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삼성맨→29세 창업..'아이템이 허리띠'라고?

조회수 2018. 11. 5.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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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는 지금 더 의사 같다는 생각해요
보건복지부서 복무하며 헬스기기 사업 생각
앱 개발 사업 실패 후 삼성전자로
소득, 의사의 25%에 불과…후회 안해

'웰트' 강성지 대표(29). 의사 출신 사업가다. 사람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스마트 허리띠를 제작·판매한다. 과식 여부, 칼로리 소모 정도, 걸음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제품명은 회사 이름과 같은 '웰트'다.


2016년 7월 삼성전자 C랩에서 분사해 회사를 차렸다. C랩은 삼성전자가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선발해 사업부에 적용하거나 벤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웰트는 9월 한 달 동안 해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7만 3000달러(약 9000만원)를 모았다. 완성제품을 보기도 전에 500여명이 주문을 마쳤다. 의류 브랜드 빈폴과 협업해 12월부터 빈폴 전국매장에서 '빈폴 웰트'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했다.


의류 브랜드 3~4곳과 더 협의를 진행중이라는 강 대표. 의사 가운을 벗고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강성지 웰트 대표

◇ 보건복지부서 복무하며 헬스기기 사업 생각



그는 2003년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2009년부터 3년간 보건복지부에서 복무하며 의술과는 다른 길을 봤다고 했다.


-군복무를 보건복지부에서 할수 있나요?


"입대 초기에 원주 보건소 공중보건의사로 발령 받았어요. 그때 마침 신종플루가 터졌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출신 군인을 모집하더라고요. 국제보건기구(WHO) 규칙을 번역하거나 우리나라 보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1명을 뽑았는데 제가 됐죠."

면접관은 짧은 질문을 세개 던졌다. 대답도 간단하게 했다. 성실한가? "논산훈련소에서 연대장 표창받고 나왔습니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나? "대학교 때 과대표, 전국 의대생협회장도 했습니다." 영어 잘하나? "민족사관고등학교 나왔습니다."


-어떤 일을 했나요


"신종플루 때문에 한 일은 많지 않아요. 넉달만에 잦아들었습니다. 건강정책과로 옮겨서 U헬스 제도를 정비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정부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건강서비스가 있어요. 혈압계, 혈당계, 체중계도 나눠줍니다. 시민들이 이걸 이용하면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건소와 복지부 전산으로 와요. 정보를 토대로 전화 상담부터 가정방문까지 해줬습니다."


-처음 듣는 서비스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라요.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고 싶은 걸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웰트 페이스북
웰트에서 개발한 스마트 벨트 '웰트'

◇ 앱 개발 사업 실패 후 삼성전자로

2012년 제대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모티브앱'을 차렸다. "'포켓몬고' 처럼 사람들이 미션을 수행하려 움직이게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100명을 상대로 테스트했지만, 이용하는 이가 없었다. 소리없이 사라졌다.


'사업은 아닌가' 싶었다. 세브란스병원 인턴으로 들어갔다. 1년쯤 지났을때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원이었다.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코엑스에서 열린 IOT 헬스케어 박람회를 들렀다. "전시해 놓은 제품과 서비스의 장단점이 눈에 보였습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회사는 웨어러블 아이디어가 좋다.', '이 정보는 하나에 통합하면 좋겠다.'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우리회사에 지원해 볼래? 의사출신 뽑는데, 너 될거 같다."


2014년 8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했다. 의사 때보다 월급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일반의가 많이 받으면 월1000만~2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 jobsN
강성지 웰트 대표

-입사 후 바로 C랩에 도전했다던데요


"네, 아이디어를 내고 사내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1차 통과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착용한 스마트기기로 건강 정보를 얻고, 여러 정보를 통합해 건강 관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허리띠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항상 착용하면서 거부감이 없는 덩치 큰 제품을 찾았어요. 거부감이 없잖아요. 허리둘레가 건강과 관계가 깊다는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어떻게 건강 상태를 점검하나요


"허리둘레를 재서 비만 위험도를 측정합니다. 과식 해서 허리띠를 풀면 그 정보도 저장하죠. 만보계처럼 걸어다니면 걸음 수로 칼로리 소모량을 체크해요. 움직이지 않으면 앉아있는 것으로 봅니다. 언제 많이 이동하는지, 또 많이 먹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벨트 안쪽에 붙은 센서가 감지합니다."

출처: 웰트 홈페이지
스마트 벨트와 충전 코드를 꼽는 자리(오른쪽)를 가리키는 모습

◇ 소득, 의사의 25%에 불과…후회 안해

허리띠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가죽은 'ㄱ'자도 몰랐다. 사내 교육시간에 만났던 제일모직 수석을 찾아갔다.


"도와주세요."


제일모직에 허리띠를 납품하는 공장을 소개받았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허리띠 공장에 가서 사장님을 괴롭혔던것 같아요." 센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맡았지만 하드웨어(허리띠)는 전공 분야가 아니었다.


1년 개발기간 끝에 스마트 허리띠를 내놨다. '웰트'를 차리며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회사원에서 대표가 됐지만, 월급은 다시 절반으로 줄었다.



-품질은 수준은 어느정도 입니까


"제일모직에 납품하는 것과 같은 제품입니다. 건강 기능 없이도 제일모직에서 12만원 안팎에 팔리는 허리띠에요. 저희는 149달러(약 18만원)에 내놨습니다."

   

-허리띠 충전이 불편하진 않나요


"1시간 충전하면 한 달 쓸수 있습니다. 생각날 때 한 번 하면 돼요. 사람들이 허리띠가 헬스기기라는 생각을 안했으면 합니다. 잊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목표가 있다면


"다른 종류의 웨어러블 헬스 기기를 만들 생각입니다. 신발이나, 베개가 될 수도 있어요. 여러 정보를 하나로 모아서 쉽게 건강 정보를 파악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득이 줄었는데 후회하지 않나요


"지금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해요.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업가인 지금 의사 본분에 더 충실한 것 같아요. 환자를 고치는건 두 번째에요, 아프지 않도록 하는게 최선이라고 믿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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