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승환 '사업 실패로 전재산 80억 날려, 새 직업은?

조회수 2018. 11. 5. 14: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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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갈이 삼형제'로 30억 벌었지만‥
사업 실패로 거의 80억원 날려
"사업이란 잘못된 직업 선택‥ 기부와 나눔의 삶으로”

개그맨 성공 30억원 자산가→유아용 셋톱박스 사업으로 2년만에 40억원 탕진→매출 250억원 ‘벌집 삼겹살’ 프랜차이즈 CEO→건설 시행사로 30억원 탕진, 사업 포기‥


지난 20여년간 ‘롤러코스터’처럼 살아온 연예인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2년까지 KBS 개그콘서트 ‘갈갈이 삼형제’로 인기를 모은 개그맨 이승환(43)씨다. 동료 개그맨 박준형, 정종철씨와 ‘무를 주세요’란 유행어를 탄생시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후 15년만에 사업에서 손을 뗀 그는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고 했다.  


“사람이 100억을 모으면, 200억을 벌고 싶고, 300억을 벌고 싶더군요. 지금은 ‘왜 그렇게 살았나’ 후회합니다. 그야말로 바보 같은 인생을 산 겁니다.” 

출처: jobsN
이승환씨

그의 현재 직함은 환경부 산하 국제구호기관 ‘W-재단’의 추진위원장이자 홍보대사. 캄보디아·네팔·시리아·필리핀 등의 기후난민을 대상으로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오지 마을에 필요한 구호물품·식량공급, 생태계 보전에 힘쓴다. 포스코·LG·롯데 등 국내 대기업과 수십곳과 기부를 받아 구호활동을 진행하는데 지난해 세계 곳곳에 100억원(구호물품 포함)을 기부했다.  


다양한 기부사업과 캠페인 활동이 ‘본업’이라는 이씨는 무급으로 일한다. 부업으로 소상공인 대상의 창업 컨설팅 강연을 다니면서 그에게 의뢰가 오는 초기 기업들에게 마케팅 컨설팅도 한다. 월 수입은 6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삼겹살 프랜차이즈 CEO시절 월 순수입이 1억원을 넘던 것과 비교하면 6%도 안된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하다. 지금 내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앞으로 두번 다시 사업하지 않겠다”는 그를 만났다.

출처: jobsN

동료 '연예인 군단' 끌어모아 기부 사업 종횡무진

-무급으로 일한다고요?

'벌집 삼겹살' 프랜차이즈로 꽤 성공했기 때문에 여전히 여러 지자체와 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옵니다. 한달에 4~5차례 강연하는데 시간당 100만~150만원씩 받을 때도 있습니다. 별도로 여러 초기 기업의 마케팅 컨설팅을 해주고 있어요. 여기서도 수입이 발생해 생계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사실 사업으로 거의 80억원 가량을 날렸습니다. 제 돈 뿐 아니라 은행 빚, 지인 투자자 돈도 일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호주머니에 돈은 그만 넣자. 남 돕는 돈을 벌어보자’. 사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2006년부터 한달에 1~2번씩 복지회관을 찾아가 밥차 봉사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색내기’가 아니라 진짜 보람찬 일로 바뀌더군요.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접은 것인가요?

네, 2014년 초에 그만 두고 W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기부가 세상에서 가장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돈이 있는 부자보다 돈이 없는 사람이 더 기부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2014년부터 피지·네팔·캄보디아 등 재난이 발생한 국가를 누볐습니다. 불빛이 들어오지 않거나 물이 없어 생수 한병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번은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식사를 같이 했어요. 그런데 한 일가족이 감사하다며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온 거에요. 재단 직원들과 함께 돈을 모아 택시비를 드렸습니다. 위대한 경험이었습니다. 기부의 맛을 알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출처: W재단 제공
지난해 12월 명동에서 열린 자연보전 모금 캠페인 현장(오른쪽)과 조선일보에 보도된 W재단

