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장애 딛고 9급 공무원 최연소 합격 조영희씨, "부모님과 빅뱅 생각하며 공부"

조회수 2018. 11. 6.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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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꽃피는 시기 달라요
2016년 국가직 9급 최연소 합격
초2때 지체장애 얻어
중졸·고졸 검정고시 이어 공무원 도전

충북 청주에 사는 조영희(18)씨는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에 붙었다. 전체 합격자 4128명 가운데 가장 어리다.

 

조씨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목에서 종양을 발견했다. 종양을 제거했지만,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한다. 재활치료를 받느라 학업을 중단했다. 6학년 때 복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체력 문제로 곧 그만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검정고시로 중졸과 고졸 자격을 얻고, 대졸자도 쉽지 않은 공무원 시험까지 통과했다. 수험생활 11개월만의 결실이다. 조씨를 만나 합격비결을 들었다. 

출처: 조영희씨 제공
조영희씨

모든 과목을 나만의 노트로 정리

공무원 시험을 처음 제안한 건 부모님이었다. 무남독녀인 딸이 스스로 먹고 살 직업을 갖길 바랐다. 조영희 씨도 공무원이 좋았다.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저처럼 불편한 친구를 돕고 싶었어요. 활동적인 일을 할 수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거죠.”

14살 때 중졸, 15살 때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시험 공부에는 자신 있었다. 2015년 5월 고용노동부 장애인 전형을 목표로 시험 준비에 돌입 했다.

 

체력관리가 관건이었다. 7시간씩 충분히 잠을 잤다. 대신 그날 정한 공부량은 반드시 지켰다. “시간으로 목표를 정하면 시계만 봅니다. 공부량을 정하면 ‘이것만 빨리 끝내고 쉬자’는 생각으로 집중할 수 있어요.”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지만 자습실은 이용하지 않았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주로 집에서 공부를 했다,

 

강의 시간엔 강사의 말에 집중했다.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 빠르면 오후 2시 늦으면 7시에 끝났다. 집에 돌아와 그날 배운 내용은 바로 복습했다. 필기 내용을 '나만의 노트'에 다시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꺼내 보기 좋았다. 복습을 끝내고 시계를 보면 대개 10~11시쯤. “다이어리를 쓰거나 공부 계획표를 작성하지는 않았어요. 학원에서 배운 걸 미루지 않고 바로 복습한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공부가 빨리 끝난 날이면 음악을 듣거나 TV를 봤다.

출처: 조영희씨 제공
조씨가 복습하며 정리한 노트

가장 어려운 과목은 영어였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영어를 공부했지만 공무원 시험 영어는 차원이 달랐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경쟁자들은 아는 내용을 모를 때가 많았다. 기초부터 쌓아야 했다. 특히 단어가 문제였다.

 

"이론을 이해한 다음 외우는 편이예요. 그런데 단어는 이해할 필요 없이 무조건 외워야 했어요. 어원이 있다고 하는데 그 어원도 외워야 하고요.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왔죠. ”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단어수업은 4시간짜리. 1000개에 육박하는 단어를 한꺼번에 다뤘다. 독해·문법 수업에 등장하는 단어까지 합하면 양이 방대했다.

 

종이에 단어를 가득 쓰며 암기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방법을 바꿨다. 단어책을 갖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꺼내 봤다. 하루 외워야 하는 개수를 정하지는 않았다. 수업 시간에 배운 단어를 집중해 보며 눈으로 익혔다. 시간이 흘러 단어를 어느정도 알게 되자, 모르는 것만 골라 단어장을 만들었다.

 

한국사도 쉽지 않았다. 학원 강의를 따라가지 못했다. 역시 기본기가 문제였다. 성격상 수업 시간에 궁금한 점이 있어도 바로 질문하지 못했다. “학원에서 ‘이 정도는 알겠지’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어요."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부분은 적어 두었다가 집에서 따로 공부했다. 인터넷 강의도 찾아 들었다. EBS 최태성의 한국사능력시험 고급편. 평균 한 시간짜리 영상을 2배속으로 하루 4개~5개씩 들었다. 80개를 듣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 또 시대순으로 한국사 노트를 정리했다. 영어 단어장처럼 수시로 봤다.

