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등 영재→고1자퇴→창업 "공교육, 희망 없었다"

조회수 2018. 11. 5.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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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8만원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사업 아이템
'IT 영재', 17살 첫 창업, 고1 자퇴, '희망의 우리학교' 대안학교 설립, 19살 IT 회사 대표…

최훈민(22) 씨투소프트 대표 이력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정보올림피아드 금상을 수상하며 영재 소리를 들었지만 자퇴했다. 그는 남이 만든 길을 따라가는 대신 계속 스스로 길을 만들며 걸었다.  


현재 하는 일은 식당 고객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레스토랑에 고객이 전화를 걸면 이름, 지난 방문 및 주문 내역이 컴퓨터 모니터에 자동으로 떠서 손쉽게 고객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 ‘테이블매니저’를 개발했다. 


201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레스토랑 70여곳과 계약을 맺었다. 2년째 이용하는 고객도 10곳이다. 2016년 상반기 매출액 1억5000만원을 올려 연매출 3억원을 내다본다. 

출처: jobsN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

고객관리에 IT 기술 활용 

씨투소프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IT 기술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예를 든다면요?

‘테이블매니저’ 서비스가 있습니다. 식당 주인이 손님 전화번호 만으로 과거 식당 이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어떤 손님이 식당에 전화해 예약・주문했던 일이 있다면 그 내역을 자동으로 보여줍니다.

최 대표는 2014년 3월 씨투소프트를 차렸다. 서울시 중구 산림동 세운상가에 보증금 200만원, 월세 18만원에 창문 없는 3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돈을 아껴야 했다. “눈 오는 날 버려진 책상을 동업자 친구와 들고 와 사무실을 꾸몄습니다.”


처음 개발한 건 배달 고객 관리 서비스였다. 가령 치킨집에 손님이 배달 주문을 하면 주소와 이전 배달 기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수요가 없었다. 대신 개발한 것이 지금의 예약 고객 관리 시스템이다. 많게는 하루에 10번씩, 6개월간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렇게 나온 게 테이블매니저다. 예약한 손님만 받는 이른바 '파인 다이닝'(Fine Dinning・고급 레스토랑)을 주 고객으로 삼았다.

출처: 테이블매니저 공식사이트
전화울림과 동시에 고객정보를 보여준다. 예약하고 오지 않은'No-Show 고객'이나 'Black List 고객'등 자동으로 고객을 분류한다.

'레스토랑 고객 관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IT 기술이 가장 늦게 적용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Point Of Sale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장비도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걸 사용하고 있죠. 고객 정보를 매니저가 수첩에 손으로 써서 관리합니다. IT를 활용하면 좀 더 편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셀 수 없이 많이 문전박대 당했어요. 테이블매니저 소개하려고 정장을 차려 입고 한 음식점에 들어서는 순간 “사장님 안 계십니다”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그 가게 사장님이었습니다. 분명 제가 아는 얼굴이었는데….

그렇게 3개월을 고생했다. 2015년 3월, 삼성 서초사옥 앞 일식집에서 처음 테이블 매니저를 쓰자고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었는데 예약 전화를 할 때마다 이름을 물어보니 단골도 못 알아보냐고 화를 내셨대요. ‘테이블매니저’를 제안하자마자 바로 계약을 결정하셨죠.”

출처: jobsN
최훈민 대표

'컴퓨터 덕후' IT 특성화고 입학

최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 소리를 들었다. “중학교 입학 전 입시학원 '과고반'(과학고 진학을 목표하는 학생들이 모인 반)에서 3개월 동안 중학교 3학년 치를 다 배웠어요.”


오전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학원에서 생활했다. 한 대형학원 전국 모의고사에서 전국 20등 안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입시 공부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싫을 정도였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입시학원 대신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요.” 부모님도 허락했다. 그렇게 중학교 3년간 컴퓨터 학원에 다녔다.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하면 과학고 입시는 따 놓은 당상. 그러나 고등학교는 과학고 대신 IT 특성화고(한국디지털 미디어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컴퓨터를 더 깊이 배우고 싶었다.

