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포기하고 24살 창업, 3년만에 수백억에 회사 매각

조회수 2018. 11. 6.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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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포기하고
창업해 대박
당일 호텔 예약 서비스 '호텔나우'
24살에 로스쿨 포기하고 창업
3년만에 회사 수백억원에 매각

2012년 부산 해운대. 서강대 로스쿨 합격 기념으로 여행온 김가영(당시 24세)씨는 관광을 마치고 인근 숙소를 알아 봤다. 그런데 빈 방을 찾을 수 없었다. “찜질방에서 자기는 싫었어요. 밤 늦게 돌아갈 수도 없고. 전화로 일일이 물어보는데 미치겠더라구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일 호텔을 예약해주는 서비스는 왜 없을까. 아침이나 점심 쯤 호텔을 예약하고, 바로 떠나는 앱을 만들면 어떨까?” 

출처: jobsN
김가영 대표

그 길로 로스쿨을 포기하고 동업자 2명을 모아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2013년 1월 회사 이름을 '봉봉랩'이라 짓고, 같은 해 10월 당일 호텔 예약 앱 서비스인 ‘호텔나우’를 내놨다. 국내 2000개 제휴 호텔 방을 당일 예약할 수 있고, 정가의 30~7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작년 140억원의 예약거래액을 기록했고, 올해 300억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앱 다운로드는 200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대박을 냈다. 대형 숙박예약업체인 ‘야놀자’에 회사 지분 100%를 수백억원에 매각한 것. 이 중 김 대표가 보유했던 지분은 약 40%다. 비율만큼 이익을 실현한 것. 벤처업계에서 젊은 여성이 회사를 매각해 차익을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믿어지지 않아요. 생각지 못한 창업을 했는데, 이익 실현까지 하다니요.”


봉봉랩은 이달부터 야놀자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김 대표가 계속 경영한다. 그를 만나 창업 성공기를 들었다. 

한 달 2만~3만건 예약

회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모텔부터 5성급 호텔 까지 숙박업소 2000곳의 방을 당일 예약할 수 있어요. 떨이 판매처럼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원래 1박에 14~15만원 하는 방값이 6~7만원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생겨요. 숙박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몇 명 정도 이용하나요? 

2만~3만 건 정도 예약이 들어와요. 첫날 기록한 5명과 비교하면 급성장했죠.

호텔나우가 나온 이후 당일 호텔 예약 서비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유명 호텔 예약 사이트, 각종 소셜커머스가 호텔나우를 따라 관련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근 중국어 번역 서비스가 나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도 이용하고 있다. 

출처: 호텔나우 캡처

로스쿨 포기한 이유

김 대표는 어려서 손으로 물건을 만들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작가, 기자 같은 일을 잠시 꿈꿨지만, 돈 벌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서강대 법대에 갔다. 

법조인을 꿈꿨나요?

공무원인 아버지가 법대 진학을 원하셨어요. 법대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신 거죠. 반항적인 아이가 아니라 그대로 따랐어요. 부모님이 원하시는대로 한 거죠.

로스쿨 진학은 본인 선택이었나요? 

딱히 선택이랄 건 없어요. '변호사가 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 멋있다'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왜 해야 하지?’란 의심이 들더라구요. 제 자신에게 솔직해져 봤어요. '대단히 잘하는 일'은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싸우는일이라 법원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게다가 3년 등록금이 5000만원을 넘고, 이런저런 생활비까지 합하면 1억원 정도 소요될 것 같더라고요. 접었죠.

로스쿨 학비로 창업, 쉽지 않았던 영업

김 대표는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창업 결심을 하던 순간 부터 '내가 안 하면 누군가 먼저 하겠지'란 강박관념이 들었다고 했다. 다급했다. 부모에게 설명했더니 반대가 거셌다. “쉽지 않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다, 실패해도 다시 로스쿨 시험을 봐서 진학할 수 있다고 설득했죠.”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4000만원을 모았다. 김 대표는 로스쿨 학비를 창업자금에 보탰다.


서비스 계획이 서자 2013년 1월 회사를 세우고 영업에 돌입했다. 유명 5성급 호텔 공실률이 30%, 이하급 호텔이 50%란 점을 노렸다. 하지만 제휴를 위해 찾아간 곳마다 쫓겨나기 바빴다.

반응이 안 좋았나 보군요. 

호텔과 우리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윈윈' 기회잖아요. 그런데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구요. 판촉담당 지배인 만나는 것도 어려웠어요. 5성급 호텔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공실이 있어도 계약 못 하겠다고 하고, 작은 곳은 '여학생이 이런 데를 오느냐’며 쫓아내더라구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또 호텔은 오는 손님 서비스하는 데 집중해요. IT기술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죠. 그래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구요.

계속 뛰는 방법 밖에 없었다. 공동창업자들과 구역을 구분해 찾아가고 또 찾아갔다. 김 대표는 강남 지역 호텔 100곳을 담당했다. 수차례 찾아가 "아직 나오지 않은 서비스지만 만들고 있다. 이걸로 매출이 오를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자 일부 호텔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도 설득에 성공하셨네요.

그냥 공실로 놔둬서 뭐하느냐. 저희랑 계약하면 그래도 5만원은 버신다고 설득했어요. 다행히 서비스 런칭 전까지 웬만한 호텔은 모두 계약할 수 있었어요.

위기상황은 없었나요. 

다시 태어나면 꼭 IT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앱을 외주를 줘서 개발하는데 차질을 빚어 3개월간 진행이 중단된 적이 있어요. 결국 2013년 중반 앱 없이 서비스를 오픈해야 했어요.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거죠. 밤새도록 전화 받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김 대표는 외주를 포기하고 개발자를 고용해 2013년 10월에야 자체 앱을 출시했다. 지금은 앱 위주로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전화 받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전화 통화를 해야 안심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바쁜 시간은 당일 객실이 오픈되는 자정이다. 이때 전화가 몰려 직원들은 물론 김 대표도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회사 매각으로 성장 2라운드

회사가 궤도에 올라서자 '야놀자'에서 인수제의가 왔다. 김 대표는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매각 제의에 응한 이유는요?

저희는 모텔 분야가 취약해요. 모텔과 게스트하우스 예약에 강점을 가진 야놀자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회사를 더 성장시킬 수 있죠. 또 야놀자가 해외 서비스망을 갖고 있어 해외진출을 할 수 있고요. 그러면서 경영은 제가 해요. 야놀자 측이 ‘경영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 하시더라고요. 직원 고용승계도 약속을 받았고요.

회사 매각 계약서에 사인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좋은데 섭섭하기도 했어요. 초창기 돈이 없어서 확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거든요.

부모님이 마련한 로스쿨 등록금으로 창업했는데, 갚아 드렸나요?

“당연히요. 그리고 저는 월급을 안받다가, 얼마 전부터 받고 있는데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있어요. 어깨가 으쓱하죠.

가끔은 로스쿨 진학 포기를 후회하지 않나요?

전혀요. 만약 제가 로스쿨에 진학했다면 지금이 딱 취업시즌입니다. 친구들 보니 고생이 많더라고요.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 보러 다니느라 연락도 잘 못해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저는 창업을 할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예쁜 모바일 앱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다였어요. 대신 '내 관심사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자,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쓰는 걸 보고 싶다'는 욕구는 있었고, 이게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도전해 보세요. 저도 문과생이라 재무·IT에 대해 잘 몰라요. 끊임없이 물어보면서 하면 돼요.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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