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1000만원인데 사람이 부족하다'는 그녀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17.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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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스타일리스트 김서경씨
진로 방황하다 파티스타일리스트로 억대연봉
디자이너, 목수, 플로리스트 다 해보는 직업

신흥대(현 신한대) 호텔경영학과→박봉 사무직→호주워킹홀리데이 웨이트리스…. 진로를 두고 오랜 기간 방황하던 여성이 생소한 신종 직업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현재 월 평균 900만~1000만원의 수입을 낸다. ‘파티스타일리스트’(Party stylist) 김서경(31)씨 이야기다.  


파티스타일리스트는 송년회, 신년회 파티와 졸업식 등 행사 공간을 꾸며주는 사람이다. 파티 공간에 들어갈 풍선부터 표지판, 꽃 디자인, 현수막, 조명, 아기자기한 소품을 직접 제작해 고객이 원하는 파티 장소로 만든다. 할로윈 파티, 포장마차, 클럽 등 다양한 컨셉으로 공간이 변신한다. 

출처: 김서경씨 제공

김씨는 사단법인 한국파티이벤트협회 소속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파티스타일리스트다. 파티스타일리스트라는 직함으로 일하는 사람은 국내에 수십명 남짓. 2012년부터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기업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파티 공간을 꾸민 사람 중 하나다. 지금까지 준비한 파티만 300여 차례. 연평균 60번 정도 파티장을 만든다. 현대차 계열사인 이노션, 게스같은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학교·병원 등 여러 기관의 파티를 맡았다.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에요. 그런데 기업과 기관의 사내 파티 수요는 점점 늘고 있어요. 사람이 모자라 의뢰가 들어오는 파티도 진행 못 할 때가 많아요.” 파티 공간을 꾸며주는 것만으로 전문직 연봉을 받는 그녀는 “유망직업이니 꼭 도전해달라”고 말했다. 고수익 직업 파티스타일리스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출처: jobsN
파티스타일리스트 김서경씨

디자이너, 목수, 플로리스트, 화가 모두 해볼 수 있다 

그는 최소 20~30명에서 많게는 2000명이 참석하는 파티 공간을 만든다. 대목은 11월~1월. 연중행사의 80% 이상이 이 기간에 몰린다. 9월부터 바빠진다. 고객이 송년회를 앞두고 의뢰를 하면 일단 파티 장소를 방문해 공간을 점검한다. 고객에게 약 3~4가지 파티 컨셉을 먼저 제시한다.


“컨셉이 정해지면 소품과 공간 디자인으로 예산을 짭니다. 항상 고객의 예산에 맞춰야 해요.조명은 50개, 기업 비전이 담긴 현수막 2개, 메뉴판이 그려진 나무 표지판은 7개가 들어간다는 식으로 파티 공간 제안서를 만듭니다. 이노션의 경우 과거 할로윈 컨셉으로 꾸미기도 했고, 지난해는 회사 옥상에서 대형 포장마차 컨셉으로 진행했습니다.” 고객이 제안서를 수락하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파티를 준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짧게 2주, 길게는 2개월이 걸린다.  


“파티스타일리스트라고 하면 ‘파티에서 술과 안주 먹고 노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뛰어들면 큰코 다칩니다.” 파티스타일리스트는 여러가지의 전문적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본은 꽃이다. 화병에 화려한 색감의 꽃을 담아 디자인하고, 테이블과 벽 등 공간 곳곳에 배치한다. 통상 파티에 쓰는 재료의 20%가 꽃이다. 좋은 꽃을 구하기 위해 1주일에 3번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을 방문해 꽃을 산다. 이걸로 모자라 본인이 직접 작은 꽃집 겸 공방을 운영하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꽃을 예악 판매하기도 하지만, 핵심 목적은 파티에 쓸 꽃을 미리 관리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다. 

출처: 김서경씨 제공
김씨가 만든 파티 공간들

“꽃은 모든 파티의 기본이라 항상 충분하게 보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파티가 끝나면 남은 소품을 보관할 곳도 있어야 하고, 별도 작업실도 필요합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페인트칠도 잘해야 한다. 망치와 드라이버, 드릴도 잘 만져야 한다. 목공작업이 필수다. 나무로 표지판, 소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간의 도면, 전기배선 구조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또 늘 소품에 쓸 좋은 재료가 없는지 찾아 다녀야 한다. 1주일에 2번은 동대문 시장을 찾아 소품으로 만들만한 ‘보물’ 재료를 찾는다고 했다.  


 “파티 하나에 들어가는 소품이 30~40개에서 많으면 100개 이상입니다. 유리병 화병을 20개 만들면 금색 락카로 일일이 다 칠해야 하고, 앵두 전구 50개를 하나의 전선으로 연결해 전기를 흘립니다. 소품에 그림도 직접 그립니다. 망치질을 하면서 상처를 입을 때가 잦지만 괜찮아요. 디자이너이자 목수, 플로리스트, 화가인 셈이죠.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직업이라 뿌듯합니다.”   