과학고엔 왜 안 갔나요?

중학생 때 컴퓨터를 배운 게 입시전략이 아니었습니다.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정보올림피아드 금상을 받아 과학고에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거였죠. '과학고에 가면 행복할까', 아닐 것 같았어요. IT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택했습니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니 어땠나요?

답답했어요. IT 특성화 고등학교인데도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때 국영수 수능 기출문제 10년치 풀어오라는 과제를 받았어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싶은데 노트북도 못 꺼내게 했죠. IT 관련 수업은 두 개도 안 됐어요.
출처: 최훈민 대표 페이스북
최훈민 대표는 고등학교 자퇴 후 74일 동안 1인 시위를 벌였다.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공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 같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012년 2월 자퇴서를 냈다.

부모님이 반대는 안 했나요? 

심하게 반대하셨죠.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일주일 동안 말렸습니다. 새벽 4시까지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설득했습니까?

컴퓨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 1 겨울 방학 때 한 IT기업에서 인턴을 했는데 학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얘기도 드렸죠. 못 미더우시면 검정고시는 보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고 1 때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전국에서 2위 한 경험도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태블릿 PC로 주문한 내역을 주방으로 바로 전달하는 서비스였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라고 했죠. 허락해주셨습니다.”


자퇴서를 내고 일주일 후 광화문 앞에서 74일 동안 1인 시위도 했다. '죽음의 입시경쟁 교육을 중단해주세요, 희망의 학교를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은 피켓을 들었다.

시위는 왜 했습니까?

자퇴를 대단하거나 위험한 선택인 것처럼 만드는 사회에 화가 났습니다. 저에겐 컴퓨터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입시 위주 경쟁 교육만 남은 학교를 떠나는 게 '위험한 일'이 된 사회에 제 뜻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시위할 때 사람들 반응이 어땠나요?

첫날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했는데 공무원들이 눈길 한번 안 줬습니다. 이튿날부터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말 걸어준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중학생 딸과 함께 저를 보러 와 사진을 찍고 가신 분도 계시죠. 첫 주 주말엔 서로 모르는 사람들 8명이 저를 보러 왔습니다. 대부분 대학생이었죠. 와주신 게 고마워 카페에 가 이야기 나누며 대안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공교육,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했나요?

오로지 입시를 위한 경쟁이죠.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을 놓고 친구끼리 경쟁하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만 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못 가거나, 이른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의 낙오자로 봅니다. 실력이나 인성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로 사람을 판단해 버립니다. 이런 입시·학벌 위주의 공부가 아니라 학생이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 100여명이 모여서 대안학교를 만든 겁니다.

2012년 5월, 비인가 대안학교 '희망의 우리학교'를 열었다. 따로 교사가 없는 대안학교였다. 종로구 조계사에서 무료로 강의실 한 칸을 내줬다.

청소년이 직접 듣고 싶은 수업을 개설하고 교과서를 선택해 함께 공부하는 곳이었습니다.

2013년엔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패스했다. 2년 뒤,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하면서 학교에서 나왔다. 대안학교는 공동 설립에 참여했던 친구가 맡았다.

"내 사표 받아줄 사람 없어서 다행"

사업을 하면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스스로 일을 만들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봅니다. 회사생활을 하면 주어진 업무를 따라가고 회사 일을 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점은 뭔가요?

정말 힘듭니다. 자퇴하고 2일 이상 쉬어본 게 손에 꼽는 것 같습니다. 주말도 없고, 자는 시간 외엔 일만 합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정말 많습니다. 제 사표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있었다면 사표를 냈을 겁니다.

학교 대신 창업이 대안인가요?

저는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IT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라고 봅니다. 그걸 만들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창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IT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우선 테이블 매니저를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앞으로 '노쇼 고객(No Show,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고객)'을 관리하거나 1~2시간 전에도 예약이 없으면 자동 마케팅 문자를 발송하는 등 추가 기능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이다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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