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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400만원 육아휴직 중 승진하는 회사

조회수 2018. 11. 6.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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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사무실이 텅텅 비는 이 기업 왜?
다국적 기업 일리아 릴리 한국법인
‘제약회사=보수적’ 편견 깨
유연출퇴근·재택근무·‘-님’ 문화 정착

최재연 한국릴리 부사장이 중국 지사에 근무하고 있던 2009년 어느날. 병가를 내고 쉬던 그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한국법인 인사 총괄로 승진 발령을 낸다는 소식이었다. 최 부사장은 “2013년 미국 본사에서 한국으로 올 땐 회사에서 쌍둥이 자녀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끊어줬다”며 “출산휴가를 앞두고 상무로 승진한 경우도 있을 만큼 가정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릴리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의 한국 법인이다. 지난해 매출은 1280억원, 평균 연봉은 5408만원(기업 정보 공개 사이트 크레딧잡)이다.


제약회사는 보수적이고 남성 비율이 높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한국릴리는 편견이라고 한다. 임직원 245명 중 약 46%가 여성이고, 140명이 근무하는 본사 여성 비율은 60%를 넘는다. 임원 9명 중 5명은 여자다. 


글로벌 의약학정보 지원팀 김신걸(46) 이사, 마케팅 총괄 최재연(43) 부사장을 만났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김신걸 이사, 최재연 부사장

10년 전 시작한 ‘유연근무제’·‘재택근무’


김 이사는 1999년 연구개발직으로 입사했다. 2009년부터 지금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2005년 입사했다. 이후 홍콩, 영국, 중국, 미국에서 일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김) “국내외 고객에게 제품 정보를 설명하는 일을 합니다. 어려운 용어가 많은 의약학 정보를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죠.”

(최)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과 앞으로 나올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세웁니다.”
출처: jobsN
최재연 부사장

한국 릴리 직원들은 출·퇴근이 자유롭다. 2006년부터 시작한 ‘유연근무제’ 덕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공

통 근무 시간)를 포함해 하루 8시간만 일하면 그만이다.

 

직원들은 3개월마다 부서장과 출퇴근 시간을 정한다.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김 이사처럼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4명은 일주일에 1~2번만 회사에 나온다. 회사는 

컴퓨터·프린터 등 기기를 집에 설치하고, 사무용품도 지원한다. 수도·전기요금 명목으로 매달 7만원씩 따로 지급하기도 한다. 

하루 일과는 어떻나요?

(김)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1번만 나가요. 보통 오전 10~11시에 업무를 시작하는데 다른 나라에 있는 직원이나 고객과 소통할 일이 많습니다. 오전에는 보통 미국 본사와 전화를 합니다. 낮에는 시차가 맞는 중국·일본 직원과 화상 회의를 하고요. 중간엔 4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을 합니다. 브라질처럼 시간대가 다른 나라 업무를 볼 땐 늦은 밤, 새벽에 일할 때도 많습니다.”

(최) “아침에 30분씩 4살짜리 쌍둥이 아이들과 노는 일부터 시작해요. 10시까지 회사에 출근해 본사와 전화를 하고요. 나머지 시간에는 실적·이슈에 관한 보고서를 쓰거나 회의를 합니다. 저도 미국 본사와 같이 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일할 때가 많아요.”
출처: jobsN
김신걸 이사

휴가 안 쓰면 눈치 보여 

한국릴리 기업문화는 어떤가요? 

(최) “우선 '님'이라 부르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다 보니 직책 부르는 게 어색할 정도예요. 직원들 의견도 많이 받아들여지고요. 회의실 이름을 지을 때도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받았어요. 의자를 살 때도 같이 고르러 다녀요. 회의실이 투명한 이유도 ‘모든 정보는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문화 때문입니다.”

(김) “한 지원자가 면접 끝난 후 전화를 했습니다. 면접 볼 때는 차마 말을 못했는데 지금 임신 중인데 괜찮냐고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했죠. 앞으로 이 사람이 회사에 기여할 역량이 중요할 뿐이니까요. 그 직원은 입사 4개월 만에 출산휴가를 갔습니다.”

한국릴리는 2004년까지 20여년 동안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수평적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0년 전부터다. 

수평적인 분위기를 자리 잡게 한 비결이 있을까요? 

(김) “어느 순간 ‘우리 수평적으로 바꾸자’라고 외친다고 분위기가 바뀌진 않습니다.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하죠. 문화도 고려해야 합니다. 본사에서는 러닝머신을 뛰면서 발표 연습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출처: 한국릴리 제공
한국릴리 본사 대회의실

외국계 기업이라도 여성 비율이 높은 경우는 드뭅니다. 남성이 역차별 당하는 건 아닐까요?

(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라기 보다, ‘여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회사에요.”

(김) “남성도 일하기 좋은 회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남성이 육아휴직을 다 쓰기 어려운 분위기죠. 릴리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휴가도 대부분 다 쓴다고 들었습니다. 

(최) “우선 다른 회사보다 휴가 일수가 많아요. 1년 법적 휴가 일수인 15일에 7일을 더해 총 22일입니다. 2년마다 1일씩 휴가가 늘어요. 작년에는 휴가 소진율이 90%를 넘겼어요. 매달 각 팀마다 휴가를 얼마나 썼는지 확인해요. 휴가를 내는 이유는 보고하지 않지만, 휴가를 쓰지 않은 이유는 설명해야 합니다.”

(김) “휴가는 휴가로 써야 합니다.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권리예요. 저도 12월엔 첫째 주 정도만 근무하고 휴가를 갑니다. 그 시기에 제 상사도, 고객도 다 휴가를 가서 없어요.”
출처: 한국릴리 제공
한국릴리 사무실은 통합업무환경(Integrated Work Place)을 갖췄다. 릴리 직원들은 지정된 자리에서 근무하는 '상주직'과 원하는 자리 아무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유동직'으로 나뉜다.

자율적인 만큼 책임감 있어야 

모든 회사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고충이 있다면요? 

(최)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새벽 1시에 전화를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이런 업무 리듬을 견뎌야 하죠. 가령 ‘오후 8시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개인 시간을 꼭 가져야해’라고 생각하는 분은 힘듭니다. 회사가 융통성을 주는 만큼 직원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김) “재택근무를 할 때는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을 정확히 구별합니다.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직원이 다 같이 보는 일정표에 '휴식'이라고 입력해요. 직원 간 신뢰가 없으면 재택근무는 자리 잡을 수 없어요. ‘저 사람이 딴짓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제가 집에 있다 보니 아내가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업무시간에는 안된다고 말해요.”

글 jobsN 이연주

job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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