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거부하고 일 없이 고연봉 챙기는 삼성맨들

조회수 2018. 11. 5. 14: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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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거부자들의 세상
희망퇴직 열풍 불면서 '희망퇴직 거부자'도 생겨
업계마다 차이 나는 위로금 수준
성과평가 잘못 받으면 가차없이 명단에

병가 휴직계를 냈다가 2016년 복직한 삼성전자 직원 A모씨는 2016년 “2년치 연봉을 줄 테니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사 부서가 병 때문에 휴직을 한 다음 복직 하려는 A씨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퇴직을 거부했다.


그 결과 지난 성과평가에서 그는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았다. 사규에 따라 연봉이 전년보다 5% 줄었다. 인사팀은 담당 부서장을 통해 “A씨에게 아무 일도 시키지 마라”고 통보했다.


그는 수개월째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본다. 최근 인사팀은 “앞으로도 일을 주지 않을 테니 알아서 잘 선택하라”고 다시 퇴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A씨는 회사를 나갈 생각이 없다. “연봉은 줄었지만 삼성전자보다 좋은 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대안이 없기 때문에 버틸 때까지 버틸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B부서엔 4~5명을 위한 별도 사무실이 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50대 초반 부장들이 출근해 시간을 죽인다. 직원들은 임원 승진에 실패한 고참부장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수군거린다. 한 직원은 “자녀 학자금 같은 복지혜택 때문에 회사를 못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조선DB

◇ “위로금이 적다…. 어떻게 그냥 나가냐” 

재계에 희망퇴직 열풍이 불고 있다. 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30대 그룹 직원 수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1만4000명이 줄었다고 밝혔다. 22개 계열사를 둔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초 22만2011명에서 21만2496명으로 줄어들었다. 그 차이가 9515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4110명), 두산(1978명) 등 다른 주요 대기업 직원 숫자도 감소했다.


결국 '희망하지 않는 퇴직'이란 별명을 가진 희망퇴직이 크게 늘었다. 동시에 ‘희망퇴직 거부자’들도 늘고 있다. A대기업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자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5년 전보다 계열사별로 희망퇴직 거부자들이 20~30명씩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도 같은 상황이다. B기업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저성과자 직원들의 대기발령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대개 더 이상 승진이 힘든 베이비부머 세대다. 저성과자, 중징계 경력자, 휴직자도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희망퇴직을 거부한다. 희망퇴직을 하면 받는 위로금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을 보유한 제조기업 직원들은 위로금이 적더라도 전문성이 있어 이직을 노려 볼 수 있다. 반면 서비스, 유통 분야 종사자들은 이직이 어렵다. 위로금은 많아야 1년~1년6개월치 급여다. 한 대기업 직원은 “퇴직금을 합쳐도 2억원이 채 안 되는 돈이라 창업도 어렵고 가족 부양도 힘들다”고 했다. 

출처: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그러나 회사는 냉정하다. 희망퇴직 거부자들을 ‘월급 루팡’으로 인식한다. 법률적으로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제 발로 나가게끔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 전문성과 전혀 다른 부서로 배치하거나, 퇴사 대상자들을 추려 별도 사무실로 불러내 직무역량 향상교육(PIP)을 실시하기도 한다.


약 3개월 정도 집에서 쉬도록 대기발령을 낸 뒤 팀장을 팀원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철강업체 휴스틸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해 정부 제재를 받았다. 과장과 대리급 직원 98명에게 사직원 제출을 요구했는데, 일부 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의 업무공간을 ‘화장실 앞’으로 배치한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희망퇴직 거부자들에게 별도로 일을 시키고 평가는 하는데 의욕이 없는 직원들이라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사로선 더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처: 플리커 제공

◇ “휴직기간과 복직 타이밍 잘못잡으면 안된다”

반면 기업들이 인사평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원이 희망퇴직 명단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저성과자를 많이 양산하는 상대평가로 직원 성과를 산출한다. 김성수 서울대 교수는 “국내 주요 100대 기업이 1~5등급으로 나눠 상대평가를 하는데 문제는 대부분 직원의 실제 성과가 중상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등급이 갈려 직원들 동기저하를 부른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직원들이 비슷한 실적을 냈는데 아주 미세한 차이로 한 사람은 높은 등급을 받고 다른 사람은 낮은 등급을 받는다. 낮은 등급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1000대 기업의 85%는 절대평가를 한다. A등급 15~20%, B등급 80~85% 정도 부여하며 C등급은 미미하다.


휴직 기간과 복직 타이밍을 잘못 잡아도 희망퇴직 명단에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직원이 11개월 만근 시에만 인사평가를 한다. 만근은 하루도 빠짐 없이 일정기간 동안 출근하는 것을 말한다.


인사 평가 타이밍은 보통 1월. 만약 1월~11월까지 일하고 그해 12월 1일~이듬해 1월 말까지 두달 휴직을 하고 복직하면 큰 문제가 없다. 휴직한 해에도 11개월 일했고, 다음해에도 2~12월까지 11개월 일할 수 있기 때문에 ‘11개월 만근’ 조건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직기간을 잘못 잡으면 문제가 생긴다. 가령 10월~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 휴직하면 2년치 인사평가 기회를 날린다. 휴직한 첫해 9개월간 일했고, 돌아온 이듬해에도 9개월밖에 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2년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 취급을 받아 불이익을 당한다. “아무리 성과를 잘 냈어도 11개월 만근을 못하면 졸지에 희망퇴직 명단에 오른다”는 것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라도 부당한 불이익, 징계, 임금 삭감, 인격적 모욕, 명예훼손을 입었다고 느낀다면 고용노동부에 구제신청할 수 있다. 이땐 증거자료가 중요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정하지 않은 인사평가로 임금삭감을 하는 불공정 관행은 근로계약을 어기는 문제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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