‘연예인 마당발’인 이씨는 W재단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타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구호단체로 만들었다. 지난해 12월에는 2박 3일간 글로벌 자연보전 기금마련 생방송을 서울 명동에서 진행했다. 골프선수 리디아 고, 방송인 홍석천, 가수 서문탁, 작곡가 윤일상, 배우 홍수아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유지태·장혁·에일리 등 연예인 수십명이 참여해 기금 마련 캠페인송을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선후배 연예인들과 같이 자연보전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과거 돈을 꽤 벌던 시절 어려운 후배들을 많이 도왔어요. 예를 들어 가수 육중완, 슈퍼 주니어 김희철같은 지금 스타들도 과거 무명시절에 제가 행사 잡아주고 용돈을 준 적이 있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도움 받아야 할 때 잊지 않고 다시 도와주었습니다.” 

출처: 방송 캡처
갈갈이 삼형제 시절. 맨 왼쪽이 이승환씨

'갈갈이 삼형제'로 번 30억을 2년만에 날리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상고를 나와 백제예술대에 진학했다. “원래 꿈은 은행원이었어요. 숫자에 밝아서 주산에 관한 여러 자격증을 땄어요.언제부턴가 무대에서 남들 앞에 서는 역할을 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1997년이었다. “면접 때 무표정으로 ‘갈릴리오 갈릴레이는 지구가 둥글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지구는 둥글까요?’ 이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면접관이 나가라는 겁니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붙었습니다.” 


한번에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지만 3년간 무명생활을 했다. “당시 ‘유머일번지’라는 공개 코미디 쇼가 있었습니다. 김미화, 심형래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과 진행한 코너에서 ‘동사무소 방위’(동방) 역할을 맡았거든요. 유일한 대사가 ‘동방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였어요. 그런데 그만 ‘무책임한 책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NG를 낸 거에요. ‘이 친구 완전 XX네. 그만둬라’는 소리를 듣고 3년간 배역을 못 땄습니다.” 


그러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한 갈갈이 삼형제가 히트를 쳤다. “2002년 월드컵 때까지 200회 이상 녹화했습니다. 매일 밤 나이트클럽 사회까지 보고, CF를 찍어 30억원 정도 벌었습니다. 그러다 ‘인기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오래 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이씨 제공
이씨는 벌집 삼겹살시절부터 진행한 밥차봉사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매년 1만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골프선수 리디아 고, 야구 선수 추신수와 함께

-무슨 사업이었습니까.

아용 셋톱박스를 유치원에 팔았습니다. 셋톱박스에 영어와 율동 놀이,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저장하고 TV에 연결해 보는 아이템이었거든요. 2002년에 시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완전 ‘돈 먹는 하마’란 걸 알았습니다. 제품 연구개발(R&D)가 끝나면 마케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문 자회사를 차렸고, 방송 제작사, 공연제작사, 출판사까지 손댔습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홍보를 못하면 망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2003년에만 10억을 까먹었는데 유치원 영업이 어려웠습니다.

100여곳에 셋톱박스를 팔아 매출 3억~4억원 찍었는데, 잔고를 보니까 제 돈 30억원이 다 나갔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투자받은 10억원까지 40억원을 2년만에 날렸습니다.

그는 "가당치 않게 자신감과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고 털어놨다. “제품을 먼저 확실히 만들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일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고 동시에 여러가지를 벌리니 결국 무너졌어요. 결국 1000만원이 없어 부도가 났습니다. 가진 자동차와 아파트도 압류당했어요.” 

-어떤 심정이 들었습니까.

가양대교에 올라갔습니다. 목숨을 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아끼는 선배의 전화가 귓가에 아른거렸어요. ‘외식사업 하자,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었거든요. ‘죽더라도 선배 한번 도와주고 죽자’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W재단 제공
해외에서 기부, 구호 활동에 나선 이승환씨 모습

사업 2번 망해보니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 깨달아

그렇게 2007년 시작한 것이 ‘벌집 삼겹살’이다. 와인과 매실을 이용해 24시간 고기 숙성 작업을 하고, 초벌로 굽고, 손님상에서 고기에 칼집을 내 한번 더 구웠다. “칼집 낸 삼겹살은 양념도 잘 배고 먹기 부드러워 인기가 좋았습니다. 처음엔 매장을 3개열었습니다. 나중엔 전국을 돌며 장사 안 되는 고깃집을 찾아가 가맹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2013년 250억원 매출, 가맹점 320개까지 키웠습니다. 연봉 10억원을 받으며 다시 부자가 됐어요. 빚을 다 갚고 아파트를 4채를 샀고, 좋은 차도 샀습니다.” 하지만 “돈 욕심이 다시 나를 망쳤다”고 했다.  

