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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 맞아? 70kg→58kg 살 빼고 방송인으로 변신한 그녀의 정체

조회수 2018. 11. 5. 09: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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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간판 수영스타 은퇴 전후의 삶
혹독한 훈련량과 부상 후유증 탓에 이른 은퇴
수영강사와 방송인으로 '제2인생' "선수 시절보다 훨씬 행복"
자신의 이름 딴 수영교실 여는 것이 최종목표

최근 방송출연과 SNS 사진으로 화제인 엘리트 수영선수 출신 정다래(26)씨는 자신을 ‘미생(未生)’이라고 소개했다. 의외였다. 2000년대 한국 여자 수영선수로는 최고의 성과를 이룩한 선수가 그녀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수영에선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지만 여자수영에선 12년만에 나온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수영은 ‘노골드’였다. 2000년대 들어 총 4차례 펼쳐진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한 여자 수영 금메달리스트가 바로 정씨인 것이다.

출처: 조선DB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확정 직후 울음을 터뜨린 정다래씨(왼쪽). 오른쪽은 시상식 모습

이유를 듣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2015년 1월 공식 은퇴를 선언했던 정씨는 “은퇴 이후 후배 양성을 위해 수영교실을 열려고 했으나 지도자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포기했다”고 했다. 정씨는 현재 일반인을 상대로 서울 남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수영 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직장인’이 된 것이다. 수영 지도자로서의 완생을 꿈꾸는 그녀를 만났다.  

새로운 꿈, 현재는 60%까지 전진

출처: jobsN
정다래씨

정씨가 가르치는 대상은 4살 아이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하다. 직장인도 제법 된다. 강습 스케줄에 따라 일주일 내내 출근할 때도 있지만 하루 일과 자체가 아주 힘든 편은 아니다. 강습 시간은 많으면 하루에 5~6시간, 적으면 2시간 정도다. 수영 강사로 일한지 1년 6개월. 정씨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게 되더군요.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사람까지 개인 차가 심하기 때문에 ‘눈높이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사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타협으로 얻은 직업이다. 정씨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 이른바 체육연금 대상이 아니다. 아시안게임 기준으로는 금메달 2개 이상부터 연금 혜택(정씨 금메달은 1개)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영 선수들은 수영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출처: MBC 캡처
최근 MBC 마리텔에 출연한 정다래씨

강사로 활동하면서도 정씨는 미래의 꿈인 엘리트 수영 지도자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퇴근 이후 주로 하는 일이 수영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유튜브나 유명 수영 사이트에서 엘리트 수영 선수들의 최신 영상을 챙겨 본다. “수영 트렌드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뀝니다. 관심을 계속 갖고 보지 않으면 뒤처지는 거예요. 새로운 꿈을 향한 6부 능선까지 온 것 같습니다.”  


몸 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선수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가 생긴 부분은 몸무게다. 은퇴 직후 70kg까지 불어났던 몸무게를 식이요법을 통해 58kg까지 줄였다. 정씨는 “이대로 가면 몸이 너무 망가질 것 같아 다이어트를 했다”고 했다. 아침에 고구마 1개, 점심엔 샐러드, 저녁엔 고기로 꾸린 식단을 6개월 정도 유지했다. 다이어트 기간엔 탄수화물도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 다만 19인치나 되는 어깨 넓이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퇴할 때가 가장 행복” 

정씨는 수영 얘기만 나오면 진지한 눈빛으로 변했다.  ‘미생 발언’에 이어 반전이 또 하나 있었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기뻤을 때가 금메달 땄을 때, 그리고 은퇴했을 때였다”고 말했다.  수많은 선수 출신들이 영광을 누렸던 선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본인은 예외라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선 모든 것을 했기에 선수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아요."


정씨는 작심한 듯 화려함에 가려진 현실을 이야기했다. 7살 때 수영을 시작한 그녀는 10년 넘게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듯한 인생을 반복했다. “새벽 4시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죽어라 운동만 했어요. 정해진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야간에 또 다시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루 8시간만 자도 행복하던 시절이다. ‘깜짝 금메달’로 표현됐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배경엔 혹독한 훈련에 대한 뼈아픈 추억이 있었다. 많은 훈련량에 부상 후유증까지 겹치며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출처: 정다래씨 인스타그램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왼쪽). 오른쪽은 셀카

국가대표 시절 부상 때문에 다친 어깨 근육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주사 치료를 받았고, 무릎 연골은 닳아서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만성적인 허리디스크를 안고 있었으며 발목 부상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세수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이 말이 안 들을 때도 있었지만 대회와 훈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제대로 쉴 틈이 없었다. “비가 오기 전 몸이 먼저 알아요. 무릎과 허리가 쑤시거든요. ‘조만간 비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평생 이렇게 살겠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나요.” 


열악한 훈련 여건도 부상을 부추겼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전지훈련도 중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비인기 종목인 수영에선)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더 배우고 싶은데 못 배운 것도 많고요. 그러나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고, 지금 수영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2016년 엘리트 수영선수를 관리하는 대한수영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의 불법 비리행위로 인해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SNS와 방송으로 ‘수영 전도사’ 

요즘 생활에 대해선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니 행복하다”고 했다. 스스로를 ‘집순이(집안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를 뜻함)’라고 표현한 정씨는 집에서 수영 연구 활동과 함께 고양이 두 마리와 놀아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선수 시절엔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합숙 생활을 했던 것과 달리 자취를 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요즘엔 전시회에 빠져 그나마 외출을 하는 편이라고 한다. 

출처: 정씨 인스타그램·판빙빙 인스타그램
왼쪽 두장은 정다래씨, 오른쪽은 판빙빙

은퇴 이후 SNS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다이어트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중국 톱배우 판빙빙과 닮은꼴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선수 시절엔 SNS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정씨는 “판빙빙과 닮았다는 기사까지 나오더라"며 "저도 사실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어떤 반응을 보이든 욕을 먹을테니 그냥 가만히 있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댓글은 악플까지 다 봐요. 기분 나쁜 것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합니다. 원래 안 좋은 건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우연히 소속사(본부이엔티)를 갖게 되면서 방송에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대표적인 소속 선수인 추성훈씨가 반얀트리 호텔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도 호텔을 자주 가는 편”이라며 “대표님이 수영장에서 일하던 정씨를 발견한 뒤 계약을 제의한 것”이라고 했다. 


본부이엔티는 추성훈과 김동현 등 운동선수 출신이 많은 기획사다. 정씨는 지난 3월 라디오스타, 4월엔 마이리틀텔레비전(이상 MBC)에 출연하며 ‘수영 전도사’로 활약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선 수영 강습을 주제로 촬영을 했다. 정씨는 “수영처럼 이미지에 맞는 제의가 들어온다면 방송에 계속 출연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30살 전까지 많이 여행하기’와 ‘내 이름을 딴 수영교실 만들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출처: 본부이엔티 홈페이지
정다래씨 프로필 사진

“선수 시절 외국에 많이 가긴 했어요. 그러나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정작 ‘다른 나라에 오긴 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대로 구경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나중엔 제 이름을 딴 수영교실을 꼭 열어 후배를 키울 겁니다. 우리나라에 선수 이름을 딴 수영교실은 거의 없거든요.  


제자를 키울만한 환경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많이 응원해주시면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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