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젠 제약회사 1등 영업맨 입니다"

조회수 2018. 11. 5. 10: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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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영업맨, 일주일 동안 약국 100군데 돌아
영업 8할은 사람과 친해지기, 참는 건 기본
'영업'과 '사격'은 비슷, 성실함으로 자기와의 싸움해야
전국대회 금메달보다 영업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목윤균(26)씨는 공기소총 10m 부문 청소년 사격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2학년 때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다.


그런 그가 총잡이를 포기하고 제약회사 영업맨으로 변신했다. 2016년 1월 일양약품에 입사했다. 하루 5~6시간씩 운동장을 뛰면서 사격 점수판 한가운데만 바라보던 그는 이제 매일 경남지역 약국을 돌며 약사를 만난다. 매일 함께하던 5kg에 가까운 공기소총 대신 의약품 설명이 빼곡한 종이를 손에 들고 다닌다.


사격선수와 영업맨의 삶 중 어떤 게 더 힘드냐고 묻자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운동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운동만 하면 됐거든요. 시간 되면 운동장 달리고 총 쏘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래도 생각해야 하고 영업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도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또 여러 사람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는 어떤 삶을 살까.  

출처: /목윤균씨 제공
목윤균씨 모습

◇제약회사 영업맨, 일주일 동안 약국 100군데 돌아

아침 일과는 8시까지 출근해 회사에서 시작한다. 사무실은 경남 마산시 내서읍에 있다. 동료들과 회의를 마치고 어떤 지역 약국을 돌며 어떻게 제품을 알릴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컴퓨터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사 공지를 파악하는데 한 시간쯤 걸린다. 그리고 나면 본격적인 영업시간이다. 오전 9시부터 퇴근하기 전까지 약국을 방문해 약사를 만난다.


"한 사람 당 맡아야 하는 약국이 80~100개 정도 됩니다. 경상남도 창원, 마산, 고성, 통영, 밀양, 진해가 제 구역입니다.”


같은 회사 영업사원끼리도 구역이 일부는 겹치기도 한다. 월~금요일 5일 동안 100군데 약국을 돌려면 하루 평균 20군데를 들려야 한다.


“굳이 약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제품 설명서 보여드리면서 설명해드리면 대부분 잘 아세요, 약사가 약을 주문하면 회사에 주문서를 넣고 실적이 쌓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감기약을 파는 일이다. 제약회사마다 비슷한 감기약을 만들기 때문이다. “감기약들은 성분도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회사와 크게 차별화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 만만치 않다. “차이점을 찾아야 합니다. 저희 제품이 싼 게 장점이면 그 부분을 강조합니다. 값도 비슷하다면 하다못해 디자인이 예쁘다는 걸 강조할 때도 있습니다.”  

출처: 일양약품 홈페이지 캡처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좌) 일양약품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효능이 적힌 설명서(우)

◇영업의 8할은 사람과 친해지기, 기분 나빠도 참는 건 기본

영업의 8할은 사람과 친해지는 데 있다. “하루 종일 약 이야기를 전혀 안 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제 관심사나 연애 이야기만 할 때도 있죠. 그러면 약사님이 딸 연애에 대한 고민도 얘기합니다. 그렇게 친해져야 합니다.” 수명이 다해 깜빡깜빡하는 전구 갈아주기, 동전 바꿔다 주기 같은 간단한 심부름도 한다. “약사님이 낮에 약국을 비울 수 없으니까 작은 일은 제가 대신해드립니다. 그러다 약이 떨어졌을 때 생각이 났다며 약을 주문합니다."


