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다닌 삼성 나와 야심차게 만든 휴대폰 케이스

조회수 2020. 9. 18. 1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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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없이 스마트폰을 3D TV로 만들어드립니다..삼성 나온 스타트업 '모픽'
삼성전자 전문가들이 만들던 기술로 창업
안경없이 스마트폰에서 3D 영상 구현
영화·애니부터 내비게이션에도 적용 계획

‘훅~!’ 스마트폰 화면 안쪽에 있던 영상이 순간 바깥쪽으로 튀어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잡을 수 있을 듯한 모습에 손을 화면 위로 가져가 보지만,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D(입체) 영상이다.


2008년 3D 영화 ‘아바타’ 개봉 이후 세계적으로 3D 열풍이 불었다. 삼성과 LG는 앞다퉈 3D TV를 내놓고 기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3D 영상을 보기 위해 특수 안경을 써야 해 불편했다. 또 3D TV는 비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NPD는 2016년 북미지역 TV 시장에서 3D TV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8%라 한다. 2013년에는 점유율이 23%였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삼성과 LG, 소니는 3D TV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시장에 국내 스타트업 ‘모픽’이 도전장을 던졌다. TV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3D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무기로 내세웠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로 사용하다가 액정 앞면에 덮어 씌우면 3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기기 스냅 3D(SNAP 3D)를 개발했다. 스냅3D 안쪽에는 볼록렌즈 1000여개를 나란히 배열한 얇은 필름이 붙어있다.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를 이용해 특수 안경 없이 맨눈으로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  

출처: 모픽 제공
신창봉 모픽 대표(맨 오른쪽)가 2017 CES에 참가해 스냅3D를 전시했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이 만들던 기술로 창업

‘모픽’은 원래 삼성전자 C랩 소속이었다. C랩은 삼성전자가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아이디어를 회사가 선택해 사업부에 적용하거나 벤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모픽은 2015년 10월에 스핀 오프(분사) 한 뒤 이듬해 10월에 스냅3D를 처음 양산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가전 전시회(CES)에 나갔고, 3월부터는 스냅3D에 ‘삼성전자’이름을 걸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삼성전자 정식 액세서리 인증을 받았다. 5월부터 아이폰용 스냅3D 판매를 시작해 약 2000대를 팔았다.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에버랜드에는 모픽의 기술로 3D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관이 따로 있다.


신창봉(40) 대표는 모픽이 삼성전자 C랩 출신의 다른 회사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핀오프 기업은 보통 보통 '직원→아이디어→C랩→기술개발' 과정을 거치는데 모픽은 '회사→기술개발→C랩'의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저희 기술은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하던 연구소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2012년부터 일본 오사카, 중국 시안 연구소 등에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3D TV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관련 기술 개발을 유보했습니다. 회사가 연구원들에게 이 기술로 스핀오프 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해 모픽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출처: jobsN
신창봉 모픽 대표(왼쪽), 스냅3D는 일반적인 투명 스마트폰 케이스와 비슷하게 생겼다.

안경없이 스마트폰에서 3D 영상 구현

-3D 영상을 볼 수 있는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일상생활에서 원근감이나 입체감을 느끼는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두 눈은 약 6cm 정도 떨어져 있죠.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한 사물을 볼 때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됩니다. 그 약간의 차이를 뇌에서 인지하고 합쳐야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튀어나오거나 움푹 패인 부분을 인식하는 겁니다. 날아오는 공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원근감이나 입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 TV 화면은 그냥 평면입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무 기술 없이 2D 영상을 입체적으로 보기는 불가능하죠. 이 화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려면 인위적으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다른 각도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가령 액정 속 화면을 ‘ABABABABAB’식으로 여러 조각을 냅니다. A부분은 오른쪽 눈으로만, B부분은 왼쪽 눈으로 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럼 뇌는 양쪽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합친 다음 입체화면을 만들어 냅니다. 뇌를 속이는 겁니다. 스냅3D는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입니다."


스냅3D는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 스마트폰용 제품은 3만~4만원, 태블릿PC용은 5만~6만원 수준이다.  

센서가 1초에 30번씩 눈동자 찾는 기술 갖춰

-어떤 원리입니까

“‘MPlayer 3D’라는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아이 트래킹 기술’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 센서가 1초에 30번씩 사용자의 두 눈을 찾아다니며 초점을 맞춥니다. 스마트폰과 눈의 거리가 달라지거나 각도가 바뀌어도 왼쪽·오른쪽 눈을 찾아 그에 맞는 영상을 보여줍니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야외에서도 3D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스냅3D를 전시했을 때 사용자들의 반응을 잊을 수 없습니다. ‘surprise’, ‘amazing’ 이라고 하더군요. 한 해외 블로거는 저희 제품 사용기를 유튜브에 올려놨는데, 그것 때문에 갑자기 홈페이지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회사 제품 중에 비슷한 것은 없습니까

“닌텐도 3D 게임기에 비슷한 기술이 적용돼 있습니다. 하지만 내장형입니다. 저희도 내장형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체영상 몇 개 보려고 수십만원짜리 스마트폰을 바꾸는 소비자가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3만원짜리 스마트폰 케이스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특허 5개를 출원해 등록 진행 중입니다.” 

출처: 모픽 제공
스냅3D로 입체 영상을 보는 외국인들 모습과 입체영상 그래픽(맨 오른쪽).

영화·애니에 기술 적용→내비게이션에도 적용 계획

-3D 영화를 보는 데만 사용할 수 있습니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데 많이 쓰이겠지만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3D 영상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운전자에게 3D로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대개 3D라고 하면 튀어나와 보이게 하는 기술만 생각하는데 안으로 쑥 들어가 보이는 기술도 있습니다.

후방에 있는 차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이드미러를 없애는 대신 주변을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보는거죠. 해외 자동차 회사들과 기술 개발을 논의 중입니다.”

단점도 있다. 한쪽 눈을 실명했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은 3D 영상을 볼 수 없다. 스마트폰 액정에 두꺼운 액정 보호장치를 붙여놓으면 입체 영상을 볼 수 없다. 많은 사용자들이 액정 보호용 필름을 사용한다. 이 필름이 두꺼우면 3D 영상을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투자한 기업도 있습니까

“금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스핀오프를 하면 삼성에서 투자를 받습니다. 다른곳에서도 제의를 받았지만 저희는 삼성에서만 투자를 받았습니다. 필요한 자금은 대출을 받았습니다. 기술신용보증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 15억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대신 대출 받은 이유가 있습니까

"성공해서 대출금을 갚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13년을 다닌 삼성을 나올 때 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 했습니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 없습니다. 굳이 투자를 받아 다른 기업에 지분을 나눠주고 싶지 않습니다."

-판매량이 아직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5월에 애플의 아이폰용만 출시했습니다. 아이폰S6,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에서만 스냅3D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6월 중에 삼성전자 갤럭시S8 등 다른 스마트폰용 제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월 4만대 판매가 목표입니다. 또 앞으로 스냅3D를 이용해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콘텐츠에 수수료를 받을 계획도 있습니다."

그는 “더 쉽고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단순한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실제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더 정교하게 만들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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