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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공무원은 외제차 타면 안 되나요?" 찍히고 싶으면..

조회수 2018. 11. 5. 15: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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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도 국산차 타는데' 알아서 잘하라는 공무원
외제차 이용 제지하는 사기업도
“회사 조직문화 지켜야” vs "다양성 존중해야"

외교부에 근무하는 20대 9급 공무원 A씨는 최근 자동차를 구입하는 문제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BMW나 아우디 같은 수입 브랜드 차량을 중고로 사고 싶었지만, 선임 공무원이 말렸다. “6급 공무원도 국산차 타는데 네가 BMW 타면 되겠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결국 국산 브랜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샀다. 값은 A씨가 알아봤던 수입 브랜드 중고차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갓 입사한 말단 직원이 외제차를 사도 되는가'하는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은 '뜨거운 감자'였다. 

경제력 과시로 조직 내 불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비판과 점점 대중화하는 일점호화(一點豪華) 소비문화가 충돌한 것이다. 일점호화는 평상시에는 사치를 하지 않다가 어느 한가지엔 자기 만족을 위해 큰 돈을 쓰는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개인의 취향과 사회 통념이 충돌중이다. 


사회 초년생이 외제차를 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실태를 알아봤다.

출처: 조선DB
MW 차량(왼쪽)과 벤츠 차량 모습

◇ ”상사도 국산차 타는데” 알아서 잘하라는 공무원

행정자치부의 한 9급 공무원은 최근 외제차를 사려다 결국 포기했다. “차관급도 그랜저를 타는데, 알아서 잘 하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당분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정말 필요하면 국산차를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선임이 타는 차를 보고 마음 속에 상한선을 정하는 셈이다. 그는 “외제차를 타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행정자치부 공용차량 운영현황을 보면 장·차관급이 이용하는 전용차량은 현대차 에쿠스(EQ900)였다. 이북5도위원회 차관급 차량 5대는 배기량 2359cc 그랜저였다.


외제차를 타는 동료를 인정하기 어려운 풍토도 있다. A 정부부처 관계자는 "'수입이 뻔한 공무원이 어떻게 비싼 차를 타느냐'는 투서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이럴 때는 직원 감사를 별도로 실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처: 행정자치부 자료 캡처
2016 행정자치부 공용차량 관리 운영 매뉴얼(위), 행정자치부 공용차량정수 및 운영현황(아래) 자료 일부

◇ 외제차 이용 제지하는 사기업도

회사가 직접 나서 직원들의 외제차 이용을 제지한 사례도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6년 9월 외제차를 이용하는 직원을 조사하다 중단하기도 했다. ‘클린직장’을 만든다며 직원들의 외제차 보유 현황을 파악했다.


외제차 소유 직원의 차량 소유계기, 유지 능력을 파악해 외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것을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롯데마트 측은 “왜곡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조사를 멈췄다.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은 울산 공장 기숙사를 이용하는 직원들이게 ‘기숙사 외제차 관련 안내’ 방을 붙여 논란이 됐다."일부 기숙인들의 외제차로 인해 (기숙사) 운영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기숙인의 외제차로 부정적 의견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적었다.


심지어 현대기아차 계열사 직원도 출퇴근용 차량으로 비슷한 고민을 한다. 한 직원은 “회사에 외제차를 몰고 가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며 “어쩔 수 없이 출퇴근용으로 현대차를 한 대 더 구입했다”고 말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으로 차를 두 대 보유한 직원도 상당수 있다고 했다.


물론 모든 기업에서 직원들의 외제차 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 동기를 촉진하는 당근책으로 쓴다. 건물 안전설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강소기업 마이다스아이티는 매달 최우수사원을 1명 뽑아 3억원가량의 외제차를 한 달간 빌려주고 차량 유지비를 지급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체험단광고 사이트 '쉬즈블로그'를 운영하는 앤드앤월드는 2016년 12월, 모든 팀장들에게 외제차와 아파트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에 올라온 '찍히고 싶으면 외제차 타라'는 내용의 글

◇ “회사 조직문화 지켜야” vs "다양성 존중해야"

한 대기업 고위 인사는 "연차가 낮은 직원이 회사에 비싼 차를 몰고 오면 위화감을 조성해 조직 문화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고 이런 인식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외제차 출퇴근을)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제차 타는 일을 잘못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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