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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부장 초고속승진 "회사에 바친 시간이 무려.."

조회수 2020. 9. 17. 1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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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 정영선 부장이 말하는 스타트업 취업의 장단점
2012년 대학교 4학년 때 인턴 입사
1호 직원...입사 5년만에 부장 승진
2016년 7월 글로벌 브랜드 사업부장 승진

정영선(28)씨는 스타트업 미미박스의 1호 직원이다. 2012년 2월 문을 연 미미박스는 국내외 화장품을 유통하고 판매한다. 정씨는 5년 전 인턴으로 입사해 불과 5년만에 부장 직함을 달았다. 만 27세 때였다. 사옥 안에는 ‘정영선’이라는 명칭이 붙은 회의실도 있다.


신입사원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7.9년이다(201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승진·승급관리 실태' 조사). 정씨는 남보다 4배 이상 빠르다. 기업연봉정보사이트 크레딧잡에 나오는 미미박스 부장급의 연봉은 6087만원이다. 성과급은 제외했다.


일반 기업이라면 꿈꾸기 힘든 일이지만 ‘스타트업’이라서 가능했다. 미미박스는 상자 안에 다양한 화장품을 담아 배달해주는 화장품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정기배송)’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2015년 ‘포니이펙트’, ‘아임미미’ 같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생산 업체로 거듭났다. 작년 매출액 657억원 53%가 해외에서 나왔다. 정씨를 만나 스타트업 취업의 장·단점을 들었다.

출처: jobsN
정영선 미미박스 글로벌 사업부장.

인턴으로 부담없이 경험을 쌓아봐라

정씨는 한국과 해외 지사(중국·일본·미국·홍콩·싱가폴)에 유통·마케팅하는 일을 총괄하는 글로벌 사업부장이다. 회사 전체 직원 550명 가운데 45명이 글로벌사업부에서 일한다. 정씨가 입사할 때는 전직원이 4명이이었다. 서강대 영문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미박스에 인턴 지원을 했다.


“뷰티에 관심이 많아 화장품 회사에 취업을 하고 싶긴 한데 ‘내게 맞는 일일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도 흥미로웠어요.”


1개월 인턴이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시작했다. 출근 첫날 상품 포장부터 시작했다. 이후 한달 동안 홍보·마케팅, 콘텐츠 제작, 블로거 관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정해진 업무가 아니라 여러 일을 하는 ‘멀티플레이어’였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눈에 바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마케팅부터 포장까지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으니 뿌듯함이 커요. 인턴으로 일한 지 한달 째 됐을 때 회사가 '미미박스 정기권'을 출시했습니다. 하루 만에 1차 물량이 모두 팔렸습니다. 1개월은 아쉬워서 5개월 더 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을 했다. 당시 미미박스는 SNS에서 화장품을 파는 전자상거래 회사였기 때문에 온라인 ‘입소문’이 중요했다. 미미박스와 그 박스 안에 들어갈 브랜드를 마케팅 하는 일은 핵심 업무였다.


일하느라 바빠 한 학기를 휴학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마지막 학기 강의도 들었다. 2013년 졸업 하기 전에 마케팅 팀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1년만이었다. 2014년 9월에는 애플리케이션(미미패션) 서비스를 기획하는 프로덕트 매니저(PM·Product Manager)를 맡았다.

스타트업에서는 성과가 평가로 이어진다. 모든 성과가 ‘창업 이래 처음’이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선 성과를 낸 직원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정씨는 처음 기획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부치는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었다.


“2014년 자체 화장품 ‘샤인이지글램’을 기획했어요. 업계 최초로 메이크업 유튜버와 함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디자인을 10번 넘게 바꿨습니다.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제품 속에 들어갈 설명서도 작성해야 했구요. 홍보영상도 여러번 찍었는데 어둡고 칙칙해 결국에는 쓰지 못했어요. 난생 처음 해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표를 짜고, 동료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동료에게 의견을 자주 물어보면 일처리 시간은 늘어나지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2015년 출시한 ‘샤인이지글램’은 인기 메이크업 유튜버인 포니와 함께 만든 화장품이었다. 출시 40분 만에 2만5000개가 모두 팔렸다.

