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억 회사 대표에서 분식집 배달부가 된 사연

조회수 2018. 11. 5. 14: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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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매장 도우려 배달 POS 만든 유니타스
배달 시장 커져 사내벤처 '푸드테크'로 분사
직접 배달업체 운영하며 시스템에 반영

2016년 5월 문을 연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 신정동점. 배달원 5명 중 최고령은 강병태(54)씨였다. 개업준비를 하던 2015년 12월 오토바이 면허를 땄다.


강씨는 사실 연매출 90억원인 회사 '유니타스' 대표이기도 하다. 사업 영역은 두 가지다. 금융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과 배달POS(포스·점포 판매관리 시스템)를 만든다. 그는 치킨업계 숨은 대왕으로 불린다.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70% 가량이 유니타스에서 만든 배달POS를 쓰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자영업자의 불편함을 체험하기 위해 2016년 실제 배달 가맹점인 스쿨푸드를 냈다. 본인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고 현장을 누빈 경험에서 얻은 불편함을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시켰다. 그렇게 도입한 제도가 '원콜 시스템'. 지금까지 POS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업주들이 담당 회사에 따로 따로 연락해야 했다. 그런데 심야 배달이 많은 업체를 위해 POS 서비스 상담을 새벽 3시까지 하도록 바꾼 것이다.


금융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던 유니타스가 배달POS 시장에 진출한 건 2008년이다. 배달이 많은 치킨 매장에 맞춰 개발했다. 기존 POS가 결제만 하는 수단이었다면, 유니타스 제품은 결제와 주문, 배송까지 처리할 수 있다. 기존 POS에 불만이 많았던 자영업자들은 '명품 POS'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후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제휴 매장이 1만개로 늘었다. 배달의 민족·요기요 등 6개 배달앱 업체와 제트콜·바로고 등 7개 배달대행 업체도 유니타스 배달POS에 연동된다.


알짜 강소기업을 만든 강 대표는 오는 4월부터 스타트업 대표가 된다. 배달POS를 중심으로 배달 O2O서비스를 하는 사내 벤처 '푸드테크'가 분사하기 때문이다. 금융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회사는 부사장에게 맡기고 창업자이자 대표가 사내 벤처의 대표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가 다시 도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출처: jobsN, 유니타스 제공
강병태 유니타스 대표는 배달매장 카드결제단말기(POS) 사업을 확대하면서 소상공인이 겪는 문제를 체험하기 위해 2016년 배달 매장을 냈다. 떡볶이 등 분식을 주로 파는 프랜차이즈 '스쿨푸드'의 배달 전문 가맹점.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서 직접 배달도 해봤다. 매장을 경영하면서 알게 된 어려움과 아이디어를 본사에 공유하고, POS서비스에도 접목 시켰다.

'신뢰를 팔았던 영업' 사업 밑천 되다 

1963년생인 강 대표는 인천대학교 물리학과를 나왔다. 1989년 한화유통 갤러리아백화점에 IT 개발자로 입사했다. 이후 한국 AT&T, NCR같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다. 

물리학과를 나와 개발자가 되셨네요.

당시 물리학과를 나오면 취직이 잘 안됐어요. 그때 친구 권유로 쌍용정보통신 컴퓨터교육센터 1기 시험을 봤어요. 시험삼아 봤는데 붙었어요. 컴퓨터를 전혀 몰랐는데 해보니 적성에 딱 맞는 겁니다.

6개월 교육을 받고 개발자로 취업했다. 배송·배차 등 물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영업 분야 경력을 쌓았다. 그는 "늦게 시작해서 후회하는 두 가지가 영업과 사업"이라고 했다. 

영업사원의 길을 왜 선택했나요.

1990년대 말에 AT&T로 옮겼는데 가만 보니까 영업이 최고예요. 나도 영업하겠다고 했지. 처음엔 안 시켜줘요. 우락부락하게 생겼지, 말도 더듬지 하니까 안된다는 거예요. 한 달 뒤에 다시 가서 '영업 안 시켜주면 그만둔다'해서 맡게 됐죠.

영업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영업은 물건이 아니라 신뢰를 팔아야 합니다. 때로는 고객에게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물 주고 술 접대해서는 오래 못 갑니다. 저는 주말농장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서 가족들끼리 만나곤 했습니다. 사무적으로 대하는 평일과 달리 주말에 만나면 빨리 친해집니다.

