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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 '구멍가게가 삼성전자를 이기는 방법은..'

조회수 2018. 11. 5.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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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 단골 만들어야 창업 성공한다
작은회사를 위한 '작은마케팅클리닉' 운영하는 이상훈 대표
상품이 있어서 파는 게 아니라 살 사람이 있어야 파는 것
투자는 마케팅 모델 완성한 뒤 받아야

“광고가 마케팅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고객을 창출하는 게 마케팅입니다. 광고는 그 한 부분일 뿐이지요.”

 

마케팅 전문가 이상훈(51) 컨설턴트는 “대한민국 마케팅 개념은 왜곡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작은마케팅클리닉(작마클)’이라는 컨설팅업체를 운영한다. 스타트업·벤처기업·1인 회사같은 ‘작은 회사’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케팅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출처: jobsN
이상훈 클론컨설팅 대표컨설턴트

1990년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나라기획·인컴기획 등 광고대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시스코 등 해외 유명 IT기업의 마케팅 컨설팅을 해왔다. 마케팅 경력만 20년이 훌쩍 넘는 베테랑이다. 2014년 한 중소기업의 마케팅 컨설팅을 맡은 게 계기가 돼 ‘작은 회사’를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다. “외국계 회사는 물론이고 대기업은 마케팅 시스템이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계획에 따라 광고를 하는 거죠. 그런데 작은 회사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한 채 광고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2014년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강의 대상을 확대했다. “세월호 사건이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있는데, 그걸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내 밥줄이 끊어집니다. 그러니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그런 게 곪아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겁니다. 제가 하는 게 마케팅이잖아요, 마케팅을 제대로 알려주면 사람이 아니라 돈이 우선되는 사회 풍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5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에서도 요청이 쇄도해 지금까지 총 300여 차례나 강의를 진행했다. 스타트업이 삼성전자를 이길 수 있을까. 그에게 작은 회사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1. 마케팅 모델=수익모델+고객 창출 모델


그는 우선 마케팅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마케팅은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마케팅은 비즈니스 그 자체이고, 좁은 의미의 마케팅은 광고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마케팅이 주로 후자의 의미, 즉 ‘마케팅=광고’라는 식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고유의 돈 버는 시스템이 있어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광고로 고객을 모으면 돈을 벌 수 있거든요.”


‘마케팅=비즈니스’라는 개념으로 접근해도 또다시 ‘편견’에 부딪힌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수익모델’이라는 등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모델과 고객 창출 모델 두 가지가 결합한 것이란 게 그의 얘기다. 결국 ‘마케팅 모델=수익모델 + 고객 창출 모델’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수익모델이란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팔면 얼마가 남는다는 식의 얘기다. 고객 창출 모델은 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을 어떻게 끌어모으느냐의 문제다.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이 대표가 마케팅 모델을 설염하기 위해 제시한 깔때기

그는 깔때기(funnel)에 비유해 마케팅 모델을 설명했다. 자신이 파는 상품을 아는 사람이 ‘잠재 고객’. 상품을 사는 고객이 ‘기본 고객’이다. 상품이 마음에 들어 재구매하는 고객이 ‘활성 고객’, 꾸준히 계속 상품을 쓰는 사람이 ‘단골’이다. “대기업은 이 깔때기를 갖고 있어요. 즉, 잠재고객이 몇 명이 들어오면, 몇 명이 물건을 사고, 또 몇 명이 재구매하고 단골이 되는지 계산이 섭니다. 깔때기에 물을 붓듯이 광고나 언론 홍보로 사람을 모아서 깔때기에 넣으면 상품이 팔리고, 돈을 버는 거죠. 그런데 작은 회사는 깔때기가 제대로 안 갖춰져 있어요. 그러니까 광고를 해도 돈을 못 버는 거죠.”

 

2. 상품으로 소통해서 단골 만드는 게 제대로 된 마케팅 모델


그렇다면 작은 회사는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까. 그는 “상품으로 소통해서 단골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우선 상품으로 소통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으면 그걸 팔면 됩니다. 남들보다 글씨를 잘 쓰면 글씨를 팔고, 요리를 잘하면 음식을 팔면 됩니다. 일단 상품을 만들어 팔아보세요. 그걸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상품이 있으니까 파는 게 아니고, 상품을 사 줄 사람이 있으니 판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주위에 내 상품을 사줄 만한 사람 세 사람만 정해서 팔아보세요. 안 사면 왜 안 사는지를 물어보고 상품을 개선해서 또 팔아봅니다. 이 과정이 소통입니다.”

 

이 때문에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感)’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감이 좋아야 소통을 빨리 끝내고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논리적인 사람은 의외로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떨어집니다. 일단 만들어서 팔아봐야 하는데, 논리적인 사람은 데이터를 붙잡고 씨름하거든요. 물론 상품을 만들어서 검증하고, 회사를 키워갈 땐 데이터도 중요합니다. 감이 좋은 사람은 창업을, 논리력이 뛰어난 사람은 창업자를 서포트 하는 게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상품을 만들었다면 고객을 모아야 한다. 작은 회사는 단골을 만들어야 고객 유치 비용이 적게 든다. “전통적인 깔때기 방식의 마케팅 모델로는 고객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은 깔때기에 물 붓듯이 계속 광고하면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는 광고를 지속할 여력이 없습니다. 결국 ‘단골’을 만들고, 그들이 소문을 내주면서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죠.”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1세대, 2세대 마케팅과 3세대 마케팅의 차이

단골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이스북·애플·샤오미 등의 ‘단골 마케팅’, ‘커뮤니티 마케팅’을 참고할 만하다.


