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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 '1천만원' 주는 30대 사장님 '꿈을 이뤘어요'

조회수 2018. 11. 5.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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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
배달원이 월급 1000만원도 가져가는 회사
콜센터 없이 컴퓨터로 최적의 배송지 안내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는 아버지 말에 사업

주 72시간 근무, 배달 50건을 소화하면서 보수는 월 200만원 남짓 받는다는 ‘극한직업’ 오토바이 배달원. 대표적인 ‘박봉’ 3D직업이지만 이 회사에선 ‘번듯한 직업’이다. 기존 배달원보다 적게 일하면서(주 60시간) 월급 1000만원을 받기도 한다. 배달시장에 바람을 일으킨 배달대행 기업 메쉬코리아(MeshKorea) 이야기다.  


메쉬코리아는 별도 콜센터 없이 오토바이 배달업에 뛰어든 회사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컴퓨터 솔루션 '부릉'으로 배달원이 배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물건 무게, 개수를 파악하고 배달원에게 배송지를 안내한다. 최단 주행 거리,주행거리상 장애물도 알려준다. 버거킹·맥도날드·CJ대한통운·이마트·신세계 등 수십곳이 넘는 국내 기업(화주)들과 계약을 맺고 배달음식과 각종 생필품을 배송한다. 전국에서 처리하는 매달 배송 물량은 50만~60만건. 

출처: jobsN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이를 위해 전국 곳곳의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해 배달 1만3000여명(메쉬코리아 전담기사는 3000여명)을 간접 고용하고 있다. 배달원은 소속 배달업체에서 기본급을 받고, 실적에 따라 메쉬코리아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로 월급을 늘리는 구조다. 이들은 웬만한 대기업 직원 못지않은 수입을 올린다. 배달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400만원이 넘고 일부는 월수입 1000만원을 찍는다. 경쟁 배달업체인 '띵똥'의 경우, 실적이 좋은 배달원에게 연봉을 8000만원까지 주는데 경쟁업체보다 많은 것이다.


“배달원 월급이 제 월급보다 많아요. 그게 자랑스럽습니다. 제 창업 목표 중 하나가 처우가 열악한 배달원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이었거든요.” 2012년 메쉬코리아를 설립한 유정범(35) 대표의 말이다. 지금까지 여러 벤처캐피탈사들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았으며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지난해 전국 40여곳에 배달원 휴게실(부릉 스테이션)을 개설하면서 소폭 적자를 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1원을 만드는 회사’라는 목표를 가진 유 대표의 창업기를 들어봤다.

출처: 메쉬코리아 제공
메쉬코리아 배달원 쉼터 부릉 스테이션(왼쪽)과 기사 교육을 받는 사람들

배달원이 월급 1000만원 받는 비결 

-일반 배달 대행업체와 무엇이 다릅니까. 

“다른 업체처럼 해당 외식업체나 할인매장에서 물건을 찾아 고객에게 배달합니다. 그러나 다른 경쟁업체랑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배달 콜을 전달하는 콜센터가 없고 배송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알고리즘 솔루션으로 배달원 배송을 관리한다는 겁니다. 보통 콜센터를 낀 배달업체는 배송 건당 200원을 운임료에서 떼어 콜센터에게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마진을 아껴 배달원에게 지급해요. 또 기존 배달원은 자신의 습관과 노하우에 의존해 배송 루트를 정했는데 이게 비효율적일 때가 많았어요. 최단거리가 아닌데도 자기가 아는 길만 고수했거든요. 우린 거리가 가깝더라도 가파른 언덕이 있으면 우회 경로를 앱으로 알려드려요. 


둘째 멀티 로딩(multi loading)입니다. 보통 배달원은 특정 외식업체에 상주하면서 배달이 있을 때만 한 개씩 배달하고 배달 콜이 올 때까지 대기합니다. 그러나 우린 오토바이로 한번 출발했을 때 여러 화주의 물건을 배송해요. A햄버거집→ B피자집→C음료수집을 차례대로 가는 겁니다. 건당 이동거리는 1~3KM 정도로 길지 않습니다. 배달 거리를 최소화하고, 배송을 늘리면 수익이 늘어납니다. 기존에는 아무리 배송거리가 멀어도, 물건이 무거워도 더 많은 돈을 받기 어려웠어요. 


효과가 큽니다. A 햄버거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하루에 10건 처리하다 우리 '부릉' 서비스를 쓰면서 배송 물량이 30건으로 늘었어요. 한 업체는 배달 시간 지연으로 고객의 주문 취소율이 30%가 넘었는데  부릉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30분 내 배송률도 98%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경쟁사에 비해 화주들로부터 운임료도 꽤 높게 받고 있습니다.” 

출처: 메쉬코리아 제공
배송거리를 최소화한 메쉬코리아의 지도(왼쪽)와 솔루션 개념도.배달원들은 ‘부릉’이라는 기사앱으로 배송 주문과 지역을 확인하고 화면에 안내하는 배송루트를 따라간다.

-인센티브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실적에 따라 A~D급 기사로 나눕니다. A급 기사는 하루 50건 이상, B등급은 30~50건, C등급은 10~30건, D등급은 10건 정도 배송합니다. 고객이 물건을 받았을 때 만족감과 약속시간 엄수여부도 실적에 따집니다. 화주로부터 받는 배송 건당 운임료의 90%를 A급 기사에게 지급합니다.여러 A급 기사들이 월 1000만원 이상 벌어요. 이렇게 받기 위해 주6일을 넘어 주7일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 거의 ‘역마진’입니다. 그러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기사에게 마진을 거의 떼지 않아요. B등급 기사는  운임료의 60%, C등급은 40% 정도를 받습니다. 실적과 서비스 품질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겁니다. 공개할 수 없지만 배달에서 발생하는 일정 수익을 배달원이 소속된 배달업체에게도 지급합니다.” 


