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원 아나운서 "주7일제 우수사원,취미는 혼자 영화보기"

조회수 2018. 11. 5.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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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뉴스 주말 앵커 맡은 장예원 아나운서

2016년 12월 방송사 SBS는 뉴스 진행자 교체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장예원(27) 아나운서는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S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8뉴스’의 주말 앵커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5년전에도 화제였다. 2012년 19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SBS에 입사했다. 22세였던 당시 지상파 3사를 통틀어 현직 최연소였다. 게다가 대학교 3학년 재학생 신분으로 합격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새 아나운서 6년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뉴스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게임(게임쇼 유희낙락) 영화(접속 무비월드) 라디오(장예원의 오늘 같은 밤) 교양(TV동물농장)에 이어 8뉴스까지 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출처: 배성재 아나운서 트위터
장예원 아나운서는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맡았다. 왼쪽 사진은 풋볼매거진골을 진행할 당시의 모습.오른쪽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중계를 맡은 장 아나운서

◇애벌레는 성장통을 거쳐 나비가 된다

 

장 아나운서는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녀는 “초년병 이미지가 남아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신인 때 이미지, 그리고 최연소 타이틀이 아직도 각인이 돼 있는 것 같아요. 이제 27살이고 후배도 4명이나 있습니다. ‘신인 이미지’를 깨고 싶어요.” 그녀는 “내 얘기를 사람들이 과연 궁금해할까라는 생각도 든다”는 말도 했다.

 

나비의 겉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려면 고치 속에 있다가 고치가 찢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학적으로는 ‘죽음’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진화과정. 삶에 대한 두려움과 포기, 혹은 실패를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시간이다.

이 시련을 견뎌야 새로운 존재인 나비로 거듭난다. 장 아나운서는 나비와 애벌레,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도 인생의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의미인가요

아나운서이기전에 직장인이잖아요. 그동안 회사에서 시키는 것들을 묵묵히 해왔어요. 이렇게 꾸준히 내 갈길을 가다보면 방향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죠. 이미지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디로 가야 되는지, 뭘 해야되는지 아직 모르겠더라고요.

앵커를 맡은 것이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뉴스를 그동안 안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침 뉴스는 그동안 쭉 해왔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시더라구요. 심지어 이런 말도 들었어요. ‘뉴스 처음 하는 애를 8뉴스에 넣어?’ 8뉴스를 맡는다고 했을 때 부담스러워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요즘 시국이) 중요한 시점이잖아요. 단순히 뉴스 진행을 맡는다는 것보다 이 시점과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고민입니다.

어떤 점 인가요

김성준 선배가 이런 말을 했어요.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를 해서 갖고 오는데,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할 의무가 앵커에게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얘기죠. 어떻게 하면 제대로, 성의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책임감을 느끼죠.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장 아나운서는 뉴스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신중했다. 입사 이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치며 막힘없이 진행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답변을 하던 중 몇초씩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뉴스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자리를 좀 잡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면 괜찮아 질 수도 있겠지만요.”

예전과 방송 환경이 달라진 점도 고민이겠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잖아요. 저녁 8시나 9시가 되면 안방에서 자리를 잡고 뉴스를 보는 문화가 젊은 세대에는 없다시피하거든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한다는 고민이 있어요.

뉴스를 하면서 목표가 있다면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 수십년이 흐른 다음 아들이나 딸이 제 뉴스를 봐도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요.
출처: 오늘같은밤 인스타그램
오른쪽은 '장예원의 오늘같은밤'을 진행하는 부스. 왼쪽은 출연자였던 배우 유연석(왼쪽)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녀가 직접 말하는 오해와 진실


장 아나운서는 젊은 아나운서 중에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게시물이 모두 합쳐 고작 6개인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안티팬’도 적지 않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거나 이와 관련된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악플에 무덤덤하다던데요

예전엔 댓글을 봤어요. 요즘엔 못 보겠더라고요.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팬들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악플은 쓰는 분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위축이 되더라고요. 상처를 받아요. 오해에 대해 일일이 사람 붙잡고 말할 수도 없는 거고요. 초연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어요.

뒤에서 밀어주는 세력이 있다는 말도 있네요 

입사해보니 같은 또래가 없었어요. 바로 위 선배랑 10살 차이가 났어요. 중간이 없었던 거죠. 덕분에 운이 좋게도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리액션이 과하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방송에서 비춰지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예요. 신인때 막내인데다 귀엽다는 이미지를 초반에 갖다보니 그런 식으로 보여진 것 같아요. 방송에서 그런 것만 편집한 측면도 있고요. 사실 애교가 없어요. 누군가가 시키면 눈 딱 감고 어쩔 수 없이 해요.

당연히 프리랜서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어요 

굉장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에요. 그런 제가 프리랜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회사가 너무 좋아요. 선배들도 좋고요. 여기서 행복한데 왜 프리랜서를 하나요. ‘사람들이 내가 프리랜서를 하는걸 바라는걸까’란 생각도 들어요.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요.