“1세대 마케팅은 제품을 파는 데서 끝이 났습니다. 여기서 조금 발전한 2세대 마케팅은 고객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애프터서비스(AS)나 고객관리(CS) 등을 갖다 붙였죠.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머무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애플이냐 샤오미는 고객과 함께 상품을 만들어갔습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팬덤을 만들고, 그들과 같이 상품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평생 고객을 만드는 것이 바로 3세대 마케팅입니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3세대 마케팅 시대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광고하잖아요? 3세대 마케팅에 대한 개념은 갖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실제 회사가 돌아가는 건 아직 '경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2세대 마케팅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타깝죠."


단골 마케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 세상도 변할 것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2세대 마케팅 시대까지는 전쟁이었습니다. 시장 점유율이 중요했죠. 다른 회사와 경쟁해서 이기면 시장점유율을 대폭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선 고객이란 그저 전쟁에서 이긴 뒤 챙기는 전리품이었던 거죠. 그런데 3세대 마케팅 시대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고객 수가 중요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중요한 고객인 거죠. 그러면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요? 평생 함께하려면 등쳐먹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마케팅 프레임' 만드는 도표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그가 적어본 샘플

그는 자동차 생산에 비유해 차체에 해당하는 ‘마케팅 프레임’을 만들고, 엔진에 해당하는 ‘마케팅 엔진’을 만들면 마케팅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아래 그림은 그가 제시한 도표다. 이 도표를 채워보는 것만으로 마케팅 모델의 기초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마케팅 엔진'을 만드는 도표
출처: 이상훈 대표 제공
직접 작성해 본 예시(위에서 부터)

3. ‘내 판’ 만들 때까지 버텨야 한다


마케팅 모델을 만들었어도, ‘내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의 과실을 오롯이 따먹을 수 있다. “세상엔 돈을 버는 방법이 딱 두 가지 있습니다. 취업과 창업입니다. 취업은 내 시간과 돈을 바꾸는 행위입니다. 남이 짜놓은 판에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팔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어요. 그래서 창업을 하죠. 창업은 제품이든 서비스든 내가 만든 상품을 돈과 바꾸는 행위니까 상품을 많이 만들어 팔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남이 짜놓은 판에서 상품을 팔면 취업과 다를 바 없죠.”


하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 모델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창업자들은 ‘알바의 함정’에 빠진다. “당장 생활비를 만들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깔때기를 만들 때까지 버틸 수가 없는 거죠. 그럴 때 창업자의 눈은 ‘알바’로 돌아갑니다.”

출처: 이상훈 대표 페이스북
마케팅 강연 중인 이 대표

그가 말하는 ‘알바’란 유통업체에 납품하거나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기업의 개발용역을 받는 것 등이다. B2C(기업과 개인 간 상거래) 시장에 도전하기엔 어려울 것 같고, 한 곳만 잘 ‘뚫으면’되는 B2B(기업 간 상거래) 시장이 상대적으로 돈을 벌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월급쟁이를 벗어나 내 사업하겠다고 나선 창업자가 다시 고용인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저는 고용형태를 3가지로 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업체 사장입니다. 고용 안정성과 일정 수준의 월급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상(上)급이라면, ‘잘리면’ 돈을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은 중(中)급은 됩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거래처가 계약을 틀어버리면 돈만 못 받는 게 아니라 집이 날아갑니다. 초기 투자금이 상당하거든요. 원청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다 고용안정성도 없고,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하청업체 사장이야말로 하(下)급의 고용직인 셈이죠.”

 

4. 투자 받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내 판’ 만들기의 가장 큰 적(敵)은 투자다. 성장 속도를 조절해가며 '내 판'을 짜야하는데,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우는데 공을 들인다. 그는 “좀 심하게 말하면 주위에 ‘투자 받지 마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예전 창업자들은 지출을 줄여서 버텼습니다. 그런데 요즘 창업자들은 수입을 늘려서 버팁니다. 벤처와 스타트업의 차이는 여기 있습니다. 라면 먹고 굶으면서 버티면 벤처, 밥 먹으며 투자받아서 버티면 스타트업이죠. 요즘 스타트업들 투자를 받으면 광고비로 써요. 제대로 된 마케팅 모델 없이 광고해봐야 고객 확보가 안 됩니다. 당장 다음 달 광고를 안 하면 매출이 뚝 떨어져요.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창업자가 회사의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회사의 중심이 됩니다. 생존비용을 누가 대는지에 따라 회사의 주인이 바뀌거든요.”

 

물론 투자를 아예 받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투자는 마케팅 모델을 다 만들고서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장의 매출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투자받은 돈을 광고비로 꼭 써야 한다면 초기 고객을 모으기 위해 일회성으로 써야지, 지속적으로 쓰면 안 됩니다. 이랬다간 어렵게 일군 회사를 뺏길 수도 있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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