KBS '구르미 그린 달빛'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의 수중 신(scene)은 수작 코리아 수중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이다.

-수중촬영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가 있나


“드라마나 영화는 주어진 콘티대로 찍으니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예능은 다르다. ‘런닝맨’이나 ‘주먹쥐고 뱃고동’ 같은 예능에서도 수중촬영이 많다. 어느 정도 동선은 정해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 물속에 들어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글의 법칙’만 해도 배가 고프면 출연진들이 밤중에라도 먹을 것을 찾아 물로 뛰어든다. 출연자들은 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오면 그만이지만, 촬영하는 입장에선 출연진의 앞·옆·뒤·물속 모습을 모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드라마·영화 업계 수중촬영은 항상 수요가 많나


“아니다, 유행을 탄다. 어떤 드라마에서 수중 신이 방영될 때 시청률이 올랐다는 기사 하나가 나오기만 해도 드라마 작가들이 수중 신을 적극적으로 시나리오에 반영한다. 지난해에는 여기 스튜디오가 오픈도 하기 전에 촬영 예약 전화가 계속 왔다. 대관료는 10시간 기준으로 300만원 수준이다. 촬영 비용은 어느 카메라 기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100만원~350만원을 받는다. 계산해보니까 지난해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더라.


그런데 올해는 촬영 예약이 뜸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 쪽에 투입되던 중국 자본이 줄었다. 수중촬영은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비용으로도 찍어도 육상 촬영보다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수중촬영이 돈이 더 많이 든다고 느낀다. 제작비가 적으면 연기자가 물속에 빠지는 신은 찍어도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신은 빼버린다. 그나마 수중촬영을 꾸준히 해왔던 지상파도 요즘은 몸을 사리는 편이다. 방송 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던 수중화보, 일반인이 탐하다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지난 4월 개그맨 박수홍씨와 윤정수씨가 '우정' 콘셉트로 수중화보에 도전했다.

이전에는 연예인만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수중촬영이 대중화될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전망이다. 지난 4월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서 개그맨 박수홍과 윤정수가 수중화보에 도전하는 모습이 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작코리아 수중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는 것이 알려진 뒤 하루에만 30-40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지난 4월 개그맨 박수홍씨와 윤정수씨가 '우정' 콘셉트로 수중화보에 도전했다.

-일반인들도 수중화보 촬영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던데


“2030 세대 중심으로 수중 웨딩촬영 문의가 가장 많고, 개인 프로필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수중화보에 도전하는 분들의 수는 문의 전화 오는 것의 3분의 1 정도다. 하지만 매달 10여 건씩은 촬영했다.


웨딩촬영 비용은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모두 포함해서 앨범 사진 20장 기준 300만원이다. 개인 프로필은 A컷 두 장 기준 50만원이다. 화보 콘셉트는 고객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소품도 원하는 대로 가져다가 연출할 수 있다.

처음 스튜디오를 지을 땐 중국 쪽에서도 문의가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신선’ ‘선녀’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한다. 수중 웨딩촬영이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보니 관심을 보인 거다. 사드 문제가 해결돼야 그쪽과도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수영을 잘 못해도 수중화보 촬영이 가능한가

출처: 수작코리아 제공
수중 웨딩화보.

“물론 수영을 할 줄 알면 도움은 된다. 물을 덜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수영을 못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다. 수중화보 촬영은 실질적으로 ‘잠수’를 하는 것이지, 수영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호흡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촬영 전에 1-2시간 정도 예행연습을 한다. 1.2m 수심의 연습장에서 호흡기를 떼고 다시 무는 법, 눈 뜨는 법 등을 훈련한다. 모델들은 중성부력(부력과 중력의 힘이 동일한 상태로 물에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음) 상태를 유지하면서 촬영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것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라서 호흡 훈련을 중점으로 촬영 예행연습을 한다.


촬영은 시작부터 끝까지 3-4시간 정도 걸린다. 한 명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 스텝과 조명 스텝 각각 한 명, 안전 스텝 두 명 총 4명을 투입한다. 한 사람당 11L 짜리 공기통 하나씩을 메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이중 산소량은 2.3L 정도다.


사람에 따라서 호흡하는 양이 다르지만, 대체로 공기통 한 개를 가지고 내려가면 1시간~1시간 30분 정도를 버틴다. 당연히 중간중간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자연 호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익숙지 않은 촬영을 하지만 사진 결과물에 대해선 다들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을 탔다. 결혼한 지 7년 차인 부부가 웨딩 사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중 웨딩화보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대학교수 부부가 리마인드 웨딩을 한다며 찾아오기도 했다.”


◇후학도 양성하고 수중촬영 대중화 위해 힘써


박 대표는 스튜디오 인근에 위치한 중부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었다. 후학 양성을 통해 수중촬영 대중화를 이루고 싶다는 그의 비전 때문이다.


-중부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었다고 하던데


“지난해 4월 스튜디오를 열면서 중부대 사진영상학과·문화예술교육원과 산학협력을 맺었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중부대 사진영상학과 1·2·3학년 학생 각각 두 명씩이 스튜디오로 출근한다. 무료로 스킨스쿠버도 배우고 실제 촬영도 한다.


앞으로는 육상 촬영과 수중촬영 전문가 영역이 모호해질 것이다. 우리 스튜디오처럼 ‘디렉터 룸’이 갖춰진 스튜디오가 늘면 늘수록 물 밖에서도 물속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육상 촬영과 수중촬영은 서로 다른 점을 갖고 있다.


빛의 굴절, 산란, 흡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수중촬영은 경험이 중요하다. 장차 사진작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수중촬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

박 대표는 사진을 시작하던 때로 다시 돌아가도 육상이 아닌 수중촬영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환경, 그 물속이 좋다. 수중 촬영만이 줄 수 있는 몽환적인 신비함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수중화보의 매력을 깨닫고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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