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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Check④] 막걸리 회사, 연수입 9억 이상 직장인 26명+α '현대차보다 많아'

조회수 2018. 11. 5.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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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입 9억 이상 '막걸리 회사원'의 실체
"고소득자가 현대차보다 많다고?" 온라인 화제
알고보니 모두 막걸리 제조장 사장
전직 제조장 대표 "배당금은 연수입의 일부일뿐"

조선일보는 2월 13일 ‘연봉 9억 이상, 삼성 전자 151명·김앤장 119명 順’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16년 12월 기준 월수입 7810만원 이상의 직장인이 많은 회사 20개를 순위로 나열한 기사였다. 연수입으로 환산하면 9억 3720만원 이상. 1위가 삼성전자(151명), 2위가 김앤장 법률사무소(119명)였다.   

출처: 조선DB
월수입 7810만원 이상의 직장인을 보유한 회사 '톱20'

국민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는 월수입 7810만원 이상이면 최고액 건보료(월 239만원)를 납부한다. 월급을 아무리 더 받아도 보험료는 239만원 이상 으로 오르지 않는다. '최고 상한액'이다. 그 기준이 월 수입 7810만원, 연봉으로는 9억3720만원이다. 최고액 건보료를 내는 직장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장은 2621곳, 직장인 숫자는 3403명이었다.


보도 이후 화제가 된 회사는 삼성도, 김앤장도 아니었다. ‘장수 막걸리’로 유명한 서울탁주제조협회(이하 서울탁주) 소속 막걸리 제조장이었다. 서울지역 7개 제조장 가운데 초고액 연봉자가 많은 기업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업체가 세 곳. 6위를 기록한 도봉제조장(12명)과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린 구로·영등포 제조장(각 7명)이다. 세곳을 합치면 무려 26명. 현대자동차(14명)의 두배에 가깝고 CJ·LG전자(이상 8명)도 제친다. 순위로는 전체 4위로 뛰어오른다.


◇"정체가 뭐냐" 의문 쏟아져 

출처: 서울탁주제조협회 홈페이지
왼쪽은 서울탁주제조협회 소개. 오른쪽은 대표 상품인 '장수 막걸리'다.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다른 4개 제조장에도 ‘최고액 건강보험료 납부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기사는 건강보험료 직장가입자 최고액 납부자 보유 회사 순위를 상위 20위까지만 매겼다. 이를 두고 “막걸리 회사가 굴지의 대기업 임원보다 돈을 많이 버느냐” "저렇게 많이 받는 직장인의 정체가 뭐냐"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기사엔 “제조장 공동 대표들인 것 같다” 정도로 간략한 설명만 있다.


JobsN이 연수입 9억 이상인 ‘막걸리 회사원’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나섰다. 서울탁주 산하 한 제조장의 대표 출신인 A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출처: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전직 대표 "모두 사장이다"

A씨는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도봉·구로·영등포 제조장 고소득자는 모두 대표"라며 “제조장마다 대표가 여럿이며 7개의 제조장에 총 51명의 대표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오너 1명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입을 가져가는 일반 기업과는 다릅니다. 제조장별로 여러 명의 대표가 이익을 똑같이 분배받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회사 규모에 비해 순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국민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는 근로자다. 그러나 사용자도 직장가입자에 들어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사용자는 국민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라고 했다. 직장 가입자라는 용어가 혼란을 부추긴 셈이다.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지역 가입자에 해당한다. 

출처: 법제처 홈페이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 대한 설명

서울탁주는 서울지역 7개 연합제조장의 협동조합이다. 구조를 이해하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A씨는 "1962년 정부가 수도권의 모든 막걸리 제조장을 통폐합했다"고 했다.


"대구나 부산, 광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지역에서 여러 개의 제조장이 서로 판매를 놓고 다투니 아예 합쳐버린거죠. 세금을 좀 더 수월하게 걷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공동사업자가 된거죠. 제조장은 서로 다르지만 ‘장수막걸리’ 등 브랜드도 통일했습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협회 설립 당시 51명의 제조장 대표가 회원이자 주주로 참여했다. 모두가 똑같은 지분, ‘동일 지분’을 갖는 형태였다. 50여년이 흐른 현재 변함없이 협회를 구성하는 공동 대표는 여전히 51명이다. 상속세를 내고 주로 가족에게 지분을 물려줬다. 현재는 대부분 협회 창설 멤버의 2세, 3세가 지분을 갖고 있다. 2세 중 한 명인 A씨도 아들에게 지분을 물려줬다.


◇건강보험료, 어떻게 산정하나?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보수·소득을 기준으로 매년 한 차례 산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받은 연수입 자료를 갖고 보통 11월에 향후 1년간 납부해야할 월 건강보험료를 산정한다”고 했다. 보수는 일반적인 급여. 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 소득 등이 포함된다.

출처: 법제처 홈페이지
건강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소득의 종류

월소득 7810만원 이상(연간 환산 9억3720만원 이상) 수입의 원천은 뭘까. A씨는 “제조장별로 주기적으로 배당금을 받는다”고 했다. “51명의 대표가 각기 소속 제조장이 다릅니다. 제조장마다 수익에 따라 배당금에 차이가 조금씩 있습니다. 하지만 금액 차이가 난다고 해서 서로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A씨는 배당금 액수를 공개하진 않았다. 배당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서울탁주제조협회측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그리고 배당금 액수를 알고 싶다”고 문의했다. 그러나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나치게 배당금을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곁들였다.

 

국내 탁주 시장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다. 2016년 출하량은 34만627㎘. 역대 최고였던 2011년의 44만3778㎘에 비해 30%가까이 감소했다. 2016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주류 시장 세분시장 현황보고서’를 보자. 서울탁주의 출하액은 2013년 1420억원에서 2014년 1119억원으로 줄었다. 서울탁주의 탁주 시장 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연수입 9억 이상, "배당금+α 덕분에 가능"

출처: 농림축산식품부·통계청 제공
왼쪽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펴낸 '주류 시장 세분시장 현황보고서'. 오른쪽은 2011~2016년 탁주 출하량 추이

예전엔 “양조장을 갖고 있으면 부자”라는 말이 있었다. 막걸리 제조장이라는 안정적 수입원을 갖고 있는 51명의 대표는 개인마다 조금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 연 9억원 안팎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표 개개인마다 배당금 이외의 별도 수입이 상당하기 때문에 '연 9억 이상' 고소득이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건물 임대 수입이 발생하는 분도 있고, 은행예금이 많아 이자 수입이 많으신 분도 있죠. 건강보험료는 전체 수입을 토대로 산정하기 때문에 ‘최고액 건강보험료 납부자’가 많이 나오는게 가능한 것 같습니다.”


'혹시 근로자를 착취해 대표들만 배불리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A씨는 "우리는 직원을 정당하게 대우한다"고 일축했다. "대를 이어 일하는 직원도 많습니다. 막걸리가 잘 안 팔린다고 해서 닦달하는 일도 없어요. 예전 어르신들, ‘1세대 주주’들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팔리는 대로 먹고 살라고, 억지로 입벌려서 (고객에게) 먹일 수 있냐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막걸리 품질을 높이는 일이 전부입니다. 막걸리 탄생에 숨은 노력과 땀이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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