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력, 무스펙, 한달 15일만 일해도 월 300만원 수입' 삼성, 현대차보다 낫다는 이 직업은?

조회수 2018. 11. 5.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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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회사 대표 2명이 말하는 간판의 세계
간판 시공 일당 20만원 수준 "15일만 일해도 월 300"
경력 쌓았다면 창업도 쉬운편, 리스크도 적어
"불황에도, 미래에도 끄떡없는 황금업종"

“학력도, 스펙도 필요없습니다. 정년도 없는 ‘평생 기술직’입니다. 사지만 멀쩡하면 월수입 300만 이상입니다.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출처: jobsN
'디자인 바로' 이송근 대표(왼쪽)와 '한성 디자인' 김수엽 대표

20년 이상 옥외광고업계, 이른바 간판업계에 몸담고 있는 두 대표가 입을 모아 말했다. 간판회사 ‘디자인 바로’ 대표 이송근(61)씨와 ‘한성 디자인’ 대표 김수엽(53)씨.


이 대표는 “길게 보면 삼성, 현대차보다 낫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간판을 제작하거나 시공하는 ‘간판기사’도 좋고, 창업을 하더라도 리스크가 적다”고 했다. 그러나 간판 사장님들은 같은 고민을 한다. “요즘엔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간판업계 종사자 가운데 30대 이하는 어림잡아 1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요즘 같은 시대에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이들 주장이라면 좋은 직업인데 왜 구인난에 시달리는 걸까. “인지도가 낮은데다 험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송근 대표) “바깥과 단절된 장소에서 일하는 건설 현장직과 달리 길바닥에서 일을 하는게 창피한 것”(김수엽 대표)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대표는 “하지만 알고보면 정말 괜찮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며 “아이들도 모두 대를 이어 이 일을 한다”고 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절박한 사람이라면 우리 이야기를 한 번 속는셈치고 들어주세요." 

출처: 잡코리아·디자인바로 블로그
구인난에 시달리는 간판업계. 왼쪽은 잡코리아에 올라온 간판기사 구인공고. 오른쪽은 보조기사를 구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디자인 바로

◇3년 수련과정, 어떤 것들을 배우나

간판업계에선 보통 4가지로 업무를 분류한다. 제작과 시공, 디자인, 그리고 영업. 제작은 말 그대로 간판을 만드는 일이며 시공은 제작된 간판을 박는 업무다. 디자인은 간판을 디자인하는 일, 영업은 거래선을 확보하고 간판 제작과 시공 주문을 따내는 역할을 한다. 이 중 일부만 다루는 간판회사도 있고, 4가지 업무를 모두 하는 간판회사도 있다. 

출처: 디자인바로 블로그
최근 오픈한 개그우먼 이국주의 가게 '호로록' 간판이 이 대표가 운영하는 디자인바로의 작품이다. 왼쪽은 간판을 만들기전 디자인 시안. 오른쪽은 전기배선 작업을 한 모습

김 대표는 “신체가 자산의 전부라면 제작과 시공으로 업계 커리어를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잡코리아 등에 내는 간판회사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됩니다. 다들 인력난에 시달리니까 웬만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죠. 처음 1년간은 ‘보조기사’로 일합니다. 이때는 연봉이 1800만쯤 되죠. 일종의 수련 과정입니다. 간판 시공은 2~3명이해요. 처음엔 시공을 하러가도 건물 재질이 시멘트인지 블록인지 분간도 못해요. 그러나 경험이 쌓이다보면 현장을 보고 ‘어떻게 시공하면 되겠다’는 감이 섭니다. 3년 정도 경력을 쌓았을 때입니다.”

출처: 디자인바로 블로그
간판 제작이 끝나면 현장으로 이동, 간판을 박고 전기선을 정리한다. 오른쪽은 완성된 간판의 모습.

간판 제작과 시공 기술에 대해 이 대표는 “일종의 종합 노가다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처음엔 경력이 많은 기사를 따라다니며 도구를 들어주는 등 잡일을 한다. 제작 분야에선 간판 내부에 들어가는 전기 배선 작업 기술과 간판 조립을 위해 공구 사용법 등을 익힌다. 시공 분야에선 벽에 앙카 볼트를 박거나 도배를 하는 법 등을 배운다. 때로는 땅도 팔줄 알아야 한다. 이런 기술들을 익히려면 3년쯤 걸린다.


◇불황에도 끄떡없는 ‘월 300 이상’

입문기간 3년을 거쳐 기술을 숙지했다면 계속 회사에 다니거나 아니면 일종의 프리랜서인 ‘일당 기사’로 업계를 누빈다. 김 대표는 “3년 이상 경력의 경우 회사에 남는다면 연봉 3500 전후를 받을 수 있다”며 “워낙 사람이 귀하다보니 상사가 막말이나 잔소리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기술직이기 때문에 회사가 맘에 안 들 경우 이직을 하기 쉽다. 직원이 오히려 ‘갑(甲)’이라는 얘기다. 그는 “갈 곳은 널려 있다”며 “전국에 간판 회사만 2만개”라고 했다. 

