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뽑는데 500명 몰린 일자리의 정체를 알려드리겠사옵니다

조회수 2020. 9. 18. 1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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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대1 경쟁률 뚫고 정규직 된 거지의 사연은?
체험학습 성지에서 전통문화 테마파크로
‘민속촌 꽃거지’ 조선 캐릭터로 인기몰이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랜드’

"손님아~ 내가 진짜로 시원한 부채가 생겨서 혼자 끙끙 덥다가 죽어버릴 것만 같아서 장사를 한다."


조선시대 장사꾼 차림의 한 남성이 수십 명의 구름 관중 앞에서 가수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를 개사해 부르며 부채를 판다. 패랭이(조선시대 때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가 쓰던 갓)와 선글라스를 쓴 그는 화려한 언변으로 관중을 홀린다. 구경꾼들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근처에는 넝마를 걸치고 곱상하게 생긴 ‘꽃거지’가 바가지를 들고,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바가지에는 동전과 껌, 지폐가 가득하다. 

출처: 민속촌 제공, 민속촌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민속촌 '웰컴투조선'과 '추억의 그때 그 놀이' 캐릭터

요즘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에 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드라마 세트장, 체험 학습장으로만 여겨지던 한국 민속촌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한 마케팅과 조선 시대, 1970~80년대 등 과거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캐릭터’로 20~30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2009년 약 98만명이던 민속촌 연간 방문객 수는 지난해 150만명으로 7년 사이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절반도 안 되던 20~30대 관람객 비중은 80%까지 늘었다. 한국 민속촌 관계자는 “고리타분하다는 인상만 주던 한국 민속촌이 ‘전통문화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민속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8년간 관람객 수 53% 증가… SNS 마케팅의 성공신화

민속촌 SNS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과 사진들은 20~3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올라온 부채 파는 장사꾼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 수 130만을 기록했다. 그 밖에 화공이 미인도를 그리는 영상, 벨튀(초인종 누르고 도망가기)등의 영상도 반응이 좋다. 직장인 금씨(27)는 “우리나라 전통 옷을 입고, 능숙하게 장사하는 모습이 신선하다”며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민속촌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한다.

민속촌이 도약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SNS 마케팅’이다. 민속촌은 지난 2012년 국내 관람객 수가 10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자, 고심 끝에 마케팅팀을 신설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조선 시대를 체험하는 ‘웰컴 투(welcome to) 조선’을 기획하며 SNS 계정에 변화를 줬다. ‘속촌 아씨’라는 이름으로 민속촌 소식을 사극(史劇) 말투로 전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잘 지냈나요, 좋은 아침이에요’ 라는 말을 사극 대사처럼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셨사옵니까, 아침 문안인사 드리겠나이다’라고 바꿔서 말했다.


SNS라는 온라인 공간에 조선시대의 구수한 말투가 접목되자,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박’을 낸 일이 있었다. 2013년 초 ‘민속촌에 사는 소(牛) 이름 짓기’ 공모를 트위터에서 진행했는데, 네티즌들이 서로 재밌는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민속촌 관계자는 “소 이름으로 ‘핵발전 소’, ‘미 스테이크’ 등 센스 넘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 많았다”며 “소 이름 공모를 통해 당시 1000명도 안 되던 SNS 팔로워 수가 4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출처: 속촌 아씨 페이스북 계정 캡처
한국민속촌 공식 페이스북 계정 '속촌아씨'가 올린 거지 아르바이트 소개글과 조선 스타 포스터

같은 해 10월에는 페이스북에 ‘민속촌 꽃거지 아르바이트생’ 소개 글을 올렸다. 1000명 넘는 사람들이 SNS로 채용을 문의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민속촌은 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2014년 국내 최초로 아르바이트 오디션 ‘조선에서 온 그대(현 조선스타)’를 시작했다. 꽃거지를 포함해 나쁜 사또, 무사, 양반, 상인, 한량, 기생, 아씨 등 22명 캐릭터를 뽑는 오디션에 500여명이 지원했다. 그중 꽃거지는 2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속촌아씨 SNS 계정은 대검찰청 대변인 공식계정, 홈플러스 공식 계정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인기 계정’으로 평가받아, ‘2014년 대한민국 소셜미디어대상’에서 기업부문 대상을 받았다. 현재 트위터 8만명, 페이스북 40만명이 속촌아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랜드’

민속촌은 캐릭터 역할을 하던 일부 아르바이트생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화제가 됐다. 현재 활동 중인 19명의 캐릭터 중 5명의 캐릭터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2015년 꽃거지와 나쁜사또를 시작으로 2016년엔 장사꾼, 올해엔 화공과 주정뱅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민속촌 관계자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감이 있으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 같았다”며 “성실함, 개인역량, 현장 고객 응대 등 내부평가 기준으로 평가해 캐릭터 아르바이트생 중 우수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출처: 민속촌 제공

실감 나는 캐릭터들과 500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술래잡기 ‘500얼음땡’ 등 민속촌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민속촌 덕후(마니아 층)도 생겼다.


SNS 마케팅과 캐릭터로 ‘테마파크’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민속촌은 2016년, 한국관광의 별 시상식에서 문화관광자원상을 수상했다. 한국관광의 별 시상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 관광발전에 이바지한 관광자원 및 단체, 개인을 발굴하는 행사다. 민속촌 황선집 마케팅팀장은 “열심히 준비한 일들이 빛을 보는구나 싶고, 팬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재밌는 민속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방에 살아서 민속촌에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 민속촌 전국투어를 하고 싶습니다.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 곳이 민속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행사를 기획해 한국의 디즈니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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