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올 때까지 실력으로 버텨라

조회수 2018. 11. 5.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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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업무, 금융거래, 학습은 물론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소비도 개인용 디바이스로 해결한다. 디지털 공간 속 콘텐츠 자산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측과 해커 사이에 머리싸움도 갈수록 치열하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보안 분야 1위 기업 테르텐의 이영 대표는 정보보안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히려 반갑다. 그는 지난 2월 7일 엔젤투자사 Y-Alliance를 설립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테르텐의 성장과 청년 창업의 기회로 만들어나갈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약 3000만 대 디바이스에 깔린 보안 솔루션


“현재 PC와 모바일 등 약 3000만 대의 디바이스에 저희 테르텐의 보안 솔루션이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바이러스나 압축파일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확산되고, 또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인 셈이죠.”


테르텐 이영 대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로 17년 차 기업 테르텐은 창업 이래 국내 보안 솔루션 분야에서 줄곧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보안, 모바일 내 데이터 보호, 화면 유출 방지 등 기술을 보유한 테르텐의 강점은 디바이스와 콘텐츠 종류 그리고 포맷에 상관없이 쉽고 빠르게 디지털 자산과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특화된 기술력이다.


PC, 모바일, 자동차, 키오스크, IPTV, CCTV, 다양한 이동형 저장장치 등에서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해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 그룹을 비롯해 국내 최대 전자제품 제조사와 자동차 회사, 정부,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구소 등 웬만한 기관들은 테르텐의 제품을 사용한다.


2017년 현재 직원 30명이 1인당 순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매출 50억원을 기대할 만큼 탄탄한 규모를 갖추기까지, 이 대표는 말 그대로 황무지에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는 전형적인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17년 전 예측하고 뛰어들었던 시장이 이제야 열리고 있어요. 제가 너무 빨랐죠? 2000년 창업 당시, 2003년이 되면 전자화폐가 통용되고, 세계가 디지털 하이웨이로 연결되어 택배로 물건을 받듯 디지털 자산이 이동하는 시대가 온다고 믿었어요. 그러면 그 자산을 안전하게 옮겨줄 회사가 필요할 테니 ‘내가 하자’ 그랬죠. 첨단 문서를 너무 많이 본 탓이 컸던 게 분명해요(웃음).”


캔디보다 로봇 짱가를 좋아했던 소녀


이 대표는 국내 ‘보안학’ 1세대 엔지니어다. 어릴 적 당시 소녀들의 스타였던 만화 주인공 ‘캔디’보다 소년들의 우상인 로봇 ‘짱가’의 사진으로 방안을 온통 도배할 만큼 그의 관심은 일찌감치 미래 사회에 가 있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처음 보안학을 만났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정보보안이라는 이슈가 생겼고, 보안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소개됐어요. 당시 국내에선 드물게 보안학을 전공한 교수님의 권유로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의 머릿속에 미래의 디지털 세상이 그려졌다. 인터넷의 발전이 바꿔나갈 세상에서 정보보안은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고, 남보다 먼저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싶었다. 카이스트 입학 후 그는 보안학을 세부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박사과정 5학기를 마칠 무렵 자퇴와 창업을 결정했다.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보다는 실용적인 결과물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2000년,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 3명이 의기투합했다. 디지털 자산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디지털 세상의 DHL(국제 특송 물류 기업)’이 되는 것. 그의 꿈은 분명했다.


냉정한 현실, 원칙 지키면 살아남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겠다고요? 미쳤군요.”


테르텐이 처음 개발한 보안 솔루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시장의 최강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미디어플레이어 프로그램에 아예 보안 솔루션을 탑재해 무료로 제공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자사가 개발한 한 가지 포맷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때문에 유저들은 영화나 만화 등을 다운로드할 때 매번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야 했다. 테르텐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다양한 포맷으로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은 한국의 특성에 맞춰 어느 플레이어든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순간 처음부터 마치 한 몸인 듯 찾아가 딱 붙어 활동하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굵직한 기업 고객은 ‘무조건’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호했고, 작은 기업 고객은 제값을 치르는 데 인색했다. 복제해 사용하는 게 당연한 듯 인식되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보안 솔루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완패시킨 사건이 있었다. 연예인 화보 및 동영상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03년, 해킹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테르텐은 콘텐츠를 해킹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는 데 성공했고,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보다 큰 시장이 필요했던 이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글로벌 IT기업에 기술 테스트를 자청했고, 평가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너무’ 앞선 기술이 오히려 복병이었다.


“그들은 규모가 작은 한국 인터넷 시장에 관심이 없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언제쯤 인도와 중국시장이 열리고, 너희와 함께 할 수 있을까?’라고 묻더군요. 당시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일본조차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었어요. 하물며 중국과 인도라니…. 그냥 짐을 싸서 와야 했죠.”


이후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이 열렸고, 테르텐의 제품을 모듈로 탑재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기회가 온 듯했다. 하지만 곧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PMP는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40여 개의 고객사를 한순간에 잃은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으로 직원의 3분의 1을 내보냈다. 그날 혼자 차 안에서 목 놓아 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이 대표가 꿈꿨던 세상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고, 그동안 앞서 축적해 온 기술은 테르텐의 독보적 경쟁력이 됐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자의 도전장도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


“재정이 어려울 때도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용역 개발은 하지 않았어요. 단일한 버전의 소프트웨어 판매 원칙을 유지했죠. 우리가 잘하는 것, 바로 기술을 확실하게 지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어요. 2020년 상장이 목표입니다. 3~4년 후 테르텐의 정점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엔젤투자사 설립, 청년과 함께 성장 꿈꿔


이 대표는 지난 2월 7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엔젤투자사 Y-Alliance를 설립했다. 2015년 한국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해 올해 2년의 임기를 마친 그는 재임 중 “150여 개의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육성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을 만큼 청년 창업에 관심이 많다.


“저는 평소 ‘창업하지 마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창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창업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가치만으로도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우린 아직 인프라가 부족해요. 그 와중에 여성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더 어려움을 겪어요.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투자 분위기에서 제조분야 창업을 많이 하는 영향도 있고, 남성 위주의 문화가 팽배한 곳에서는 여전히 공정한 경쟁이 어렵죠.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창의력과 감성이 경쟁력이에요. 청년, 특히 여성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기업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죠.”


‘기업의 성공은 운이나, 실패는 실력이다. 운이 올 때까지 실력으로 기업을 지켜내라’는 게 이 대표의 좌우명이다. 오직 실력 하나로 기업을 지켜낸 그가 Y-Alliance를 통해 후배들이 운을 만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미래가 기대된다.


글 jobsN 김미량 객원기자, 사진 김선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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