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기업은행장 '무기계약직 3800여명, 정규직 전환 추진'

조회수 2018. 11. 5. 14: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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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진 신임 기업은행장이 보는 은행 미래
31년 은행원 생활 끝에 은행장으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적극 검토 후 추진"
"은행입사 원하면 영어, 중국어보다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언어 유리"

최근 취임한 김도진(58) 신임 기업은행장이 중장기적으로 3800여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신임 행장은 작년 12월 29일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23대 조준희 행장, 24대 권선주 행장에 이은 3연속 ‘내부 직원 출신 행장’이다.


그는 10일 jobsN과의 인터뷰에서 조직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생긴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관행을 바로 잡겠다"며 "차별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 취업을 원한다면 영어, 중국어보다는 라오스, 인도네시아어 같은 동남아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기업은행 제공
김도진 신임 기업은행장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다. 작년 1분기 기준 1만2676명 직원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3854명에 달한다(금융감독원 ‘은행별 직원 구성 현황’).


기업은행 정규직 직원의 평균 임금은 약 8600만원. 무기계약직은 그 절반인 4000여만원이다. 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과 영업점에서 같은 업무를 한다. 김 행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 "언제까지 무기계약직으로 놔둘 수는 없다"

무기계약직이 많은 조직은 동기부여가 힘들고 불화가 생길 수 있죠. 

맞습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약직이 많아지고 고용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입니다.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업무 평가와 급여 시스템을 신중하게 재정비 할 생각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 입장에선 무조건 무기계약직과 같은 처우를 받으라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무기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생길 문제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정규직 전환으로 임금 부담이 늘어납니다. 임금이 오른 만큼 생산성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기여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여도를 참조해 임금을 정합니다. 개인의 업무 능력을 키우고 임금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신입행원을 190명밖에 뽑지 못했습니다. 

올해에는 200여명 이상 뽑을 겁니다. 사실 지금 은행 사정상 신규 행원을 많이 뽑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선진국과 대비해 지나치게 은행 점포가 많습니다. 적자 점포를 수익이 날 곳에 재배치할 생각입니다. 그 점포는 2~3년 뒤에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매년 새 지점도 1~2개 정도 만들 생각입니다. 또 해외영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기업은행 본사

◇ “은행원이 사양직업? 기계가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까” 

기술 발달로 은행원이 사양직업으로 전락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뜨는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은 위협적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은행원을 100%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은행원 업무를 인공지능 기술이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이미 과학 기술이 은해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공대 출신 은행원들이 최근 몇 년간 늘었습니다. 가령 우리 기술금융파트 심사역 15명이 다 공대 출신입니다. 핀테크(Finance+technology)가 필요한 시대 변화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 감동'입니다. 고객을 빨아들이고 그들의 마음에 들어가야 합니다. '호소력'이 업(業)의 본질입니다. 그걸 기계가 해줄 수 있습니까? 인문 사회계열 출신의 감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처: 기업은행 제공

최근 본점 직원의 15% 수준인 직원 300여명을 영업점으로 재배치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숫자에 ‘0’이 하나 더 붙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스마트뱅킹, IB(기업금융) 업무를 늘리기 위해 조직 체계를 약간 바꾸는 정도입니다. 은행장이 바꿨다고 회사를 확 뒤엎겠습니까.

요즘 은행 수익이 악화하면서 은행원들이 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조직에서도 실적압박은 존재합니다. 다만 저는 숫자 위주의 실적 시스템을 바꿔 볼 생각입니다. 그간 우린 통장·카드 건수만 채우는 식의 영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만원만 넣어두고 쓰지 않은 계좌가 많아요.

안 쓰는 통장이 100개, 200개씩 늘어나면 은행 실적이 좋아지나요? 통장 유치 건수는 적더라도 매달 50만원, 100만원씩 정기적으로 예금 하는 진짜 고객을 늘려야 합니다. '빨리 통장 유치해라, 카드 유치해라'고 압박하는 문화를 개선할 겁니다. 불필요한 거품 실적을 걷어내고 필요한 실적만 쌓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은행의 먹을거리는 무엇입니까.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중국 진출도 시대가 지났습니다. 이미 한국은행들은 지난 20~30년간 중국에서 벌 만큼 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로 한국계 기업들이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도 베트남 지점 수익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인도와 필리핀에도 영업점을 만들었고, 미얀마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 지점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할 계획입니다. 해외 은행 인수합병, 지분투자, 지점 설립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 이젠 해외로 가야 합니다. 은행원을 꿈꾼다면 중국어나 영어도 좋지만, 동남아시아권 언어를 배우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봅니다.
출처: 기업은행 제공

◇ 30년간 오전 7시에 회사 출근 

대륜고, 단국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5년 입행한 그는 등촌역 지점 행원을 시작으로 영업점 6곳에서 일했다. 이후 카드마케팅부, 기업금융센터장, 비서실, 경영전략본부 부행장 등 본점 주요 요직을 거쳤다. 별명은 ‘도진스키’. 체격이 러시아 사람을 연상하게 할만큼 건장하고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이 뛰어다는 의미에서 러시아식 이름인 ‘스키’가 이름 뒤에 붙었다. 서울 화곡동에서 줄곧 살고 있다.

행장이 된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연고나 연줄도 아닙니다. 그저 30여년간 오전 7시면 무조건 제자리에 앉았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항상 눈을 떴습니다. ‘당일에 퇴근하면 고마운 것이다’는 원칙으로 살았습니다.

영업점 행원 시절엔 토요일 오후에도 나와서 금고와 서류정리를 하고 퇴근했죠. 비서실 근무 시절에도 토요일 나와 다음 주 행장 방문 일정이 잡힌 장소를 다 미리 가봤습니다. 건물에 화장실이 어디 붙었는지, 출입구는 어디에 붙어 있는지 체크했습니다.

신조가 있다면. 

핸드폰 커버에 늘 품고 다니는 글귀가 있습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입니다.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잘 지키며 살아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항상 부끄럽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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