-어떤 사업에 또 손을 댔나요.

내 능력이면 '삼성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2012년 건설 시행사를 열었어요. 대단위로 여러 채의 빌딩을 짓는 사업이었는데 분양을 마치면 1000억원도 벌 수 있는 비즈니스였어요. 그런데 사기를 당했습니다. 내부 직원 중 한명이 자금을 횡령한 겁니다. 또 최종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금리 대출도 꽤 많이 받았습니다. 보기좋게 2년만에 전재산 30억원을 소진했습니다. 드라마 같습니까. 진짜 벌어진 일이에요. 벌집 삼겹살도 돼지 콜레라 사태가 터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4년 비즈니스에서 손 떼기로 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지분 40%는 그냥 포기하고 맨몸으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어떤 깨달음이 있었습니까.

첫 사업 실패 때는 ‘내가 부족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망할 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결국 직업을 잘못 선택한 거였어요. 돈이 많아도 불행했습니다. 매일 하루 3~4시간 자면서 일만 하고 놀아본 적이 없어요. 돈 자체는 벌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돈이 생기면 활용할 줄 모르고 날릴 줄만 안다는 거에요.
출처: 이씨 제공
벌집삼겹살 CEO시절의 이승환씨와 광고 포스터
사실 돈이 없을 때가 더 행복했습니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누군가에게 강의하고, 조언하고, 무대 앞에 서는 일이 저에게 가장 맞는 일이었습니다. 개그는 30초~1분 단위로 작은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 3분에 크게 터트려야 하거든요? 문제는 사업도 개그처럼 마지막에 크게 터트려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한때 아파트 4채와 고급차를 가졌던 그는 대부분 재산을 처분해 빚을 갚았다. 지금은 전철로 출퇴근 한다. 돈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제가 100원을 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위 10명의 어려운 사람들이 저마다 100원을 버는 꿈을 갖도록 돕고 있어요. 삶의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비결은.

사실 누가 보면 제가 쉽게 돈을 벌었다가, 쉽게 날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잠을 5시간 이상 자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장사가 잘 될 때에도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업에 실패했지만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목표를 바꿨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 가야합니다.

-마케팅 컨설팅을 하는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마케팅 팁을 준다면.

하나만 알면 됩니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라’는 거에요. 제가 컨설팅해준 붕어빵 장사하는 분이 있었어요. 지금 월수입이 1000만원씩 나오는데 비결이 뭘까요. ‘붕어빵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꾸며 인테리어를 화사한 파란색으로 꾸몄어요. 네모난 박스에 붕어빵을 담아 선물용을 제작했고, 팥만 고집하지 않고 ‘슈크림 붕어빵’ ‘단호박 붕어빵’같은 메뉴를 만들어 차별화했습니다.

장마철에 장사가 안 되나요. 기상예보를 보고 비오는 날 전날 일회용 우산을 100개 사두세요. 비오는 날 현수막을 걸어 ‘우리 매장을 방문하면 우산을 드린다’고 홍보하면 사람이 모입니다. 저녁 시간에도 손님이 없나요. 오후 5시에 첫 테이블에 앉는 고객에게 맥주와 사이다를 한병씩 준다고 문에 써 붙이세요. 오후 6시에 올 첫 손님이 오후 5시에 올 겁니다.

-인생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겁니다. 또 매년 사업체 5~6곳의 마케팅을 돕고 싶습니다. 요즘 거울 앞에 서면 당당함을 느낍니다. 내 호주머니만 채우려고 살지 않기에 떳떳합니다. 첫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의 뿌듯함과 설렘이 있지 않습니까. 요즘 제 기분이 그렇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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