출처: 김서경씨 제공

꿈을 찾아 떠난 호주에서 우연히 발견한 직업 

2007년 대학을 졸업(05학번)하고 한 IT기업의 사무직으로 그해 취업해 일했지만 반복적인 생활이 지겨웠다고 했다. 월급은 150만원 남짓. 1년 반 남짓 일하고 꿈을 찾아 2008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다니던 어학원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파티해도 벽에 붙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잖아요. 그런데 거기 파티는 화려한 공간을 즐기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거에요. 모르는 사람이 ‘한잔할래?’ ‘어디서 왔어?’라며 적극적으로 말을 걸더군요. 기업문화가 점점 발전하는 한국에도 이런 파티 문화가 생길 것이라 봤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손기술이 좋아서 뭘 만들고 꾸미는 걸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귀국해 파티 전문가를 수소문했고, 국내 1호 파티 플래너(파티의 진행 식순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직업)인 이우용(현 파티이벤트협회장)씨와 협업해보기로 했다. 기존 국내 기업 송년회 같은 파티는 획일적이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나 유명가수를 섭외해 무대를 꾸미곤 했지만, 정작 직원들을 위해 예쁜 파티 공간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출장뷔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풍선을 벽에 다는 정도였다. 파티공간을 예쁘게 꾸며주겠다고 기업들에게 제안해보기로 했다.   

출처: 한국파티이벤트협회 제공
포장마차 컨셉으로 꾸민 이노션 송년회 파티 모습

“일단 실력을 쌓아야 했습니다. 2~3년간 죽도록 공부만 했어요. 그간 모은 돈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학원, 플로리스트 학원을 1년 이상 다녔습니다. 2년간은 지인의 목공소를 수시로 들러 매일 망치로 나무를 두들기고 톱으로 자르면서 소품 만드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태원 맛집, 카페 등 인테리어가 좋은 곳은 모두 돌아다니며 연구했습니다. 꽤 오래 사실상 백수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부모님은 반대했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왜 가느냐. 수입이 보장된 것도 아니지 않으냐’ 많이 혼났어요. 그러나 2012년부터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일이 늘고 수입이 생기면서 부모님도 이제 인정해 주십니다.”  

1월부터~9월 수입 3000만원, 10~12월 7000만원 

파티를 꾸며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수요는 많다 보니 수입도 높은 편이다. 파티는 스타일링, 푸드 케이터링, 플래닝 등 3~4개 분야로 나뉜다. 그래서 파티를 준비해 달라는 문의가 협회로 오면 김씨와 케이터링 전문가, 파티 플래너 등 각 분야 담당 프리랜서들이 뭉친다. 기업이 행사 당 지불하는 돈은 10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 4000만원을 받는다면 재료비, 운송비 등으로 60%를 제외하고 1800만원이 순수 인건비로 남는다. 1800만원 가운데 파티스타일리스트의 몫은 약 50%(900만원)다.

 

협회를 거치지 않고 김씨에게 직접 파티스타일링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5년간 일하다 보니 개인 인지도가 생겼어요. 협뢰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파티스타일링 의뢰를 받는 비중이 30% 정도 됩니다. 파티스타일만 해줄 때는 적게 150만~200만원, 많게 1000만원도 받은 적이 있어요.” 

출처: 김서경씨 제공, jobsN

김씨의 연 수입은 1억원 내외다. 1~9월까지 열리는 파티는 20여개 남짓이다. 별도로 수강료를 받고 꽃집 공방과 협회에서 플로리스트 수강생을 가르친다. 이 기간 수입은 약 3000만원. 남은 7000만원은 파티가 몰리는 10~12월에 몰아서 번다고 했다. 수입이 많은 만큼 바쁘다. 김씨는 “10월~12월은 매일 2시간씩만 자고 일한다”고 했다.

 

“작업량이 엄청납니다. 때로는 협회 수강생, 아르바이트를 잠깐 고용해 작업해요. 5분, 10분이 아까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파티가 11시에 시작하면, 최소 4~5시간 전에 가서 세팅해야 한다. 돌발 상황도 많다. “한번은 겨울에 전남 나주에 있는 공기업 파티에 100만원 상당의 꽃을 싣고 가는데 도착하고 보니 모두 얼어 있는 거에요. 꽃은 얼면 시들어 못쓰거든요. 고속버스터미널에 전화해 퀵으로 행사 시작  2시간 전에 받은 적이 있어요. 부랴부랴 꽃을 화병에 꽂아 세팅했습니다.” 파티가 열린 다음 끝날 때까지 계속 행사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 벽에 붙인 포스터가 떨어질 수 있고, 소품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엔 하루에 파티를 2~3개 맡기도 해요. 항상 차에 파티복, 구두를 넣고 다녀요. 차에서 메이크업하고 파티에 참석했다가 끝나면 바로 다음 파티로 이동합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파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 소품은 집에 가져가고 싶다’ ‘파티장이 예쁘다’고 할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그녀는 “무거운 소품을 들고 5층, 10층도 걸어 올라가야 할 때가 있어 남자가 유리한 직업”이라며 “시간 씀씀이가 자유롭기 때문에 아이를 가진 경력 단절녀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했다. 


“요즘엔 저희를 포함해 파티 관련해 여러 협회에서 파티스타일리스트 교육을 해요. 직접 파티 이벤트 업체를 창업하거나 이벤트 관련 업체에서 취업하는 파티스타일리스트가 늘고 있지만, 아직 사람이 부족해요. 요즘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무대를 꾸며달라고 연락 오고 있어요. 파티 문화가 전무한 지방의 여러 기관도 의뢰가 늘고 있어요. 아직 진로를 못 찾으셨나요. 도전해보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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