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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없는 청년→알짜 직업+연수입 4천만원 '투잡' 비결

직업과 창업 밑거름 된 해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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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앞두고 방황, 우연히 KOICA 해외봉사
볼리비아 근무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창업
세계은행 컨설턴트도 맡으며 '투잡족'으로

2012년 민현기(30)씨는 한 학기를 남겨놓은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생이었다. 고시·로스쿨·대학원 진학 혹은 취업으로 진로를 일찌감치 정한 여느 학생들과는 달랐다. “1학년(2006년)부터 활동한 야구부에서 2년간 주장까지 지낼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학과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별다른 ‘스펙’은 없었어요. 졸업은 다가오는데 할 수 있는게 없더군요.” 

 

5년이 흐른 현재 그는 2개의 직함을 가진 ‘투잡족’이다. 하나는 세계은행 계약직 컨설턴트, 다른 하나는 식품회사 ‘비바치아’의 대표. 재미있는 것은 두 직업 모두 해외 봉사 활동의 결과라는 점이다. 민씨는 "우연히 다녀온 해외봉사 경험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어느 마을에서 촬영한 사진

출처민현기씨 제공

◇‘평생 무기’ 스페인어 달인된 비결

 

-어떤 해외봉사를 한겁니까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활동입니다. 기간은 2년이죠. 과거 KOICA를 통해 해외봉사를 다녀오면 대체복무를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었어요. 현재는 폐지됐죠. 2012년 대체복무에 지원했다 떨어진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처음 KOICA 해외봉사 활동을 제대로 알았습니다. 전 군필(의경)이었지만 군대를 갔다왔어도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씨는 집에 돌아와 KOICA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혹시나 해서 봤더니 모집 마감일이더군요. 마침 경제 직렬을 한명 뽑더라고요. 볼리비아의 무역담당기관에서 제품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운 좋게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의사소통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다행히 학교에서 스페인어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정도 실력으론 턱도없죠. KOICA에서는 외국으로 파견하기 전 두달가량 언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합니다.

볼리비아의 무역담당기관에 한국인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스페인어를 못하면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잖아요. 절박하니 단기간에 실력이 늘었습니다. 반년쯤 지난 후에는 현지 기관장과도 제법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습니다.

-어떤 일을 했습니까

한국과는 거의 교역이 없는 나라입니다. FTA가 체결된 나라도 아니죠. 수출을 도와주는게 역할이었습니다. 현지 생산자를 많이 만났습니다. 땅도 넓고 기후도 다양하고 공기도 좋고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재배되는 양질의 농산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출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요

한국 기업은 볼리비아가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몰랐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를 통해 검증된 업체 리스트를 작성, 한국 기업과 리스트를 공유했습니다. 현지 생산자도 한국의 표준 관세와 통관 기준 등을 전혀 몰랐어요. 스페인어로 쓴 수출 가이드를 수백권 만들어서 생산자에게 배포했습니다. 상품별 관세, 규격이나 한국 시장의 상황 등을 정리해놓은거죠.

왼쪽은 서울대 야구부에서 활동하던 시절 모습. 오른쪽은 KOICA 단원 시절 볼리비아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이다.

출처민현기씨 제공

◇해외봉사 경험이 부른 ‘나비효과’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볼리비아가 EU(유럽연합)로부터 원조를 많이 받거든요. EU측이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볼리비아 상품을 소개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관련 예산은 EU에서 충당하고요. 믿을만한 업체 몇 개를 선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2014년 박람회를 통해 볼리비아의 퀴노아 등을 소개했습니다. 퀴노아는 그 말 자체가 곡물의 어머니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은 곡물이에요. UN(국제연합)이 2013년을 '퀴노아의 해'로 지정할 정도로 그 효능을 인정받았어요

박람회에 직접 가진 못했지만 몇몇 한국 기업이 관심을 보여 거래가 성사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014년말 민씨는 2년간의 해외봉사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2015년 졸업학기를 다니던 중 대사관을 통해 근무했던 볼리비아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람회가 또 있다고 하더군요. ‘네가 와서 직접 봐주면 좋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박람회에 참석하고 나서 ‘내가 직접 가져와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KOICA 시절 성과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요.”

 

-가져올만한 상품이 뭐가 있었나요

물건도 물건이지만 관세가 중요했습니다. 원가의 10배가까이 뛰는 상품도 있거든요. 치아씨드(chia seed)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세율이 3% 거든요. 1만원짜리면 1만300원이 되는거죠.