 

조씨는 국어와 행정법에 강했다. 국어는 작품을 많이 접하며 ‘감’을 익혔다. 행정법은 ‘기각재결’∙’급부행정’ 등 한자 위주 용어들이 낯설어 초반에 고생했지만, 한번 용어를 외우고 난 후부터는 수월했다. “법은 기승전결이 있어요. 앞 내용을 알면 그 다음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요. 그만큼 기초 공부가 중요합니다.” 

출처: 조영희씨 제공
조영희씨

문제 푸는 기교나 요령 없어

2016년 1월 문제풀이에 돌입했다. 8개월 간 이론 정리를 마쳤으니, 실력 점검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를 푸는 기교나 요령은 없었어요. 하루 한 과목을 정해서 3회~4회분 모의고사를 풀었어요. 많이 풀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도 영어가 발목을 잡았다. 시간을 제일 많이 투자했지만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론을 철저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 풀 때는 다르더라구요. 모든 게 처음보는 내용 같았어요. 80점 중반은 나와야 합격 안정권이었는데 60점~70점대였어요.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죠.”

 

문제지를 붙잡고 혼자 울 때가 많았다. 절망할 여유가 없었다. 아침 저녁 자동차로 데려다 주는 부모님,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오답노트를 정리하는데 공을 들였다. 틀린 문제를 적고 그 아래 답과 해설을 적었다. 부족한 이론이 나타나면 이전에 작성했던 이론 노트를 꺼내 다시 공부했다.

시험 한달 전부터 노트를 중점적으로 봤다. 과목별로 몇 회 독을 했는지 의식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점수가 크게 상승했다. 합격 안정권인 전과목 평균 80점대를 유지한 것. 자신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출처: jobsN
공무원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

주제 1가지로 파고드는 면접 질문

대망의 4월 9일. 100분 동안 정신없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왔다. 이후 두 달 동안 점수를 생각하지 않고 휴식기를 가졌다. 결과는 합격. 응시자 16만4133 중 5632명 안에 들었다. “저녁에 아버지가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 오셨어요. ‘수고했다’며 건네시는데 울음이 왈칵 터져 나왔어요.”

 

마지막 관문인 ‘면접’만 남았다. 안심할 수 없다. 필기 합격자 중 30% 정도가 면접에서 탈락한다. 인터넷 강의로 준비했다. 기출·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A4용지 3장 분량. 시사이슈를 놓고 부모님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답변을 달달 외우지 않아도 기억에 남았다.

 

면접 당일. 면접관이 ‘청년 실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기업∙공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청심환을 먹고 들어갔는데도 말끝이 떨렸다.

면접관은 해결책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대학·회사만 목표로 삼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탐색이 필요합니다. ‘자유학기제’ 같은 제도가 잘 운영돼야 합니다.” '다른 해결책은 없는지' 등 관련 질문이 그 후로 몇 번 더 이어졌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깊이 파고들 줄은 몰랐어요. 준비한 것보다 훨씬 답변을 못해서 떨어질거라 생각했어요.” 

출처: YG공식홈페이지 제공

한 달에 한 번 여가생활 꼭 가져

기우였다. 8월 3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최고의 합격비결이다. 수험기간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에 빠져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지만, 조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몸이 아프다고 제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굳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합니다.”


또 다른 원동력은 가수 '빅뱅'. 필기 시험 한달 전 콘서트에 다녀왔다. 조씨는 수험기간 여가 생활을 지나치게 억제하지 않았다. 한달에 한번은 친구를 만나 노래방에 가 스트레스를 풀었다.


조씨는 고용노동부 임용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 보컬학원에 다니며 어릴적 꿈인 가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들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르대요. 지금 힘들어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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