부자와 결혼 이후 퇴사하는게 목표가 아니겠냐는 말도 있네요  

그런 사례가 나오면 각종 매체를 통해 부각이 되잖아요. 그런 길을 걷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결혼해도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출처: SBS 캡처
왼쪽은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모습. 당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장예원 아나운서의 모습은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다.오른쪽은 TV동물농장 출연한 그녀

◇노는 법을 모르는 ‘주7일제 우수사원’, 취미는 ‘혼영’ 


장 아나운서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평일에 라디오를 마치고 나면 새벽 1시쯤. 낮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기에 주말 뉴스까지 맡아 휴일이 아예 사라졌다. 매일 같이 목동 사옥으로 출근한다. ‘주7일제’다.  사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해도 수입엔 큰 차이는 없다. SBS의 수많은 사원 중 한명인 그녀는 다른 이들처럼 연차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 


그녀는 “프로그램 출연에 따른 추가 수입이 너무 적기 때문에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숫자에 약해서 정확히 얼마인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하루를 보통 어떻게 보내나요

매일 심야까지 라디오 진행을 하다보니 생활 패턴이 다른 분과는 좀 달라요. 오후에 출근을 해요. 스케줄이 좀 불규칙한데 목요일이 가장 바빠요. 라디오 끝나고 눈좀 붙인 다음에 오전 9시부터 접속 무비월드에 이어 동물농장 촬영을 갔다가 라디오를 진행해요.

일복이 많네요

22살부터 일만 했어요. 회사에 있는 시간이 워낙 길어서 웬만한 건 다 안에서 해결해요. 집에서 쉴때는 침대에만 있어요. ‘집순이’죠. 집이 있는 당산에서 회사인 목동, 그 사이가 저의 생활 반경이에요. 밤에 일 끝나고 노는 분들 보면 부러워요.

어떻게 쉬어야 되는지, 놀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노는 법을 모르니까 못하는 거예요. 기껏해야 카페에서 지인들과 수다가 전부예요. 일을 안 하면 할 게 없으니까 차라리 일을 하는게 낫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라디오하면서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잖아요. 새로운 이야기를 듣다보면 딱히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일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걸 수도 있죠. 이 정도면 우수사원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슬픈 상황일 수도 있는데요 

어떤 선배가 저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일에 치이다 보면 방황하는 시기가 있을 거라고요. 아나운서가 아니라 장예원의 인생을 살라고. 맞는 말인데 제가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하지만 힘들 때마다 그 선배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봅니다.

나중에 이 순간을 어떻게 되돌아볼 것 같나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사회 생활을 일찍 했으니까, 늦게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보시면 제가 부러울 거예요. 반대로 투정이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20대에 일 대신 다른 걸 하는 분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출처: 장 아나운서 제공
장예원 아나운서 프로필 사진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조언좀 해주세요 

아나운서가 되려면 앉아서 하는 공부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게 아나운서잖아요. 사회 전반에 걸친 경험 없이는 버틸 수가 없어요. 학원 가서 커리큘럼을 따라 아나운서처럼 말하는법, 뉴스를 읽는 법 이런 것을 수학 공식 외우듯이 배우잖아요.

사실 방송사 오면 그런 스킬들은 다 가르쳐주거든요. 요즘엔 교환학생을 가더라도 거기서 공부하고 즐기기보다는 ‘스펙 쌓기’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물론 그게 아예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예요. 그게 주가 돼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나운서 되기 전에 뭘 하는게 좋을까요 

아나운서에게 중요한 자질은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게 없는데 이 직업을 꿈꾼다면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회에 대한 관심 없이 아나운서를 한다면 허무할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라디오를 하면서 외롭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요. 청취자의 사연을 들으면서 얘기를 나누는게 좋았거든요.

호기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여행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저는 대학생때 방학이 올 때마다 무조건 외국에 갔거든요. 다섯 나라는 간 것 같아요. 부모님 도움은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해결하거나 공모전을 통해서요. 대학생치고는 많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하고보니 그것도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이제는 직장인이니까 외국에 가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요.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요즘 SNS를 많이 하잖아요. 쪽지 같은 걸로 ‘언니 보면서 꿈 키워요’ ‘롤모델이에요’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한 번은 초등학생이 저에게 카드를 보낸 적이 있었어요. 당시 리우올림픽 때문에 동물농장을 결방했을 때예요. 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일주일 동안 이것만 기다리는데 왜 방송을 안 해요’라고 썼는데 뭉클하더라고요. 프로그램보면서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친구였어요. 이런 것 보면 제가 뭐라고…, 그런 생각도 들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장 아나운서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게 인생 목표”라고 했다. “따뜻하다는 말에는 한 마디로 표현할수 없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겠죠. 코드나 관심사도 맞아야 되고, 예의바르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행복하게 사는게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잖아요. 부모님 사랑받으며 행복한 가정에서 살았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았어요.

 

저는 앞을 내다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꼼꼼이 설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주어진 상황에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게 좋은 것 같아요. 당장은 일만 잘 하면 되겠죠?”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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