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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연구, 장교 월급 받으며 스펙도 쌓는 '초엘리트 부대'

조회수 2017. 2. 1. 09: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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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 이공계 엘리트 부대
과학기술전문사관
이스라엘 '탈피오트' 벤치마킹, 2014년 도입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할 전사들
국방 기술 연구하며 경력 단절 없애

이스라엘 군대에는 '탈피오트(Talpiot)'라는 엘리트 군인 육성 프로그램이 있다. 희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를 뜻한다.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공계 학생 가운데 뽑힌 50여명은 3년간 군사 훈련, 대학 교육을 병행한다. 교육을 마치면 장교로 6년간 복무하며 국방기술을 연구한다. 제대 후 민간사회에 나온 탈피오트 출신들은 이스라엘 경제를 이끌어 나간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엘론 린덴스트라우스 히브리대 교수,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만든 기업 '체크포인트'를 창업한 길 슈웨드가 대표적인 탈피오트 출신 유명인사다. 


우리나라도 2014년 '한국형 탈피오트'를 만들었다. ‘과학기술전문사관(과기사관)’ 제도가 그것이다. 국내 이공계 인재(대학교 3학년 이상)를 후보생으로 뽑는다. 이들은 국방 기술 연구를 위한 기초 교육을 2년간 받는다. 졸업 후 3년간 장교로 복무한다. 


과기사관으로 뽑힌 인재는 5년간 파격적인 혜택을 받는다. 우선 대학 3~4학년 2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학기마다 250만원 씩 전문역량개발비도 나온다. 후보생 기간이 끝나고 소위 계급장을 달면 138만6900원(2016년 기준·3호봉 기준)씩 월급을 받는다. 커리어도 쌓고 돈도 벌 수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박진호(23)씨는 1기 과기사관 후보생이다. 동기 후보생 20명(109명 지원) 중 한 명이다. 후보생 생활을 마친 그는 오는 4월부터 유격, 화생방 등 군사 훈련을 받는다. 5월 말 부터 3년 동안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에서 첨단 무기를 개발한다. 그는 왜 과기사관이 됐을까.

출처: 박진호씨 제공
박진호씨

첨단 기술 연구에 앞서고파, 바른 생활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과학기술전문사관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꿈은 IT창업입니다. IT창업을 하기 위해 과기사관에 지원했습니다. 기술 개발의 정점은 국방 기술 연구입니다. 가령 인터넷은 원래 미 군사통신망으로 출발했습니다. 길안내 장치에 사용하는 기술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원래 목표 지점에 정확히 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든 군사 기술이었습니다. 과기사관으로 지내면 IT기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전기전자 전공을 어떻게 군사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나요.


"회로·신호처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걸 군 통신이나 네트워크에 활용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유해가스를 감지하는 센서를 연구한다면 몸에 얼마나 안 좋은 가스인지, 농도와 양은 어떤지를 판단하는 기법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 기술발전에 기여하면서 제 역량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군인 집안에서 자란 영향도 크다. 아버지는 학사 장교 출신이며 할아버지는 대령으로 제대했다. 이모 할아버지는 대장, 작은 할아버지는 중장이었다. 


과기사관 후보생들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졸업 이수학점 가운데 12학점을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기술연구소가 지정한 ‘8대 무기체계(센서·정보통신·제어전자·공용첨단·화력·정밀타격·화생방·유도무기) 기반’ 과목을 들어야 한다. 창업 수업도 6학점을 들어야 한다. 여름방학 때는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후보생 생활을 마친 다음 3년간 ADD에서 실전 연구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출처: 박진호씨 제공
용산전쟁기념관에 견학 간 1기 후보생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여름방학 때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5일간 현장 교육을 받았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에는 7개 본부가 있어요. 보안 문제로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본부가 담당하는 무기체계와 핵심기술을 공부했어요.”


-과기사관으로 어떤 사명감이 있습니까.


“엘리트 군사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한 제도잖아요. 명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을 항상 조심합니다. 공부나 연구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후보생 모두 내로라하는 수재라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후보생 때 휴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졸업을 제때 해야 합니다.”

출처: 조선DB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

까다로운 지원자격

지원 자격도 까다롭다. 먼저 이공계 학생이라고 무조건 지원할 수 없다. 이공계생 가운데 정부에서 주는 '대통령과학장학금' 또는 '국가우수장학금'을 받아야 한다. 신체등급 1, 2급만 지원할 수 있다. 만 20세 이상 만 27세 이하여야 한다(임관일 기준). 지원시기인 2학년 2학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는 없다. 


서류 전형, 신체 검사, 면접 과정을 거친다. 서류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성적표를 제출한다. 자기소개서에는 네 가지 문항(성장과정, 대학에서 했던 활동, 국가관, 진로)이 나온다.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내용을 썼나요?


“‘성장배경’을 묻는 항목에는 부모님 이야기를 썼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현대차 직원인 아버지를 따라 벨기에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벨기에 집에서 독일 본사까지 왕복 8시간 걸리는 거리를 출퇴근하셨습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을 배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중에 국가에 도움되는 창업을 반드시 하겠다고 썼어요. ‘내시경 카메라’를 예로 들었습니다. 미사일에는 목표물을 찾도록 하는 레이저 센서가 달려 있습니다. 이 레이저 센서를 작게 만들다 보니 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카메라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썼습니다."


3차례에 걸친 면접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소양평가'에서는 국가관·안보관·포부를 묻는다. '인물평가'에서는 기본자세·태도를 본다. '직무수행능력 평가'에서는 전공 지식을 묻는다. 

출처: 박진호씨 제공
후보생들과 박진호씨(오른쪽에서 두번째).

-면접은 어땠나요?


“‘상사가 내린 지시를 내일까지 끝내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상사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내일까지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따르겠다’고 했습니다.‘간장공장공장장’ 같은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말해보라고 할 때는 당황했습니다. ‘차렷, 열중쉬어’ 같은 구령에 맞춰 자세도 취해보라 하더군요.마지막으로 ‘아날로그, 디지털, 컨티뉴어스, 디스크리트 신호의 차이점을 설명하라’는 전공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요?


“‘당신이 뽑힐 확률은 얼마인가’입니다. 수학적으로 대답했습니다. 2학년 때 3, 4학년 수업을 들었어요. 확률과 통계의 개념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정규분포, 확률밀도함수 같은 개념을 설명하고, 다른 학생에 비해 빨리 배우고 있기 때문에 '상위 60%내에 속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대 후 진로는요? 


“박사학위를 따고 기술 창업을 할 겁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세상을 유익하게 만드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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