-더 많은 실적을 올리려고 하면 위험하게 주행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많은 배달 사고 문제가 ‘재촉’ 때문에 일어납니다. 청담동에 치킨을 배달하는데 치킨집 사장이 전화해 ‘대치동 손님이 빨리 와 달라고 하니까 거기부터 가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배달 시간에 맞춰 정해진 배송 루트를 따라가면 그런 문제가 없어요. 또 배달기사 휴게소를 배송지와 물건 픽업지 중간에 둬 충분히 쉴 수 있습니다. 피곤하면  배송요청을 거부할 수 있어요. 본인에게 날아온 배송 요청을 다른 기사에게 패스합니다.” 


-배달원들의 생태계를 어떻게 바꿨습니까. 

“기존 배달원은 하루 14시간 일하고 30건 배송했다면 우리 배달원들은 하루 10시간쯤 일하고 30건 배송합니다. 근무시간은 8시간으로 단축할 예정입니다. 월급은 기존 배달원이 받던 수준의 30%이상 오른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배달업체 대표들이 임금을 수동으로 정산하면서 임금체불이 많았습니다. 지금 우리 배달원들은 삶이 질이 달라졌습니다. 목숨을 건 질주, 과도한 업무 없이도 충분히 돈을 법니다."  


-쿠팡같은 회사들은 배달원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배달원을 직접 고용했는데. 

“사실 쿠팡같은 직접 고용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고용으로 ‘잘하는 만큼 더 버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일단 실적이 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고정 급여를 보장합니다. 그게 양날의 검입니다. 하루에 50건, 60건을 배달해도 고정 급여가 나오고 성과급 비중이 작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달기사들의 사기는 떨어집니다.” 

출처: 메쉬코리아 제공
배달원의 복장과 오토바이(왼쪽, 가운데)와 배달원 스마트폰 앱에 뜨는 배송 루트

 “다른 사람에게 도움되는 사람 되라”는 아버지 말에 창업 

-급여 말고 도입한 다른 혜택이 있습니까. 

“블루투스가 연결된 헬멧을 제작해 전부 지급했어요. 한 손으로 전화하며 위험하게 운전할 필요 없습니다. 우비, 조끼, 배달가방도 드립니다. 대당 300만~400만원짜리 125㏄ 오토바이를 1000여대를 사서 무이자 할부로 제공 중입니다. 많은 배달원은 50㏄를 쓰는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전 배달원을 사고 보상 보험에 가입시켰습니다. 사고율이 기존 배달원에 비해 100분의1 수준으로 낮아 보험가입이 가능했어요. 현장 배달원들의 처우 개선에만 지금까지 1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투자자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주주총회를 하면 온종일 걸립니다. ‘배달원 처우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 ‘오토바이를 제공하더라도 리스나 렌트 형태로 수익을 붙여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 무이자 할부는 손해다’는 식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안 하면 장기적으로 성공 못한다’고 끝까지 맞섰습니다. 2014년 한때 투자사들이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나와  회사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지금 그 회사들은 그때 투자를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배달원 처우만큼 사내 직원들의 처우에도 신경을 쓴다고 했다. “경영자는 직원을 등에 업고 가는 운명입니다. 지난해는 일 잘한 직원 연봉을 33% 올려주기도 했어요. 경력 사원들은 전 직장에서 받는 2배 수준을 주고 데려오기도 합니다. ‘내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고 면접에서 말하는 직원은 우대합니다. 그게 본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울 강남 삼성동에 있는 회사에 200여명이 근무한다. 

유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과에 진학했다.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모직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 미국에서 자랐다. 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받았다. 그 사이 아버지는 회사를 퇴사해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2011년 말 비보(悲報)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암 말기라는 소식이었다.  


“아버지는 회사 시절 주위에 사람이 넘쳐 났습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없었습니다. 숨지기 3일 전에 이런 말씀을 했어요. ‘평생 금융인으로 살면 남의 삶에 고춧가루만 뿌린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 너도 나중에 도움받을 수 있다’”  


아버지 말을 듣고  지인들과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병역특례로 한 IT업체에서 근무했을 때 지금의 메쉬코리아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습니다. 반응은 좋았지만, 병역특례 중이었기 때문에 무의미했습니다. 그걸 되살렸어요. 배달 시장은 투명한 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달원들이 당당하게 일해 돈을 벌게 하고, 업계도 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 

-영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배달 대행업체를 하루에 10곳 이상 찾아다녔습니다. 가게에 못 들어오게 소리 지르거나 명함을 칼로 자르는 사장님도 있었습니다. 육두문자를 쓰며 ‘죽여버리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 출신이라고 하면 ‘커피 파는  나라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배달원들의 근무환경과 능률이 오를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6개월 만에 배달업체와 첫 계약을 맺었습니다. ‘온더 보더’란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어요.”  


-창업에 대해 조언한다면. 

“3~4년 버티고 지금 드는 생각은 저 같은 사람은 창업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사실 숫자를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경영자와 창업자는 남의 인생을 책임지는 공인입니다. 직장인 생활을 하며 모은 돈 수억원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창업 후 2년 가까이 수익이 나지 않아 제 돈으로 직원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회사가 어렵더라도 직원을 책임지지 못할 거면 창업하면 안 됩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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