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소득 '1000원' 위기의 아빠 인생 바꾼 6살 딸

조회수 2018. 11. 6. 10: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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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노는 영상 10분 담았는데" 4억8000만뷰 기록한 '라임튜브'
'뽀로로', '타요' 만들던 애니 전문가
첫 3개월 수익은 단돈 '1000원'
어린이 방송국 만드는 게 꿈
오늘은 '패밀리 천물뽑기'(선물뽑기)를 가지고 놀아볼 거예요.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6살 라임이가 시청자에게 인사를 한다.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움직여 집게로 선물을 뽑는 기계를 가지고 놀겠다는 말이다. 기계 안에 들어있는 건 사탕과 젤리. 다 잡은 듯 보였던 사탕을 놓쳤다.  "아휴."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말이 필요 없다. 라임이 얼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5번 만에 성공하자 "이건 사과맛이에요"라며 사탕을 입으로 가져간다. 

출처: 라임캐스트 제공
길라임양

길라임(5)양과 그의 아버지 길기호(40) 라임캐스트 대표가 만드는 유튜브 키즈 동영상 '라임튜브'의 한 장면. 매일 오후 5시 유튜브 '라임튜브' 채널에 이런 영상이 뜬다. 라임튜브는 길라임과 유튜브를 결합한 이름이다.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3~10분짜리 영상이지만 인기다.  


구독자 수만 40만명. 전체 동영상 조회수 4억 8000만뷰가 넘는다. 1년 전 라임이가 타요 키즈카페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가 1297만회에 달한다.  


"처음엔 라임이, 라임이 엄마와 가내수공업처럼 만들었어요." 


길대표는 라임채널 방영 1년 반이 지난 2015년말 '키즈 채널' 제작사 라임캐스트를 만들었다. CJ E&M에서 투자 받고, 전문 제작 인력을 3명 채용했다. 어떻게 이런 방송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그의 회사를 찾았다. 

출처: jobsN
길기호 라임캐스트 대표

'뽀로로', '타요' 애니 만들다 유튜브 영상 제작자로

전공이 뭡니까 

디자인을 전공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을 했어요. '뽀로로' 3~5기, '꼬마 버스 타요' 1~3기 만드는 일을 총괄했습니다.

길기홍 대표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다녔다. 7군데 직장을 거쳤는데, 모두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다.


뽀로로와 타요 제작에 참여한 건 2008~2013년, '스튜디오게일'사에서였다. 뽀로로는 '뽀통령'으로 불리며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란 별명까지 얻은 애니메이션이다. '타요'는 버스를 주인공으로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다.


'타요'가 어린이에게 인기를 끌자 서울시와 경기도는 버스 앞면에 눈·코·잎 스티커를 붙여 운행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스튜디오닷'으로 이직했다. 장난꾸러기 잠수함 '마린'의 바닷속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버블버블 마린'을 감독했다. 

왜 그만두셨나요

갑자기 아내가 아팠어요. 출퇴근하면서 아내를 돌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아프리카 TV' 진행자나 유튜버들이 1인미디어로 돈을 번다는 건 알고 있어서 이쪽을 시도했습니다.

2014년 여름, 그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 전연숙(37)씨가 급성 신부전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초기에는 병명도 몰랐어요,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건 언제였습니까 

2014년 가을쯤이요. 회사를 그만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때였습니다. 바로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했어요. 3개월 정도는 유튜브 방송으로 돈을 벌수 있는지 실험을 했습니다. 처음엔 제 손만 나오는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3개월 동안 단돈 '1000원' 벌기도

돈을 벌 것 같다고 느낀 계기가 있나요

처음 3개월 동안 1000원 벌었어요. 유튜브에서 방송을 시작하기 전 짧게 광고를 내보내는 시스템이 있는데, 조회수에 따라서 수익을 배분해줍니다. 그때 조회수가 편당 10~20회 정도였습니다. '조회수만 늘릴 수 있으면 돈이 되겠구나'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선 만류했죠. 아버지는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며 미쳤다고 하셨으니까요.

2014년 겨울, 회사를 나왔다. 당시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그의 연봉은 4700만원이었다. "집에서 일하며 한 달에 100만원만 벌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소득이 얼마나 됩니까

유튜브 쪽과 매출은 공개하지 않기로 이야기해서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직원 3명에게 월급 주고 회사 유지할 정도는 됩니다. 조금씩 더 안정되고 있습니다. 저는 전 직장에서보다는 못 받아요. 그래도 재밌게 하고 있는 게 어딥니까.

언제부터 조회수가 늘기 시작했습니까 

우연한 기회에 라임이가 등장한 방송이 있었는데, 그때 조회수가 느는 걸 봤어요. 제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데 라임이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안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조회수가 100회를 넘었습니다. 이제는 회당 조회수가 만 건 정도 됩니다.
출처: 라임캐스트 제공
방송 제작하는 모습

그때부터 라임이가 주인공이 됐나요 

'아이가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방영하는 '에반튜브'라는 방송도 참고했습니다. 5살짜리 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노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거든요. 라임이 엄마랑 상의한 뒤에 아이가 촬영을 '일'로 생각하지 않는 수준에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1년의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은 시점입니다.

주제는 어떻게 정합니까

라임이가 좋아하는 걸 주로 찍습니다. 보드게임이나 블록 맞추기, 인형극도 합니다.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것들을 영상에 담기도 해요. 케익 만들기, 수영하기 같은 것들요. 그냥 노는걸 찍는겁니다. 가능하면 라임이가 체험하는 걸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 간접 경험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 주로 촬영을 한다. 토요일은 실내촬영, 일요일은 일상생활을 찍는 식이다. "라임이가 밖에서 노는 걸 찍으려면 서너 시간 동안 저는 열심히 카메라만 들고 따라다녀야 합니다. 이젠 아이가 활동량이 많아져서 쉽지 않아요."  


평일에는 아이디어 기획과 영상 편집을 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고 5시 30분에 퇴근한다. 출근하기 한 시간 전에 라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퇴근 시간에 데려오는 것도 그의 일이다.  

어린이 방송국 만드는 게 꿈 

힘든 일은 없나요

처음 시작할 때 조회수가 안 나와 힘들기도 했어요. '내가 보면 재밌는데 왜 사람들이 안보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만들 때 제가 그린 캐릭터를 모니터링하면 행복했거든요. 심지어 지금은 하루 종일 제 아이랑 놀고 그 영상을 보는 거잖아요. 정말 즐겁습니다.

라임이가 주문하는 것도 있습니까 

모니터링을 하면서 '아빠 이 장면엔 내가 안 예쁘게 나왔으니까 빼자'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건 들어줘야 해요. 주제를 정하거나 영상을 찍는 건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 걸 하기 때문에 오히려 촬영을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라임이가 더 크면 영상 제작을 못할 수도 있나요 

주인공은 바꿀 계획도 있습니다. 라임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동화 속 주인공으로 바뀌는 거죠. 그러면 라임이 대신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고요. 아이가 촬영 말고 자기만의 시간을 더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어린이 방송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방송국에서 아이들이 뛰놀면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담는 방식이다. "그런 영상을 아이들이 즐겁게 봐주면 좋겠다는 꿈을 꿉니다."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두고 올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채널을 보면서 '나도 저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돈 잘 벌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후회하는 사람을 제법 많이 봤습니다. 천천히 취미처럼 만들어보고 꾸준히 시청자를 늘려가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jobsN 이병희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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