목씨는 팀 선배들에게 매일 노하우를 배운다고 했다. “저희 팀은 4명 밖에 안돼서 다들 친합니다. 고민도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한 번은 감기약을 팔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꺼번에 많이 팔려고 하니 이를 부담스러워한 약사가 구매를 꺼린 것이다. “선배가 일단 조금이라도 약국에 넣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약국에서 약을 다 팔면 조금씩 늘려서 더 주문하고 그렇게 수량을 늘려가는 거라고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A약사는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을, B약사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흔히 영업사원은 술자리에 자주 갈 것 같다는 오해도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병원 담당하는 영업사원은 저녁 약속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는 환자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영업사원이 낮에는 의사를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일부러 진료받는다고 들어가서 의사와 이야기하거나 밥 약속을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국 담당 영업사원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약국에 손님만 없으면 약사와 아무 때나 말할 수 있습니다. 굳이 저녁 약속을 자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려움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약사도 있습니다. 약이 품절 상태인데도 ‘내일 당장 가져오라’고도 요구합니다.” 이럴 땐 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약 값을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재량으로는 이런 조건을 맞춰줄 수 없다. 약국에서만 쓸 수 있는 특수 비닐봉지나 회사에서 나오는 비타민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며 협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2016년 한 해 동안 입사동기 30명 중 2위의 실적을 올렸다. 얼마나 팔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017년 3월에는 회사에서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했다.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초봉은 4000만 원, 실적에 따라 성과급은 따로 나온다. “많이 받는 사람은 분기에 500만~600만원을 받기도 하고 차이가 큽니다.” 사회 초년생치고 소득이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출처: K스포츠TV화면 캡처, 목윤균씨 제공
2010년 19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에 출전한 목윤균씨(왼쪽, 가운데)와 그가 받은 메달 (오른쪽)

◇전국대회 입상만 40여차례, '연습선수' 소리에 상처도


영업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더니 운동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싶었다고 했다. 중학교때부터 10m 공기소총 사격선수로 활동했다. 고등학교는 대전체육고등학교를 나왔다. 대전지역을 통틀어 이 종목을 훈련하는 학교는 대전체고뿐이었다는게 이유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10m 소총 사격 만점은 600점. 그는 580~590점대 초반을 유지했다. 10m 소총 선수는 한 경기에 60발을 쏜다. 560~570정 정도를 쏘면 하위권, 570~580점이 중위권, 580점 이상이면 상위권에 든다고 했다. 590점 이상이면 최상위권이다. “평균 점수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입니다.”


훈련은 힘들었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훈련을 했다. 새벽 운동은 오전 5시 50분~ 7시, 오후 운동은 오후 2시 30분~, 6시, 야간 운동은 저녁 8시~9시 30분까지 이뤄진다. “방학에는 오전 운동이라고 해서 오전 9시~정오에도 운동했습니다.”


대부분 하체 운동에 시간을 썼다. 조금 편한 운동이 걷기나 산책, 강도가 세지면 등산과 달리기로 넘어간다.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단거리보다 지구력을 기르는데 유리한 장거리 달리기가 훈련의 대부분이다. 하체가 튼튼해야 서있을 때 중심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소총 선수들은 상체운동을 하지 않아요. 근육이 커지면 심장박동이 세져서 총이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사격에 불리하거든요.”


경남대 경호비서학부를 나왔다. 경남대는 사격 세계에서 명문학교 중 하나로 꼽힌다. 올림픽에서 3번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 선수도 경남대학교 출신이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전국대회를 10여 차례 휩쓸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올림픽 선수 선발전 성적이 연습때나 전국체전에서 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연습선수’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속상했습니다.” 게다가 10m 소총은 출전권이 거의 없는 종목이었다. “티켓 수에 따라 몇 명이 올림픽에 나갈지 결정되는데, 10m 소총은 출전 티켓이 한 장 나오면 많이 나옵니다."


일부 국가대표나 프로 스포츠 선수는 군 입대 후 상무팀에서 활동하거나, 경찰 체육단에 들어간다. 병역을 이행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쉬지 안고 훈련할 수 있어 많은 선수들이 이 길을 걷길 원한다. 그러나 그는 경찰 체육단이나 상무팀에 뽑히지 못했다.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고 했다.


“훈련을 봐주는 사람도 없고 제가 혼자서 사격을 잘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운동 말고 차라리 다른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이 영업이었다.  

출처: 경남대학교 제공
목윤균씨(좌), 2011년 제 20회 경찰청장기 사격대회 남자대표 10m 소총 단체 우승 후 목윤균씨(맨 오른쪽)와 경남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찍은 사진

◇'영업'과 '사격'은 비슷, 성실함으로 자기와의 싸움 해야


영업과 사격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쉬려면 얼마든지 쉴 수 있습니다. 누가 참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영업은 하루하루 쌓은 실적을 월말에 평가받는다. 사격도 매일 점수로 평가받는다. 최종 결과는 전국대회나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평가한다. 정해놓은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한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도 영업이 더 어렵다고 느끼는 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불경기에 소비가 줄면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요즘 경남지역이 조선소 불황 문제로 타격이 큽니다. 영업사원들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성실함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꾸준히 돌아야죠, 스스로와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후배에게 멋지게 조언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네요.”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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