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서울대 교수 '4~5년 뒤 평생 승진 불가능, 만년대리로 산다'

조회수 2018. 11. 6. 10:4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사전문가 김성수 교수가 보는 직장의 미래
연공서열제 중심 급여체계 사라진다..직무연봉제로
평생 승진 꿈꾸기 어려워진다..평생 대리, 과장 시대로
야근은 줄어들 것..돈 적게 벌고 칼퇴하는 직장 늘 것
평생 승진이 불가능한 시대가 온다. ‘만년 대리’, ‘만년 과장’이 될 수 있다. 연봉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회사 다니는 것 자체를 고맙게 여겨야 한다.

직장인이 들으면 정신 번쩍 드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국내 인사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연봉, 성과급 체계, 조직문화 등을 연구해 미국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최우수 논문상을 2차례(1997년ㆍ2016년) 받았다.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을 자문하면서 속사정을 꿰뚫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출처: jobsN
김성수 교수

직장인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대기업은 연봉 높은 관리직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하고 있고, 시중은행은 일제히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연공서열에 바탕을 둔 보상체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직장인의 성과 연봉 체계, 승진, 조직문화의 미래를 들었다.

연공서열 중시하는 급여체계 사라지고 직무별 연봉제로

평생 승진이 어렵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와 승진제도를 운용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이익이 ‘역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은 2013년부터 이익이 줄고 있죠. 하지만 인건비는 숨만 쉬어도 매년 몇 퍼센트씩 올라갑니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모두가 자동 승진하는 시스템을 폐기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연차 올라간다고 급여 올려 주지 않는거죠.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가 4~5년은 유지되지 않을까요.

어렵습니다. 자리만 지키면 급여를 올려주는 임금 체계로 저성장 국면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평생 대리, 과장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직책 수당도 사라질 겁니다.

미국에선 이미 벌어지는 일이다. 애플 싱가포르 지사는 20년째 같은 직급을 유지하는 직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일의 직무가치에 따라 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개선하고 있어요. 직무 중심 연봉제로 가는 거죠. 미국 기업은 부장급이 돼도 신입의 최대 2배 정도밖에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직급이 아니라 직무의 전문성에 따라 급여를 제각각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조선 DB

우리도 이미 성과급 체계가 있지 않나요.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 성과 평가 자체는 무척 세세합니다. 100대 기업을 보면 1~5등급으로 나눠 상대평가를 하고 있죠. 문제는 직원 대부분의 '실제' 성과가 중상 수준이란 데 있습니다. 최악의 성과를 내는 직원은 1~2% 선이죠. 그런데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아주 미세한 차이로 등급이 갈려 버립니다. 그러면 동기부여 하려고 만든 성과 평가가 역으로 사기를 저하시키게 됩니다. 미국이 1950년대나 쓰던 방식이죠.

지금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 1000대 기업의 85%가 절대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등급을 주더라도 A,B,C 3등급만 유지합니다. A등급 15~20%, B등급 80~85% 정도 부여하죠. C등급은 미미하구요.

평소 알던 것과 다르네요.

미국 기업은 영업직이나 금융권 정도를 빼면 같은 부서 동료끼리 연봉 차이를 크게 두지 않습니다. 기술팀, 재무팀, 회계팀 등 직무와 소속부서에 따라 차등이 생기죠. 미국 직장인은 일단 분야가 정해지면 거의 바꾸지 않고 전문가로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이후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의 같은 직무로 이직하죠.
출처: jobsN
김성수 교수는 "미국 직장인의 이직이 많은 이유는 승진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잦은 이직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나요.

미국에선 한 직장에 오래 있다고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친구는 못 옮기는구나’ 평가를 받죠. 그러면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유로운 해고가 보편화될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연구자들 초자 해고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유연성을 높여주지만, 장기적으론 수익성을 저하시킵니다. 당장 재무제표가 좋아질지 몰라도, 길게 보면 노하우 축적이 안되면서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야근, 잔업…사라질 수 있다

승진이 어려운 시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가늘고 길게 살아야죠. 연봉 4000만원 이상 주는 기업에 있다면 승진 못해도 버텨야 합니다.

이직해서 연봉 올리는 방법이 있지 않나요?

한국 현실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성과를 내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인적자본(본인의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동료와 협업을 통한 성과), 조직자본(회사 간판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것). 그런데 직장을 옮기면 인적자본만 쥐고 가게 됩니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에선 이직 후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출처: 플리

연봉이 오르지 않을 테니 소비를 줄여야 겠네요.

그렇습니다.

가늘고 길게 가려면 오래 일해야 하는데 ‘정년 60세’가 가능할까요.

60세 정년을 보장하려면 기업이 계속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성장으로 무너지는 산업이 계속 나올 거에요. 이미 희망퇴직 연령이 30대로 내려왔죠. 경력단절자가 많이 늘 것 같아요. 일정 시간 실업을 경험한 뒤 눈높이를 낮춰 옮기는 사람이 증가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근무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입니다. 연 2200 시간이 넘죠. 연봉 줄고 승진 못 하면 일이라도 적게 해야 할 텐데요.

그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지난 15년 사이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 감소 속도가 세계 1위입니다. 나아가 정부는 2020년까지 연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에요.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일을 잘해서가 아녜요.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일이 줄어 듭니다. 야근이나 잔업이 줄 수 밖에 없어요. 오후 6시 정시퇴근해 여가 즐기는 직장인이 늘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