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위한 보고'에 지쳐 삼성 관두고 찾은 '인생직장'은?
조회수 2018. 11. 6. 10:42 수정
여기어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요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 추구
삼성전자, 쿠팡거쳐 여기어때
삼성전자 9년, 쿠팡 팀장 1년, 요즘 인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준규(39)씨의 직장이었다. 지금 그는 숙박앱 '여기어때' 부장이다. 12월15일 서비스를 시작한 ‘여기어때 3.0’ 출시를 책임졌다.
서 부장은 UX(User Experience의 약자, 사용자 편의에 맞는 앱·웹 구성)디자이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미디어공학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2005년, 29살에 삼성 UX기획팀에 입사했다.
서준규 부장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만들고 싶어…삼성전자 퇴사
삼성전자 UX 기획팀에선 어떤 일을 했나요
수원 DMC연구소에서 TV 관련 서비스를 연구했어요. 사용자 입장에서 버튼을 어디에 배치할지, 카메라는 어디에 넣을지 구상하고 기획했습니다.
일이 어렵진 않았나요?
제가 참여한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확 뒤집어졌어요. 처음엔 반가웠어요. UX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기준을 만난거죠. 하지만 곧 아이폰과 비슷한 시도만 하게됐고, 비슷한 제품만 나오게 됐죠. 모바일, TV, 사업부, 연구소 구분이 사라졌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직장인데요.
회의감이 들었어요. 고객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허 같이 임원이나 연구소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실적용이었죠. 이 연구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재직 당시 샌프란시스코 출장간 모습
삼성 9년만에 그만두고, '쿠팡'입사
2014년 퇴사를 고민하던 중, 쿠팡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 쿠팡 UX디자인팀 팀장을 맡았다.
쿠팡을 선택한 이유는요?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사업 방향이 명확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한다고 판단했어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의 프로세스를 많이 따라하더라구요. 배울게 많을 것 같았습니다.
조직문화가 많이 달랐을텐데,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삼성은 프로젝트리더(PL)가 모든 업무를 관리·배분하지만, 쿠팡은 수평적이다 보니 팀원들을 모아 일은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두 회사가 정 반대였던 거죠. 여기어때는 삼성과 쿠팡의 중간 정도 같습니다.
여기어때로 어떻게 옮기게 됐나요?
업계 분이 소개해줬어요. 입사 당시 쿠팡만 해도 직원이 1000명이였고, 여기어때는 150명 정도 였어요. 삼성, 쿠팡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성장 가능성은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어때 3.0' 출시라는 업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존 서비스를 단순 관리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틀을 만들어 나가는거죠. 큰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준규 부장
'여기어때? 만족해요'
'여기어때 3.0'은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한옥 등 예약 범위를 넓힌 종합숙박 예약서비스다. 인터뷰 당일은 몇 달 동안 준비한 서비스가 시작한 날이었다. 설레면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직할 때 고려한 점은요?
회사에서 할 일이 스스로 만족할만한 일인지 판단했어요. 제 일은 어떤 디자인이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겁니다. 삼성, 쿠팡, 여기어때는 다른 서비스를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인터페이스를 기획하는 건 똑같아요. 맡을 업무가 무엇인지 제일 중요하죠.
대기업을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없나요?
거의 10년동안 다녔잖아요. 그 편안함이 그릴울 때는 있죠.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겁니다. 얼마 전, 삼성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를 만났어요. ‘형, 그때 잘 나갔어’ 제가 당시에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대기업에서 오래 있다보면 나에게 회사 직함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을지 불안하죠.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계속할지 그만둘지, 언젠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죠.
여기어때3.0 기획팀 회의 모습
‘여기어때’에서 일하는 건 만족스럽나요?
삼성 다닐 때보다 일은 더 많이 해요. 삼성은 자유출근제라 주 40시간을 채우면 출근하지 않아도 돼요. 여기어때에 입사하고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야근했어요. 그만큼 재밌거든요. 일찍 출근해서 팀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업무를 배분할 지 고민해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 좋아요.
스타트업을 첫 직장으로 입사하는건 어떨까요?
요즘엔 스타트업에서 바로 일해도 될 만한 대학생들이 많아요. 물론 대학에서 시키는 것만 수동적으로 해 온 친구들은 안 되겠죠. 하지만 능동적으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쌓고 실무 연습을 많이 한 친구들은 일하기 충분해요. 성격적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맞는 것 같아요. 맡은 일을 잘 마무리하고, 정해진 범위에 익숙하다면 대기업이 낫겠죠.
서준규 부장
앞으로 계획은요?
여기어때와 잘 맞는 조직, 업무프로세스를 만들겁니다. 쿠팡에서는 실패했거든요. 삼성을 그만두고 저에게 딱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한 과도기였다고 생각해요. 함께하는 직원들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글 jobsN 최슬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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