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30곳 탈락한 문과생, 매출10조 日대기업 합격

조회수 2018. 11. 5.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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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 3년차 직원의 솔직담백 해외취업 이야기
NTT커뮤니케이션 다니는 3년차 영업지원부 사원 구성민씨
오후 5시30분 칼퇴근, 휴가 30일 '복지가 좋다'
한국 대기업은 다 떨어졌지만, 일본 기업엔 하루만에 합격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지난해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은 97.3%에 달한다. 취업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직장을 얻는 셈이다. 한국에서 취업 못해 일본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 수는 4만821명. 2015년에 비해 16.1% 증가했다.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에서 동양 철학을 전공한 구성민(29)씨도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 학점 3.8, 토익 880점, 외교통상부 학생 기자, 중소기업 인턴(3개월), 일본 오카야마 대학 교환학생(1년)이 주요 스펙이다.


2012년 국내 주요 기업 30여 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광탈’(광속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그러나 2013년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엔 한 번에 합격했다. NTT커뮤니케이션은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그룹 소속사다.


직원 22만4250명을 거느린 NTT 그룹은 매출 10조엔(약 100조원·2015년기준)을 낸 글로벌 초우량 기업집단이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NTT커뮤니케이션도 매출 1조3000억엔(약 10조원)을 낸 알짜 계열사다. 전 세계 1만3000개 기업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도전을 안 했다면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분일지 몰라요. 한국에선 알아주지 않았던 제 스펙이 일본에선 통했습니다. 한 번에 붙었어요. ”3년차 사원인 구씨의 업무와 복지 수준, 현지 적응 과정, 취업 비결을 정리해봤다.

출처: 구씨 제공
구성민씨

1. 오후 5시 30분 정시에 퇴근하는 글로벌 기업

영업지원부 3년 차 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서 직원은 500명이고,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 2명입니다. 판매한 제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추가 영업이 가능하도록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 핵심 업무입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들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마케팅·IT·서비스 부서에 알려 해결합니다. 고객 보상 문제도 직접 처리합니다. 또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싶다’는 기업이 있으면 영업팀과 연결해줍니다.


보수는 한국 대기업에 비해 낮아요. 초봉은 3000만원, 지금은 3500만원으로 올랐어요. 6월과 12월엔 보너스를 받아요. 2차례에 걸쳐 매년 기본급의 200% 정도를 받습니다. 돈은 많이 번다고 할 순 없지만 만족합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 30분에 퇴근합니다. 한국 기업은 야근이 빈번하잖아요. NTT커뮤니케이션은 오후 8시에 불이 꺼집니다.

야근을 더 하고 싶으면 밤 9시 30분까지 끝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회사 정문을 잠그기 때문에 무조건 나가야 해요. 잔업을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싫어요. 휴가는 연 30일 갑니다. 법에서 보장한 휴가 20일 외 여름과 연말 휴가를 별도로 가요. 회사서 준 복지 카드를 연간 5만엔(50만원)쯤 사용합니다. 또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는다는 점도 좋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캡처
일본 도쿄에 있는 NTT 본사와 로고

2. 특유의 기업 ‘행동 메뉴얼’ 적응 쉽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일본에 진출한 가수 보아의 팬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어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일본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에는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일본어로 말을 할 줄 알지만 그래도 외국인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가끔 북한이나 한국 정치에 대해 질문이 나올 때면 어떻게 답할지 난감합니다.


무엇보다 기업 문화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모든 행동을 직함 순서대로 하거든요. 예를 들어 명함 교환 방법이 있어요. 부장, 과장님과 고객들을 만났을 때 상사가 명함을 교환한 다음에 제가 명함을 내밀 수 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고객은 무조건 안쪽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막내가 문 앞에 서 층 수 버튼을 눌러야 해요. 택시를 타면 막내가 앞자리에 착석해 법인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고객과 헤어질 때는 고객이 눈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푹 숙입니다.


일본 기업의 영업 부서에서 일하면 모두 이렇게 행동하라는 메뉴얼을 읽고어야 합니다. 일본은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입니다. 기업문화에 빨리 적응해야 합니다.


3. 한 달 생활비는 약 150만원‥주말엔 댄스 동호회 활동

 NTT커뮤니케이션은 동경 중심인 긴자(銀座) 근처에 있습니다. 지하철로 20분 가면 나오는 이타바시역(板橋) 근처에 살아요. 작은 원룸인데 월세 7만엔(약 70만원)을 냅니다. 도쿄는 집값이 비싼데 운 좋게 매우 싼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점심은 구내식당에 가서 먹거나 일본 편의점에서 6000~7000원쯤에 파는 즉석밥(辨當)을 주로 동료 직원들과 사 먹어요. 한 달 생활비는 150만원쯤 듭니다. 주말에 여행을 많이 다녀 저축을 많이 못했습니다.