출처: 육선정 jobsN 디자이너

아예 회사를 나와 일당기사로 뛰는 방법도 있다. 시공을 할 때마다 일당을 받는다. 수요는 끊임없이 존재하는데 공급은 부족하다. 일당이 20만~22만원선으로 치솟은 상황. 주간 8시간 작업 기준이다. 백화점 등 혼잡한 곳에선 야간 작업을 한다. 이땐 일당이 두배(40만~44만원)로 치솟는다. 불황에 오히려 일당기사의 일감은 늘어난다. 가게가 망하면 새 가게가 들어서고 새로운 간판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출처: 디자인바로 블로그
사다리로 고층 간판작업을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크레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안전성 측면에선 훨씬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크레인을 활용한 간판 시공작업

일당기사는 서로 친한 사람 2~3명끼리 팀을 짜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간판회사에서는 자체 직원만으로 작업량을 충당하기 어려울 때 일당 기사를 쓴다. ‘실력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먼저 간판회사에서 일당 기사에게 연락을 한다. 그런 경우는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에 일주일쯤 전에 미리 연락해 예약을 걸어야 한다.


김 대표는 “아니면 일당기사들끼리 조직한 협회에서 일감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어쨌건 항상 일감은 있습니다. 한달에 최소 15일 이상은 있습니다. 그러면 월 300이죠. 그 정도는 최소 수준이죠. 20일 이상(월 400) 일하는 분도 제법 됩니다.”


◇창업도 리스크 적어…“칼퇴 가능한 자영업”

아예 가게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 창업이다. 창업자인 두 대표는 “아마도 리스크가 가장 적은 자영업종일 것”이라고 했다. “초기 자본금이 정말 적게 들어요. 자재를 실을 트럭과 임대료를 내는 작은 사무실, 그리고 배선장비나 드릴 등 200만원어치의 공구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임대를 어느 곳에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증금을 합쳐 2000만원 수준이면 초기 비용으로 충분합니다. 인테리어에 큰 돈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출처: 디자인바로 블로그
'빙그레'나 '대림통상'은 이 대표의 고객이었다. 이밖에도 주연테크, 흥국생명, LG카드, 대한적십자사 등과 계약을 체결, 다른 업체들과 나눠 간판 작업을 했다.

영업범위가 전국이라는 점, 그리고 재고가 없는 것도 간판업의 특징이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과 계약하면 제작·시공을 맡는 간판 숫자가 많아진다”라며 “평소엔 수도권 위주지만 때로는 제주도까지 작업을 가기도 한다”고 했다. “세상에 같은 간판이 없어요. 다 조금씩 달라요.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도 주문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정해진 가격이 없어요. 주문 제작이니까 재고가 남을 수도 없습니다. 망하더라도 손실비용이 적은거죠.” 보통 간판의 원가는 의뢰금액의 30~40%선.


두 대표는 “간판일을 하다보면 주문자가 다른 업계 사람이다보니 그 업계의 노하우나 알짜정보도 쉽게 알려준다”며 “그러나 그런 정보를 듣고도 간판업에서 발을 빼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야간 작업이 없는 이상 우리는 보통 오후 6시 이후에 ‘칼퇴’합니다. 칼퇴하는 자영업자 보셨습니까? 주말엔 여행도 다닙니다. 삶의 여유를 즐기는 자영업은 우리밖에 없어요.”

출처: 채널A 캡처·건설근로자공제회 제공
건설업계는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왼쪽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오른쪽은 전체 대비 외국인근로자 비중. 외국인 근로자가 흔해진 건설업계와 달리 간판업계는 외국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에도 간판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육체노동 위주의 업계는 외국인 근로자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간판업계처럼 젊은이는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직이 대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인건비가 크게 오르질 않는다.


그러나 이 분야는 다르다. 김 대표는 “간판업은 외국인 대체가 어려운 업종이라 인건비가 끊임없이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팀플레이니까 의사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일이 힘들어요. 수시로 소통해야 합니다. 말이 안 맞아서 실수를 하면 크게 다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직도 이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거의 없어요.”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때는 간판을 달아준 집이 '대박'이 날 때. 김 대표는 "고객 대부분은 처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간판을 만든 다음 몇년 지나서 '덕분에 잘 됐어요'라는 연락을 받으면 힘이 납니다. 그분의 소개로 또 다른 간판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가게가 금방 망해버리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4차 산업 혁명’은 이들과 무관한 얘기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간판이라는게 사라지겠느냐”고 했다. “몇 년만 배우면 인생이 바뀝니다. ‘사자 직업’을 갖지 못할 바에는 기술을 배우는게 최고예요. 요즘 ‘100세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나중에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수저들 힘만 있으면 보조기사로 썬팅일이라도 하면서 먹고 살수 있습니다. 숨어 있는 ‘황금직업’입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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