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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싫어했던 천재선수→7번의 수술→괴물 신인 가수

촉망받는 다이빙 선수에서 천재 뮤지션으로, 고고스타 리더 이태선
jobsN 작성일자2017.06.11. | 113,044 읽음
실명 했다고 해서 과거를 후회하진 않아요,
결국 다이빙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디스코펑크록 밴드 고고스타 리더 이태선
촉망받는 다이빙 선수, 부상으로 음악 시작
"80살 할아버지 돼서도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실명입니다. 수술해도 시력을 되찾을 확률은 낮습니다."


2003년, 다이빙 선수였던 이태선은 훈련 중 망막이 뜯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입수하면서 오른쪽 눈에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이다. 일곱 번에 걸친 대수술을 했지만 끝내 시력을 회복할 수 없었다.


다이빙을 그만둔 그가 시작한 것은 음악이었다. 80년대 디스코를 재현하는 디스코펑크록(Disco punk rock) 밴드 '고고스타(GOGOSTAR)'를 만들었다. 2008년 홍대의 한 클럽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고고스타는 '뿅뿅'거리는 독특한 사운드와 관객을 사로잡는 무대 매너로 입소문을 탔다. 신인 뮤지션 등용문으로 불리는 쌈지 사운드 뮤직 페스티벌 숨은 고수 프로젝트에서 메인 공연 시간에 무대에 섰다.

고고스타 공연

출처 : 고고스타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이후, 9년 동안 11개의 음반을 냈다. 국내뿐 아니라 호주, 중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도 참가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한다. 한 달 수입은 '최대 400만원, 최소 0원'이라고 한다. 수입이 없어 힘들어도 음악은 놓지 않을 것이라는 고고스타 리더 이태선(32)을 만났다.

고교 시절 촉망받던 다이빙 선수, 이태선

이태선은 학창시절 촉망받는 다이빙 선수였다. 타고난 체형과 재능으로 서울체육고등학교에 입학 약 3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뛰었다.


-어떤 계기로 다이빙을 시작했나요.

"다이빙 전에 태권도와 기계체조를 했습니다. 텀블링이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재능을 버리긴 아까우니 다이빙을 해보자고 하셨어요."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고 했는데, 실력이 어느 정도였나요.

"고등학교 3학년 시즌 첫 경기에서 딱 하루 연습하고 나가 1등 했습니다. 운동하기 싫어서 도망 다니다가 붙잡혀 나간 시합이었어요. 총 10번의 다이빙을 하는데, 모두 실수 없이 소화했죠."

학창 시절 운동하며 받은 메달과 상장

출처 : 이태선 제공

-부상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고등학교 3학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 훈련 중에 입수하다가 오른쪽 눈에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장막이 쳐진 것처럼 반은 보이고 반은 안보였죠. 시간이 지날수록 오른쪽 눈의 시야가 좁아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실명이라고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엄청 울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의 눈물이었죠.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7번의 수술을 어떻게 견뎠나요.

"수술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술을 한 번 마칠 때마다 한 달 정도 양쪽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웠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마다 음악을 들었어요. 이소라, 크라잉넛, 그린데이의 노래를 즐겨 들었습니다."

버팀목이 되어 준 음악, 이태선을 뮤지션으로 이끌다

재능은 있지만 내키지 않는 운동 대신 재능은 미지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지만,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이제 운동은 불가능하니 퇴원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출처 : 고고스타 제공, jobsN

-언제 음악을 시작했나요.

"퇴원 후 집에 돌아와 베이스를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반년 동안 음악만 듣다 보니 신기하게도 그대로 따라 연주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시작했죠."


-음악적 재능이 있었네요.

"악기를 혼자 터득하기 시작하면서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TV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신시사이저를 즉흥으로 연주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베이스 스케일(조성음에 맞는 구성음을 연주하는 것)도 아버지께 배웠죠. 베이스 외에도 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모두 독학했어요."


-처음 밴드를 시작한 건 고고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지인 소개로 럭스라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했습니다. 3년 정도 활동하다가 내 음악을 해보고 싶어 고고스타를 만들었죠. 같이 운동하던 후배 두 명과 럭스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여성 멤버 한 명을 모아 2008년에 데뷔했어요. 지금은 후배 두 명이 나가고 정철(기타리스트), 서나(베이스·보컬)와 함께 3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텀블링 하는 이태선

출처 : 고고스타 공식 페이스북

-다이빙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요.

"미련도 없고 실명 했다고 해서 ‘운동 안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하는 후회도 없어요. 오히려 더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다이빙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다만 무대에서 가끔 공중회전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관객도 좋아합니다."

"80살 할아버지 돼서도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데뷔할 때 음악계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괴물 신인 밴드’로 입소문을 탄 고고스타는 2009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했다. 당시 아이돌 포미닛, 소녀시대와 타이거JK 등 최고 인기 뮤지션들과 함께 출연할 정도로 무서운 신인이었다.


하지만 디스코펑크록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긴 힘들었다. "인기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록과 DJ를 접목한 신선한 모습에 관심을 주셨지만, 실력이 부족했어요. 아쉽진 않습니다. 그때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요."

출처 : 고고스타 공식 페이스북

인기, 수입과는 상관없이 무대에서 땀 흘리면서 공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태선은 80살이 돼서도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다. "하얗게 머리가 희어도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노래할 거예요. 늙어서도 무대 위에서 20대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처럼 불행한 사건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다른 길을 가야만 할 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이빙을 했기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잠시 돌아가는 것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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