취미는 K팝 댄스를 추는 거에요. 대학 시절부터 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K팝 댄스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주말에 종종 동호회원 끼리 춤을 연습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행사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출처: 구씨 제공
회사 동료들과 식사하는 모습

4. 일본 기업은 신입 채용 할 때 전공 안 본다

원래 동아시아 사상에 관심이 많아 동양철학을 전공했어요. 대외활동은 친구들이 하는 만큼 따라 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4학년 때 삼성·현대차 등 30곳에 지원했는데 모두 탈락했습니다. 전공이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대기업은 지원하면 다 떨어지더군요.


대안을 찾다가 정부에서 주관하는 해외 취업박람회가 매년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또 일본 기업은 신입 공채를 할 때 전공을 안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은 보통 상경계열 출신을 경영기획이나 회계 분야 직원으로 채용하잖아요. 그러나 일본 대기업들은 ‘종합직’이란 직군으로 전공에 상관없이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 직무와 배치 부서는 채용 이후 결정합니다. 

출처: 구씨 제공
회사 동료들과 함께

5. 1년간 취업준비‥일본 드라마 100편 시청

해외 취업박람회에서 일본 기업들은 현장에서 1~3차 면접을 몰아서 보고 채용을 결정하거나, 1차 면접을 보고 합격자에 한해 다음에 2차 면접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NTT커뮤니케이션, 가와사키 중공업, 야마토 운수, 신일철 솔루션 4개 기업에 지원했습니다. 4개 기업 모두 하루에 면접을 몰아서 진행하고 합격자를 결정했어요. 이 가운데 NTT커뮤니케이션에 붙었습니다.


준비를 1년쯤 한 것 같아요. 일본어 공부가 곧 취업 공부입니다. 1년간 일본 드라마만 100편쯤 봤어요. 일본 취업 스터디를 꾸려 면접 질문도 수백개 이상 뽑아 매일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일본 사람들이 즐겨 쓰는 일본말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연결다리’란 뜻의 카케하시(掛橋)란 단어가 있어요. 일본 비즈니스에서 잘 쓰이는 표현이거든요. ‘한국과 일본의 연결다리가 되겠다’고 표현할 때 카케하시란 단어를 쓰면 상대방에게 ‘일본어 좀 쓸 줄 안다’는 인상을 줍니다. 교환학생 시절 사귄 일본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계속 이 표현, 저 표현을 물어봤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철학 공부를 기반으로 소통을 잘할 자신이 있다’는 식으로 썼습니다.  

출처: 구씨 제공

6.평범한 스펙을 내밀었더니 “이렇게 많은 대외활동 어떻게 다 했나” 놀라

"면접을 볼 때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제 스펙을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짧은 대학 생활 동안 이 많은 대외 활동을 어떻게 다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가 더 놀랐어요. 사실 교환학생·배낭여행·학생기자 활동 정도는 한국에선 내세울만한 스펙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일본에서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일본 대학생은 휴학을 잘 안 해요. 대부분 학생이 22살에 졸업하는데 별다른 스펙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안 해도 취업에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흔한 스펙도 일본에선 상당히 인정을 받습니다. 한국에선 토익 880점은 뛰어난 점수가 아니지만 일본에선 높은 점수에요. 일본 문과 졸업생의 토익 점수는 보통 600~700점, 공대는 400~500점이에요. 그 점수를 입사 지원서에 자랑스럽게 써냅니다.


면접에서는 ‘왜 일본에 가고 싶냐’ ‘강점과 약점을 영어로 말해보라’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데 첫 인상은 어떤가’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IT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았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유년시절 랜선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정도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NTT에서 근무하고 싶다’, ‘일본 교환학생 시절 친절한 일본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가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식으로 어필했습니다. 하루 만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대기업은 1차 면접도 못 갔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7. 문과 출신이라면 꼭 고려해봐라

외국인이 일본 중소기업에 합격하면 2~3년 짜리 취업비자가 나옵니다. 그러나 NTT 같은 대기업은 5년 짜리 취업비자가 나와요. 회사에서 관리해주기 때문에 제가 별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취업이 어려운 문과 출신, 또 여성이라면 해외 취업을 꼭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사회생활을 해외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려워요. 외로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해소하지 못하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근로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 근무 경력을 갖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해외 취업 공부는 언어 공부잖아요. 만약 해외 취업이 되지 않는다 해도 미래에 써먹을 좋은 언어 능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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