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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4억 몰려’ 세계를 사로잡은 무게 7.2g 짜리 물건

[jobsN 프론티어⑫]200만원짜리 보청기 시장에 10만원대 보청기로 도전장 던진 청년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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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비쌀 필요 있나요?" 10만원대면 충분
아이디어만 들고 전문가 찾아다니며 공부
의료기기 인증까지 한 단계 남아…매출 10억 예상

송명근(30)씨는 이른바 '고스펙자'다. 명덕외고를 나와 국내 대학을 가는 대신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학교 사디(SADI)에서 공부했다. 이 기간중 1년 6개월 가량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진행하는 교육용 태블릿 PC 디자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이후 미국에서 유학했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디자인(리즈디·RISD)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중퇴하고 스타트업을 차렸다. 삼성전자의 대졸 초임은 성과급을 포함해 6000만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평균 연봉은 1억 700만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고연봉을 포기하고 사업가의 길을 택한 셈이다.


송 씨는 "무엇인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에 들어가 안주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출처jobsN

"보청기, 꼭 비쌀 필요 있나요?" 10만원대면 충분

2016년 7월 '올리브유니온'을 창업했다. 100달러(약 12만원)짜리 보청기를 만드는 회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청기 시장 규모는 약 616억원, 전세계 시장은 약 9조원에 달한다. 보청기 시장에서는 스타키, 지멘스, 오티콘 등 해외 기업들의 영향력이 크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런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82%에 달한다. 가격은 보통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올리브유니온이 글로벌 대기업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출발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9월 IBK기업은행은 소셜벤처 성장 지원 사업 시상식에서 올리브유니온의 사업성을 인정해 2000만원을 지원했다. 한 달뒤 KDB산업은행은 '2016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리브유니온의 보청기는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다. 그런데도 해외 크라우드펀드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사람들이 몰려 계약금액이 43만달러(약 4억 8000만원)가 모였다. 올해 8월까지 제품을 생산해 구매자에게 보낼 예정이다.

 

-사업 아이템으로 보청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재 시중에 팔리는 보청기가 대부분 100만원을 웃돕니다. '이렇게 비싸야 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 기술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보청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이 보청기를 사용했다.


양쪽 귀에 꼽는 보청기 가격이 각각 400만원, 200만원 수준이었다. 값이 적절한 것 같지 않았다. "노트북처럼 복잡한 기계도 200만원이면 좋은 것을 삽니다. 보청기는 그 정도로 첨단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청기가 비싼 이유가 있습니까


"알아보니 국내 보청기 업체 중에는 독자 기술을 가진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해 팔다 보니 값이 비싸지는 구조였습니다. 또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조금이 최대 131만원까지 나오니 보청기 회사들이 가격을 그 수준에 맞추는 일이 많다"며 "가장 인기 있는 보청기 가격대가 100만~200만원대에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보청기 보조금 117만9000원을 지급한다. 청각장애인이면서 차상위계층인 사람은 보조금 131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이 150만원짜리 보청기를 구입한다면 자비로 20~3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식이다. 


국내 청각장애인은 약 27만명. 장애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난청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산되는 사람은 그 10배에 이른다. 70대 이상 인구(약 500만명) 중 54%가 듣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보청기 이용자는 약 2만명에 불과하다. 보청기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비싼 가격, 청각장애인이 아니면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송씨의 목표는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난청인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보청기를 만드는 것이다.

올리브유니온이 제작한 보청기 올리브.

출처올리브유니온 제공

아이디어만 들고 전문가 찾아다니며 공부

-보청기를 만들어본 경험이나 기술이 있었습니까


“아이디어만 있었습니다. 기술은 없었죠. 혼자서 상암동 일대를 돌며 블루투스 모듈을 만드는 업체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기술이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 보청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기술자분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회로 제작 기술자를 소개받기도 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마이크를 통해 보청기에 들어온 소리를 증폭시킨 뒤 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 기능만 놓고 보면 음성증폭기와 비슷하다. 보청기가 음성증폭기와 다른 점은 특정 음역대만 골라서 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난청이라고 해서 모든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아니다. 낮은 음역대의 소리는 잘 듣는데 높은 음역대를 못듣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높은 음역대 소리는 잘 듣는데 낮은 음역대 소리를 못듣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안 들리는 음역대 소리만 키워 귀에 전달해야 한다. 음성증폭기처럼 무조건 소리를 키우면 일부 정상적인 청각 기능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알아가며 보청기에 대해 공부했다.


디자인만큼은 자신 있었다. 사디에서부터 대학원까지 5년 가까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태블릿 PC를 디자인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가능하면 단순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외형은 보청기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블루투스 이어폰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하다. 가로 1.9cm, 세로2.2cm, 높이 2.3cm다. 무게는 7.2g 정도다. “작게 만들면 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이 정도 크기를 유지했습니다. 대신 액세서리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보청기를 귀에 꽂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한 뒤 청력테스트를 한다. 보청기 주파수를 테스트 결과에 맞추면 된다. "20만~40만원이 드는 검사를 받으러 굳이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보청기 회사에 가지 않아도 이용자가 자신에 맞게 얼마든지 보청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타사 보청기와는 충전 방식이 다르다. 올리브유니온 제품은 한 번 충전으로 8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보청기를 꽂는 케이스가 따로 있다. 이 케이스가 휴대용 충전기 역할을 한다. 휴대용 충전기에 10분가량 꽂아 놓으면 다시 8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브랜드 보청기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 새 건전지를 넣으면 3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출처올리브유니온 제공

보청기 인증까지 한 단계 남아…매출 10억 예상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크기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두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만들면 더 얇게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줄여보면 조금 더 두껍게 만드는 게 좋아 보입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걸 업계 용어로는 ‘핑퐁’이라고 합니다. 핑퐁만 두 달은 했을 겁니다.”


3D 프린터를 사무실에 놓고 모델 200여개를 프린팅 했다. “몇 개씩 뽑아보기를 수십 번 한 것 같습니다. 컴퓨터에 저장한 디자인 파일은 수 천개 됩니다.”


-올해 목표액은 얼마입니까


“크라우드펀딩에서 5억원 가까이 모았으니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1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올리브유니온에서 만드는 보청기는 아직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단순 음향기기로 분류된다. 그는 "5월 17일 4번째 실사 테스트를 통과해 9부 능선을 넘었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마지막 단계가 남았는데, 8월이면 인증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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