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때문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

조회수 2018. 11. 5. 14: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우리은행·신한지주 직원 '웃음', 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 '울상'
세금혜택도 받고 시세차익까지 '꿩 먹고 알 먹는' 우리사주 투자
분위기 휩쓸려 덜컥 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우리은행 직원 이모씨는 요즘 회사 다닐 ‘맛’이 난다. 8000주가량 갖고 있는 우리사주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12월 주당 1만1350만원에 2700만주의 우리사주 청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5년 7월 9099원에 255만주, 2016년 7월 1만 155원에 364만주 등 총 3319만주를 직원들에게 배정했다.

출처: 우리은행 제공
올해 1월 2일 새해 첫 공식행사로 열린 ’2017 신년맞이 임직원 결의다짐행사’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임직원 1500명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권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져, 지난해 초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한데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는 1만 3000원을 넘어섰다.


이씨는 “아직 우리사주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손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2000만원 정도를 벌었다고 생각하니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또 작년 우리은행은 주당 500원을 배당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500원을 현금 배당하면 이씨는 배당 수익으로만 400만원 가량을 더 챙길 수 있다.

우리사주제도란 근로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취득·보유하는 제도다.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이 만들 때 도입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을 직원이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다. 거기에 우리사주 구입 금액에 대해서는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역시 우호지분이 많아져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사주로 웃는 직장인도 있지만, 우는 직장인도 있다.

출처: 한국증권금융
우리사주제도 장점

세금 혜택도 받고, 시세 차익도 얻고…우리사주 때문에 웃는 직장인들

대우증권 인수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받았던 옛 미래에셋증권 직원들도 50% 이상 수익을 냈고, 옛 현대증권 직원들도 KB증권과 합병하면서 35%가량의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 직원들도 우리사주로 이익을 봤다. 신한지주는 2014년 145만여주(평균 주당 4만7626원), 2015년 171만여주(4만2128원), 2016년 177만여주(4만1081원) 등 지난 3년간 총 493만여주를 우리사주 및 성과보수 형태로 지급했다. 현재 신한지주 주가가 4만7000원가량임을 고려하면, 2015년 이후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10%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크지는 않지만 은행 이자율을 생각하면 짭짤한 이익을 본 것이다.

직장인이 우리사주를 사들이는 일차적인 목적은 세금혜택이다. 우리사주 구매 금액에 대해서는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이 1200만~4600만원인 직장인이 우리 사주를 400만원 어치 사면 약 66만원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4600만~8800만원을 매년 받는 직장인은 평균 105만6000원, 8800만~1억5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평균 154만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자료 : 한국증권금융

지난해 말 기준 우리사주 예탁기관 한국증권금융에 우리사주를 맡긴 법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법인 217개, 코스닥 상장법인 315개, 기타 비상장법인 540개로 총 1126개다.


총 38만 402명이 우리사주 5억552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사주를 취득할 때 가치는 7조4361억원인데, 지난해 말 기준 평가액은 8조3407억원까지 올랐다. 우리사주를 산 조합원은 평균 12% 정도의 이익을 본 셈이다.

자료 : 한국증권금융

주가 하락, 심지어 파산까지…우리사주 때문에 우는 직장인들

우리사주 덕분에 행복한 직장인이 있다면, 피눈물 흘리는 직장인도 있다. 극적인 사례가 최근 파산한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 직원이었던 김모씨는 2010년 6월 한진해운 유상증자 때 우리사주 1000만원어치를 샀다. 주당 가격은 2만3300원으로 400주가량이었다.

출처: 조선DB
(완쪽)지난해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진해운 빌딩의 직원 모습 .(오른쪽)한진해운 파산 뒤 서울 여의도 옛 한진해운 빌딩엔 회사 이름과 로고를 떼어낸 흔적만 남아있다.

그는 “한진해운이라는 회사는 민간기업이지만, 국가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망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면서 “설사 몇 년간 안 좋더라도 경기를 타는 해운업의 특성상 경기가 나아지면 1년 만에도 몇년치 적자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불안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막연한 애정과 믿음도 있었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의 바람대로 2011년 초 한진해운 주가는 4만원을 넘어섰다. 김씨는 “보호예수 기간이라 팔 수는 없었지만, 직장 동료들과 함께 ‘치맥’하면서 기분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가 정점이었다. 한진해운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해 말 1만원을 밑돌았다. 해운업 현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올해 초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주식은 휴지에 불과하다. 그는 “주가가 내려갔을 땐 본전 생각도 났고, ‘묻어두면 언젠가는 오르겠지’하는 생각에 버텼다”면서 “한진해운이 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2015년 4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도 우리사주 때문에 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12월 41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중 316억원어치를 우리사주조합이 떠안았다. 직원 1만273명이 참여했으니, 1인당 300만원가량씩 투자한 셈이다.

출처: 조선DB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형식상으로는 ‘경영위기 조기극복 및 성과달성 격려금’을 우리사주를 사는 데 보태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격려금을 회수 당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전직 직원 김모씨는 “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이런 방식이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은 조선업 경기가 별로라 손해 볼 것이 뻔했지만, 상사에게 밉보일까 두려워 동의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1월 17일 이후 주가는 수정주가 기준

유상증자 당시 대우조선해양 주식 한 주당 가격은 5050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수정주가(10대 1 감자(減資)로 실제 주가는 4만4800원)는 4480원으로 이미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10% 이상 평가손해를 봤다. 지난해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거래 정지 상태라 팔 수도 없다.

우리사주 투자, 안전하게 하려면?

현행법상 우리사주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사주를 샀다고 해도 이 기간엔 수탁기관(한국증권금융)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한다. 우리사주를 취득하고 나서 1년은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이 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내리면 손쓸 방법이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사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우리사주 투자는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가 어떨 지 냉정하게 판단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상증자때 우리사주가 대량 배정되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 “매월 적립식으로 우리사주를 사는 것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직장인이 우리사주 투자로 손실을 보는 사례가 생겨나자 정부도 지난해 초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우리사주대여제도’다. 우리사주조합이 우리사주 수탁기관에 대여 신청을 하면, 증권금융은 보관 중인 우리사주를 필요한 기관에 이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우리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을 만들어 손실을 헤지(hedge)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아직 제도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이를 이용하는 조합이나 금융사가 드물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를 이용하는 우리사주조합이나 금융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보호예수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얻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호예수 기간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줄이면 우리사주에 투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