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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00만원 대신 30만원짜리 일 10개 하는 방법

조회수 2020. 9. 18.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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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이틀 일하고 30만원 버는 일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노동 가치관이 바뀐다
2000년대 일본 청년 성공 대신 행복 찾아
당시 일본과 현재 한국 비슷‥참고할만
지출 줄이고 자급 전제 '비현실적' 비판도

"요즘은 특정 직장·직업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규정할 수 있는 일'을 찾는게 트렌드입니다. 월급 300만원짜리 1가지 직업 대신 30만원짜리 일 10개를 하는 세상이 된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건국대 교수가 지난 6월 jobsN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현 교수 인터뷰 보러가기) 그는 2012년 나온 일본책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를 인용했다. 같은 해 한국에도 번역서가 나왔지만 현재는 절판됐다.


이 책은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4개월 후 출간됐다. 지은이는 니혼대학교 교수이자 유명 발명가인 후지무라 야스유키. 40여년간 발명품 1000개를 만들어 과학기술청 장관상을 받은 그는 "3만엔 비즈니스는 내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DB·비전력공방 홈페이지
3만엔 비즈니스를 만든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 그가 일본 도쿄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나스에서 운영하는 '비전력공방'의 모습. 그는 천식을 앓는 아들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후 창업해 40년간 전기를 적게 쓰는 제품을 개발해왔다. 야스유키씨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게 했다.

'3만엔 비즈니스'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한 달에 이틀 일하고 3만엔(약 30만원) 벌자. 이런 일을 2~3개 하고 남은 날은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보내자.' 한 달에 20일 일하고 월급 300만원을 버는 대신 적게 일해 필요한 돈만 벌면서 여가 시간을 갖자는 의미다.


그는 물건을 사러 갈 시간이나 체력이 안되는 '쇼핑난민'을 위한 주1회 장보기 대행 비즈니스,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해먹을 수 있는 '핸드 커피 로스팅' 비즈니스, 닭 30마리 정도를 방목해 얻은 달걀을 파는 비즈니스, 친환경 소재로 임산부를 위한 옷을 만들어 4~5명이 돌려입는 비즈니스 등을 예로 들었다. 핵심 전제 조건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되 수입이 적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는 것.


"과연 적게 벌어 먹고 살 수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있다. 야스유키 교수는 "어떤 이들은 이런 생활을 '가난과 불편함'으로, 누군가는 '독립적인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자존감을 통해서 얻는 더 큰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버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 문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상상하는 구질구질한 가난과는 거리가 멀다"라는 설명이다. 

출처: 비전력 공방 홈페이지
(왼쪽) 야스유키 교수가 개발해 별다른 홍보 없이 1만개 이상 팔린 '핸드 커피 로스팅기'. 로스팅 이후 급격히 산패하는 원두 특성상 가정에서 필요한만큼만 로스팅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그는 이런 제품들이 3만엔 비즈니스에 딱 맞는다고 했다. 오른쪽은 나무 위에 지은 집이다.

3만엔 비즈니스는 단순히 '적은 돈을 버는 일을 여러 개 해서 소득을 채우자'는 게 아니다. 야스유키 교수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① 착한 일만 하는 비즈니스 ② 한 가지 일로 반드시 3만엔만 벌 것 ③ 친구·동료를 만들어 남는 시간을 자급 활동에 쓸 것 ④ 지출을 줄일 것


그의 책은 '뼈 빠지게 일해도 결국 자본과 슈퍼리치의 노예가 되는 현실을 벗어나 조금만 일하고 더 행복해지는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은 일본에서 6개월만에 6쇄를 찍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일본 전역에서 '3만엔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자발적인 공부 모임이 4만3000개 이상 생겼다.


"좋은 학교를 나와 도시에서 좋은 직장을 얻고 많은 돈을 벌면서 소비생활을 즐기는 '출세경쟁지향'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돈은 적게 벌지만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서로 도우면서 행복하게 사는걸 희망하는 '평화공생지향'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선 2000년 이후 '평화공생지향' 젊은이가 출세경쟁지향 젊은이보다 많아졌습니다. 현재 일본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인 중장년층 남성 엘리트들은 이런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롤 모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기성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2012년 한국에서 한 강연회)"


일본에는 1990년대 버블 경제가 꺼지고 장기불황에 들어서면서 사토리(달관) 세대'란 단어가 생겼다. 일과 연애 등을 포기하고 희망과 의욕 없이 무력해진 청년 세대를 뜻한다.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났지만 이런 문화의 영향으로 창업 등 도전적인 일을 하는 청년이 적다. 일본 사회의 최대 고민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몇년 전부터 '88만원 세대' '3포·5포·7포(연애, 결혼, 육아 등을 포기)'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1990년대 일본과 요즘 한국은 닮은 꼴이다. 또 최근엔 일상에서 돈을 아껴 비싼 디저트·화장품 등에 돈을 쓰는 '작은 사치', 해외여행 등 나를 위한 소비를 하는 '욜로족'이란 단어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취업이 어려울 뿐더러 부모세대처럼 월급을 모아 내집마련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나온 행태다. 3만엔 비즈니스를 보면 기성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청년 세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추천사를 쓴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없고,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자신만의 비즈니스로 자급력을 높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도시에서도 3만엔 비즈니스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라는 생각이다.


야스유키 교수가 말하는 3만엔 비즈니스 요약.


① 왜 3만엔일까?

먼저 식구 숫자에 따라 필요한 비용을 정한다. 대부분 사람은 의식주, 에너지, 의료, 정보, 오락, 교육, 교통 등 9가지 범주에 연금과 세금을 합하면 지출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텃밭 채소 재배 등 자급자족 생활을 고려해 각자 금액을 정하면 된다.


②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까?

상품 개발을 40년 하면서 가장 큰 원칙은 '감동적인 상품을 제공한다'였다. 이성을 바탕으로 한 필요성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제품을 100명에게 물어 3명을 감동시킬 수 있으면 일단 합격이다.


③ 상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보통 영업에서 쓰는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다'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상품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가격은 그 가치보다는 낮되 원가와 경비보다는 높아야 한다. (원가+경비) < 가격 <가치 순이 적절하다.


④ 실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되도록 대출 받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자급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채소를 직접 재배한다면 슈퍼에서 채소 사는 돈은 들지 않지만 씨앗, 비료, 농기구를 사는데 돈을 써야 한다. 슈퍼에서 100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채소를 직접 키우기 위해 농기구를 1만원에 사야 한다면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자급 비용은 상품 가격의 30% 수준으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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