당시 팀원 3명과 일하면서 매년 100억원 이상 실적을 냈다. 부부동반으로 포상여행도 여러번 갔다. 당시 연봉은 9600만원.


2002년 9월 11일 회사를 관두고 창업했다. 아이템도 없이 덜컥 회사부터 만들었다. 직장동료나 고객으로 만난 4명과 함께였다. 퇴직금 6000만원을 들고 여의도에서 제일 저렴했던 오륜빌딩 10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망하면 어떡하냐"라고 말리는 지인도 있었다. 정작 아내는 "해보고 싶은 것 해보라"며 격려해줬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창업을 하셨네요. 

일단 도전해보는 성격이에요. 회사에서 승진하려면 본사 임원 눈치를 봐야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하더라고요. 내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나를 믿어주는 고객이 있으니까 '뭘 해도 먹고 산다' 자신 있었습니다.
출처: 유니타스 제공
2008년 시작한 배달 매장 전문 POS가 최근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응용 범위가 넓어졌다. 배달앱과 배달 대행업체를 연계한 서비스로 키울 계획이다.

모든 아이디어는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창업한 지 한 달만에 첫 아이템을 정했다. 코인 디스펜서(동전 지급기) 수입. 당시 국내 동전지급기 시장은 일본 글로리사가 100% 점유하고 있었다. 일본 2위 회사 JCM을 찾아갔다. 한국어버전은 있었지만 영업을 못하고 있었다. 

첫 매출은 언제 났나요? 

회사 문 열고 3개월쯤 지나서였죠. 일본 담당자를 만나 대뜸 물었어요. '내가 얻고 싶은 건 한국 독점 판매권이다. 1년에 몇 대 팔아주면 독점권 줄래?' 500대면 된다고 해요. 근데 아무래도 절 못 믿어요. 한국 후지쯔 보증을 받아오겠다고 했죠. 예전 고객이라 저에 대한 신뢰가 있었거든요. 한국 후지쯔에서 보증을 서주고 공동으로 사업을 했습니다.

이마트·테스코 등 대형 할인마트와 거래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할인마트가 늘어날 때라 금방 500대를 다 팔았다. 최소 몇 년간 적자를 견뎌야하는 여느 초기 기업과는 달랐다. 


그가 세운 사업 원칙 3가지 때문이었다. ① 단순히 주문 받아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용역회사를 하지 않는다, ② 큰 시장에는 안 들어간다. 대신 작은 시장에서 1등 한다, ③ 가족·친척·지인에게 돈 빌려달라는 부탁 안한다. 

다음 아이템인 전자서명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아이디어는 전부 고객으로부터 나와요. 할인마트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니 카드를 쓴 후 종이에 서명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대요. 이미지 캡처와 필압 데이터를 분석해 전자서명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마트 관계자들이 '고객들이 서명 안하려고 하면 어떡하냐' 걱정하기에 '서명 거부하면 내가 그 돈 물어주겠다' 말하고 영업했죠. 다행히 거부하는 손님은 없었어요. 국내 상위 10개 유통업체에 전자서명기를 다 팔았습니다.

창업 이래 8년 연속 흑자를 냈다. 금융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들여온 2005년 이후 급성장했다. 정부에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에 위험을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강 대표는 프랑스 페르마사의 총판이 됐다. 이후 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 외환은행 등이 이 프로그램을 썼다.

기존 POS 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했다. 각 배달 앱에서 오는 주문을 따로 받아야 했고, 배달 대행업체에도 일일이 연락해야 했다. 주문 관리를 하기 위해서 점주가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리하기도 했다. 2008년 유니타스가 만든 배달 매장 전용 POS는 이런 불편함을 반영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치킨 배달로 시작 어느새 배달 시장 최강자 

2008년 소규모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배달POS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열악하고 작은 시장에서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타깃은 치킨 매장이었다. 

잘 나가는 금융과 다른 아이템에 도전하셨네요?