치아씨드 복용으로 화제가 된 연예인.왼쪽부터 테일러 스위프트, 안젤리나 졸리, 미란다 커

출처플리커 제공

-치아씨드가 뭡니까

치아라는 민트과 식물의 씨앗입니다. 수분을 흡수해 불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볼리비아 등 남미에서 주머니에 들고 다니며 물과 함께 마시기도 했습니다. 하루종일 배가 부르죠. 주식이면서 에너지원입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습니다. 단백질 함유량이 닭가슴살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안젤리나 졸리, 테일러 스위프트 등도 애용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외국에서는 인기입니다.

 -수입에 뛰어들었나요

현지 실사를 통해 적합한 업체를 찾았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물건대금만 1억 정도 필요했거든요. 학생이니까 당연히 돈이 없었죠. 부모님을 설득해 부모님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청년전용창업자금도 대출 받았습니다. 모두 1억800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치아씨드 업체 실사를 하고 있는 민현기씨(왼쪽). 오른쪽은 2015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만난 볼리비아 관계자들

출처본인 제공

대학을 졸업했던 2015년 8월 치아씨드 20톤을 들여오기로 볼리비아 업체와 계약했다. 통관 등의 절차를 거쳐 바다를 건너 오려면 반년가량 필요했다. “당장은 할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페루의 건강보험 컨설팅 사업이었습니다. 현지 논문 요약과 보고서 작성, 자료 수집 등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건 관련 지식은 없으니까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 우리가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당신이 보건 분야를 공부하는게 더 빠를 것’이라고 하더군요. 심평원과 페루 건강보험청, 세계은행의 3자 협력 프로젝트였습니다. 4개월 정도 했어요. 프로젝트가 끝나니 세계은행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차별화와 혁신으로 도전장



-무슨 제의가 들어온건가요

계약직 컨설턴트로 함께 일 하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세계를 위해 뭔가를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욕심도 생겼어요. 2016년 3월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직함은 STC(Short Term Consultant)입니다.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 세계은행 특성상 한국에서도 일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가령 세계은행과 한국기관이 협력해 벌이는 콜럼비아 보건제도 개선사업을 예로 들어보죠. 사업의 주체가 한국 기관, 그리고 수혜기관이 콜럼비아 보건당국입니다. 세계은행 입장에서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는거죠.

월단위 혹은 연단위로 계약합니다. 필요하면 갱신하는거죠. 제 경우엔 2016년 3월부터 시작, 올해 연말까지 계약을 했습니다. 연간 보수는 4000만원 수준입니다.

세계은행과 계약할 무렵 볼리비아에서 배를 타고 온 치아씨드도 도착했다. 기존의 치아씨드 수입품과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어떻게 차별화를 했습니까

치아씨드는 음료에 타먹는 겁니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부분에 중점을 뒀습니다. 잔류농약 검사, 중금속 잔류검사를 받고 괜찮다는 성적표를 받은거죠. 기존엔 받은 곳이 거의 없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을 찾았습니다. 거기서 살균과정을 거치도록 만들었죠. 살균 치아씨드는 농산물이 아니라 부가세 10%가 추가되는 ‘가공품’이 됩니다. 단가가 높아지는거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HACCP 인증 치아씨드니까요.

또 기존 제품은 대개 파우치형이었어요. 지퍼락에 담겨있는거죠. 갖고 다니기 불편합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스틱형 제품입니다. 커피 믹스 비슷한 모양으로 만드는 거죠

왼쪽은 치아씨드. 오른쪽 사진에서 왼편은 '파우치형' 오른편은 '스틱형' 제품이다. 각각 7900원과 6900원에 팔고 있다

출처민현기씨 제공

-언제부터 팔았나요

2016년 4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500개 이상 팔립니다. 현재는 매달 400만~500만원 가까이 들어가는 유지비(창고 보관료+대출 이자+인건비+마케팅비 등)를 겨우 건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점점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중입니다. 치아씨드 외에도 잡곡 음료의 판매도 대행하는 등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비바치아가 자금을 댄 볼리비아 자선행사에서 선물을 받은 아이가 활짝 웃고 있다

출처민현기씨 제공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게 목표

 

-투잡 말고 다른 활동도 합니까

2016년 연말에 소박하지만 뜻깊은 행사를 한 적이 있어요. 볼리비아의 아마존 지역에 낙후된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열린 ‘아마존 산타 프로젝트’의 메인 스폰서를 맡았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90명의 장애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행사였어요.

-기부에도 관심이 있나요

고등학교 시절 학비도 내기 힘들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짝꿍이었어요. ‘그 친구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경제학부에 갔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니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공익 사업을 점점 벌여나갈 생각입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면 자동으로 기부를 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에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보건대학원에 진학할 계획도 세워놨습니다. 세상은 아는만큼 보이니까요.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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