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피자집이 12년후 260개, 미친 피자형제 성공기

조회수 2020. 9. 18. 14: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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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만든 동네 피자가게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물리친 괴물가게로
2005년 목동에서 시작한 '피자알볼로'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피자로 입소문
'가족창업은 망한다'는 속설 깨고 12년 승승장구

피자 업계를 뒤흔든 형제가 있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엔씨 이재욱(40) 대표와 이재원(38) 부사장이다.


두 사람은 2005년 서울 목동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 6평(19.8㎡)짜리 피자집을 열었다. 현재 피자알볼로의 전체 가맹점 수는 260개. 2016년 직영점 12곳이 낸 연매출만 250억원에 달한다.


2016년 12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조사를 보면 피자알볼로는 피자 업계 '다크호스'라 할만하다. 2015년 기준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이 5억2146만원으로 도미노 피자(7억4876만원) 다음이다. 피자업계 빅(BIG) 3로 꼽히는 피자헛(4억8175만원)과 미스터피자(4억5247만원)를 제친 것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6%로 피자 브랜드 중 가장 높다.


알볼로의 피자 한 판 평균가격은 2만원대 중반으로 다른 유명 피자브랜드보다 15% 가량 비싸다. 할인 이벤트도 거의 없다. 하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피자’로 입소문이 나서 인기는 꾸준하다. 토핑을 아낌없이 올려 "광고 사진과 실물이 일치하는 피자"로 유명하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이재욱 대표, 이재원 부사장

성공적인 '형제 경영'을 위한 3가지 비결

①목표는 같지만 역할은 구분한다


형제인 이재욱 대표와 이재원 부사장은 피자 전문가다. 두 사람 모두 호텔조리과를 졸업했다. 형은 식품회사에서 피자 도우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동생은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두 사람은 같은 일을 하며, 피자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창업을 결심했다. ‘100년 가는 장인 피자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피자 도우를 잘 늘어나게 하고 빨리 발효되게 하기 위해 넣는 첨가물이 많았어요. 가공음식이니까 마냥 나쁘다고 볼 순 없죠. 문제는 피자를 바라보는 인식이었어요.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 대충 끼니 때우려고 먹는 패스트푸드. 그런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첨가물을 많이 넣지 않아도 맛있는 피자를 요리하고 싶었습니다.”(이재욱 대표)


“‘배달피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자처럼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이재원 부사장)


이 대표는 회사 경영과 마케팅을 맡는다. 디자인 부서도 대표 직속이다. 반면 이 부사장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R&D 부서를 이끈다. 매장 관리도 동생의 몫이다.


업무가 뚜렷하게 구분돼 있어서 효율성이 높다.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성장에 ‘누가 더 기여했는지'를 놓고 다툴 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②의사결정은 한 명이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사소한 일로 싸우거나 상처주는 말을 하기 쉽다. 창업초기에는 ‘버섯과 파프리카 중 무엇을 먼저 올리느냐’처럼 단순한 의견차이가 큰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금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다툴 때가 많다. 하지만 절대 서로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가족이기 때문에 ‘배려’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더 신경써서 배려해야 하고 동생이라고 아랫사람이라 봐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 부사장의 경우, 둘이 있을 때는 무섭게 싸워도 밖에서는 형을 최대한 예우한다. 직원이나 외부인과 있을 때는 무조건 형의 편을 든다. 최종 의사결정도 전적으로 형에게 맡긴다. 이 부사장은 “형이 대표이고 나는 2인자”라며 “대표를 믿어야한다”고 했다. 

출처: 피자알볼로 공식 블로그
SBS 결정 맛대맛에 출연했을 때

③다름을 인정하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두 사람은 형제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외모, 성격, 취미가 모두 다르다. 이 대표는 독서를, 이 부사장은 운동을 좋아한다. 이 부사장은 “외모로 보면 형은 소심해보이고 저는 대범해 보이지만 진짜 성격은 반대”라며 “다름을 인정해야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번 돈을 똑같이 나눈다. 지분도 같다. 이 대표는 “동업자이기 때문에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내가 많이 더 가져가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욕심이 끝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출처: 피자알볼로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어깨피자와 웃음꽃피자. 가맹점주도 피자를 먹는 고객도 '어깨펴고' '웃음꽃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깨피자 1판이 팔릴 때마다 수익금 100원이 기부된다. 이 기부금은 배달업종사자들을 위해 쓰인다.

"그렇게 하다가 망한다"는 말 많이 들어

피자알볼로는 ‘수제 피자’를 강조한다. 흑미를 넣어 만든 도우는 본사에서 반죽해 보내면 매장에서 3일 동안 숙성시켜야 한다. 첨가제 없이 자연 발효하기 위해서다. 빵보다 떡에 가까워서 1~2일 안에 쓰지 않으면 상한다.


소스도 매장에서 2~3시간 끓이고 써야 한다. 5~10분 마다 저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번거롭다. 피클도 사서 쓰지 않는다. 매장에서 오이를 썰어 소금과 설탕 식초를 넣어 하루 동안 담가둔 다음 쓴다. 처음 피클을 먹어본 고객들은 ‘싱겁다’고 한다.


하지만 ‘수제’와 프랜차이즈는 충돌한다. 프랜차이즈는 전국 어디에서든 맛이 똑같아야 한다. 수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용도 많이 든다. 원가가 판매가의 40%를 넘는다. 또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달라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출처: jobsN

디자인도 사뭇 다르다. 피자알볼로는 하늘색을 쓴다. 보통 빨간색이나 노란색처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색’과 다르다. ‘알볼로’는 ‘비상하다’는 이태리어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 처럼 ‘세상을 놀래킬 만한 피자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포부는 좋은데 발음이 어렵다. 초반에는 고객에게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렵다’는 소리도 들었다.


“처음에 저희를 보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프랜차이즈 업계는 유독 ‘정답’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저희는 ‘옳다’고 생각하는 걸 고집했어요. 수제로 만든 배달피자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창업 초기 3달 동안 손님은 많이 없어도 단골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어떤 손님은 일주일에 4~5번을 시켜 드셨으니까요.”(이재원 부사장) 


2005년 SBS '결정 맛 대 맛'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단골 중에 방송국 직원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담당PD에게 추천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 넘게 버티니까 이제는 저희의 고집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씀해주세요."(이재욱 대표)  

출처: 피자알볼로 공식 블로그
SBS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이재원 부사장.

100년 가게를 위해

피자알볼로는 점주 자격 기준이 까다롭다. 만 45세 이하 남성이어야 한다. 또 배달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알볼로 가맹점주는 30대 남성이다.


“차별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힘들어서 그래요. 은퇴 후 찾아오는 50~60대분들께는 정중히 말씀드려요. 하루 경험해보고 판단하시라고 합니다. 직접 만들고 배달하실 분들이어야 합니다. 매장에 아르바이트생만 두고 직접 일 안하는 분들도 정중히 거절합니다. 시작이 힘드니까 쉽게 끝내는 분들도 없습니다. 가맹점주가 건강상 이유로 문을 닫은 철원점 빼고는 폐점한 곳이 없습니다.”(이재원 대표)

피자알볼로는 100년을 꿈꾼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 할일이 많다.


“가맹점주와 골목상권이 함께 크는 외식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식업 종사자들이 너무 힘들게 일해요. 하루종일 일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죠.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또 한국식 피자가 세계를 제패하는 날을 꿈꿉니다.”(이재원 대표)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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