출처: 미미박스 제공
(왼쪽) 미미박스 판교 본사에 있는 '파우더룸'.

될성 부른 스타트업에 올라타라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매출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거나 자금이 없어 망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발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3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8%. 26개국 가운데 25위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받는 게 중요하다. 영업이익을 낼 만큼 회사가 성장할 때까지 투자금이 충분한지 들여다봐야 한다.


미미박스는 2014년 연매출 100억원, 2015년 244억원, 2016년 657억원으로 계속 성장 중이다. 작년 한해 유치한 투자금액만 1430억원이다.


“입사 이후 항상 성장하는 모습을 봤어요. 매출액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왜 그런 회사에 있냐며 더 좋은 기업에 가라고 주변에서 성화였지만 이제는 ‘부럽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미미박스는 사업모델을 바꾸며 차근차근 한단계씩 올라갔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400만명 가량의 고객 데이터를 모았다. 연령별·피부유형별·계절별로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 업계 트렌드에 따라 뜨는 제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있으니 자체 화장품을 제작하는 데 자신있었다.


“아이섀도우는 여러개를 사도 손이 자주 가는 제품은 따로 있습니다. 포니이펙트 아이섀도우 팔레트는 ‘매일 쓸 수 있는 섀도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또 당시 미미박스가 유튜버와 함께 마케팅을 많이 했는데 소비자들이 다른 모델보다 유튜버를 신뢰한다는 점을 떠올했습니다. 지금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해주고 있어요 또 저희가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화장품 제조사에 파는 사업모델도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미미박스 제공
미미박스 판교 사옥에는 '정영선'이라는 회의실이 있다.

'덕업일치' 아니라면 힘들어

스타트업은 업무강도가 쎄고 야근이 많다. 연봉도 대기업에 비하면 부족하다. 미미박스 초봉은 2600만원으로 알려졌다. 고객 응대 같은 업무 처리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정씨처럼 취미가 일이 된 ‘덕업일치’가 아니라면 힘들 수 있다.


“회사일보다 내 여가와 취미가 1순위라면 힘들어요. 저는 쉬는 날에도 매장에 들러서 화장품을 보는 게 취미이고 행복을 느껴요. 그런데 이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쉬는 날에도 가서 시장 조사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죠. 취미와 직업은 ‘시각을 달리해 본다’는 점이 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화장품 위주로 봤다면 이제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좋아할까’, ‘이 가격에 이 화장품을 사려고 할까’를 고민하는 거죠.”


전담해서 업무를 가르쳐줄 사수가 없어 모든일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변화가 잦고 주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하며 의심하는 눈도 많다. 하지만 정씨는 과감히 스타트업 취업에 도전하라 했다. “1월에 스탠포드MBA 학생들이 미미박스 사옥을 방문했어요. 재학생들이 관심있는 회사를 정해서 탐방하러 다니는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MBA 학생들은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몸 담고 싶어했어요.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하더군요.” 

출처: 미미박스 인스타그램
(왼쪽)유튜버 포니와 미미박스 자체 브랜드 '아임미미'에서 만든 멀티스틱.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 세 가지

정씨는 미미박스에 있는 사업부장 6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같은 직급에는 50대에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도 있다. 정씨가 입사 1년 만인 23세 때 팀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직원에게 어떻게 업무를 지시하고 동기부여를 해야하는지 몰라 애를 먹었던 적도 있다. 이른 나이 리더를 맡으면서 배운 점은 세가지다.


“첫째, 실수를 했다면 사과를 빨리해야 합니다. 잘못된 점을 빨리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둘째, 직원들에게 일을 잘 분배해야 합니다. 저 혼자 잘한다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요. 어떤 분께 역할을 나눠드려야 할지 고민하는 게 제 임무예요.


셋째, 지시가 명확해야 합니다. ‘알아서 해보세요’보다 어떤 부분이 바뀌면 좋을지 의견을 말씀드리죠. 처음 팀장을 할 땐 ‘내가 이분께 이런말을 해도 되는걸까’ 망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피드백이 명확 하다면 제 나이와 관계없이 납득해주세요.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야할 말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그분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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