이번에도 고객이 아이디어를 줬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였죠. '온라인 주문을 하려면 POS통합이 돼야 하는데 엉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IT 개발에 돈 쓰기 어렵다'…. 제가 물류를 했으니 POS는 전문 분야였습니다. 바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사업 확장을 반대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같이 창업했던 친군데 그때 회사를 나갔어요. 사업이 안정적인데 왜 자꾸 일을 벌이냐는 거였죠. 근데 기업은 성장해야 해요. 1년만 지나도 썩어 들어갑니다. 외부 위기보다 내부 갈등이 참 힘들었습니다.

새로 만든 배달POS시스템은 기존 POS의 단점을 보완했다. 배달이 많은 치킨 매장 특성을 반영했다. 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POS에 입력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가맹점주가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문을 기록했다. ② 고객 정보를 POS프로그램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게 했다. ③ 나이 많은 점주를 위해 POS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첫 고객은 프랜차이즈 회사 제네시스BBQ그룹이었다. 1년 반에 걸쳐 전국 1600개 매장에 깔았다. 처음엔 꺼려했던 점주들이 인건비와 시간이 줄어들자 입소문을 내줬다. 두 번째 고객인 교촌치킨과 계약하기까지 3~4년이 걸렸다. 그때부터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먼저 연락해왔다. 지금은 네네치킨, 굽네치킨 등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70%가 쓴다. 가맹점은 전국 1만개 매장으로 늘었다.


2010년 이후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이 퍼지면서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 배달을 해주는 대행업체도 생겼다. 강 대표는 배달POS에 배달 앱과 대행업체를 연계시켰다. 이를 담당하는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어 '푸드 테크'로이름 지었다. 각 앱을 따로 열지 않고도 배달POS에서 통합관리를 할 수 있다. 


"처음엔 배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 못했어요. 가장 열악한 업종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갑자기 없던 배달 시장이 생긴 셈이에요. 그러다보니 우리 말고 경쟁자도 없어요." 

창업의 기쁨

오는 4월부터 사내벤처 대표로 일할 그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처음 창업을 하던 때처럼 마음이 설레고 뛴다". 푸드테크의 수익 모델은 '사용료'다. 가맹점에는 배달POS 사용료를 매월 받고, 배달 앱과 대행 업체에겐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분사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본사는 금융 리스크를 전담하고, 사내 벤처는 배달POS와 O2O서비스를 전담합니다. 일단 저부터도 스마트폰을 쓰니까 편해요. 화장실에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근처에 둡니다. 사람들의 습관을 바꾼 건 대단한 거거든요. 이 시장이 성장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분야에 대표인 제가 직접 총대를 매고 새 출발하는 겁니다.

푸드테크가 만든 배달POS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저희 모토가 주문부터 배달까지 원스톱 서비스입니다. 그동안 배달 앱 회사는 가맹점에 전용 단말기를 제공하고 유지·보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희가 직접 단말기를 배달업체에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하면 기존 배달 앱 회사들은 POS 관리 비용을 75%나 줄일 수 있어요. 그동안 POS가 불편해 신경쓸 게 많았던 소상공인들은 맛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배달 대행 업체들도 영업·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영업자 고객들에게 먼저 연락이 옵니다.

창업의 기쁨은 무엇입니까? 

요즘 우리 배달POS가 편하다는 자영업자 고객들을 만나면 정말 가슴이 뜁니다. 처음 창업할 때는 직원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신나게 놀자' 입니다. 지금은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그 덕분에 직원들이 다시 신나게 놀고 일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적당히 돈을 벌었으면 편하게 살 수도 있지 않습니까? 

돈을 목표로 창업하면 오래 못 갑니다. 대부분 기업가들은 겉으로는 힘들다고 해도 속으로는 무지 즐기고 있습니다. 일을 즐기지 않으면 사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자로서, 대표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2010년쯤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한 적 있습니다. 돈만 들어가고 도통 결과가 안 나왔습니다. 유망 기술이었지만 접었습니다. 더 버티다가는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었거든요. '언젠가 될 것 같다' 싶은 일도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합니다. 사업은 학교 공부가 아니라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로 봐야 합니다. 대표는 직원들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니까요.

가장 신경 쓰는 복리후생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복지는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네트워크나 시스템에 오류가 났을 때 고치는 일이다 보니 성실하고 참을성 있게 일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내년부터 근무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내년에 '푸드테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도록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사랑받는 배달POS를 만들고 싶습니다. 푸드테크가 국내에서 POS 전문가가 가장 많은 회사로 키우는 장기적 목표입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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