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950만 강조하다 150곳 탈락, 기업은행 합격한 '새 자소서'

조회수 2020. 9. 29.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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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까지 겪은 취준생의 취업 비법 "자기소개서를 공개하다"
2015년 하반기 기업은행 신입사원
취업준비기간 1년 6개월
작성한 자소서만 150개, 취업 스트레스로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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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기(28)씨는 1년 6개월 취업준비 기간 150개 넘는 자소서를 썼다. 수없이 떨어지며 원형 탈모증까지 겪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기업은행 공채에 합격해 현재 서울 방배점 계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출신에 금융 자격증 하나 없다. 금융과 관련없는 스펙. 하지만 119:1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윤씨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출처: 본인 제공
방배점 기업은행 계장 윤영기씨

은행원을 꿈꾼 계기는요?

어릴 때 브라질에 4년 살아 영어에 자신있고 중국어를 전공했어요. 자연스레 무역회사를 생각했죠. 주변 선배들이 삼성물산, 대우 인터내셔널에 취업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 길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늘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내가 정말 이 직업을 원하는지 고민하게 됐죠. 그즈음 '2013스페셜올림픽'에서 장애인 운동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제가 사람 대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 처음 은행원을 고민했어요. 고객 응대하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본인 제공
2013 스페셜 올림픽에서 윤영기씨

그 중 기업은행을 선택한 이유는요?

여러 은행을 방문했는데 그 중 기업은행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막무가내로 찾아가 취업에 대해 여쭤봤는데 친절하게 알려주셨죠. 가족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이 있었나요?

불안함이 컸죠. 경제, 경영학과가 아니고 금융 자격증도 없었으니까요. ‘언어(중국어) 전공했는데 은행에 왜 들어오려 하느냐’ 질문 받을까 겁났어요. 하지만 중국어와 영어 실력으로 승부하면, 나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취업 스트레스로 탈모 오기도

쉽지 않았다. 2015년 기업은행 상반기 공채에 처음 지원해 떨어졌다. 그동안 준비했던 해외영업 직무와 완전히 달랐다.

 왜 떨어진 것 같나요.

방향을 잘못 잡았어요. 독학으로 준비하다 보니 어떤 점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죠. 저를 평가해줄 다른 대상이 필요해 금융 스터디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노력은요?

실무 정보가 필요했어요. 은행 준비가 처음이다 보니 추상적인 정보 밖에 몰랐죠. 당시 학교 조교로 일하면서, 은행에 취업한 학교 선배들의 연락처를 모두 알아냈어요. 막무가내로 연락했죠. 얼굴도 모르는 선배였지만 모두 귀엽게 봐주시고 도움을 주셨어요. 실제 은행원으로서 어떤 점이 필요한지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취준 시절 윤영기씨 자리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와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비 상경계 전공이란 약점을 메우기 위해 남들 2배 시간 들여 금융지식을 공부했다.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금융 시사를 익히고, 스터디에서 은행 지점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힘들었다. 잠깐이지만 탈모가 왔다.

스트레스가 많았나 봐요.

대부분 시간을 공부로 보냈어요. 하지만 서류부터 떨어지는 일이 많았죠. 부담감이 몸에 전해지면서 탈모까지 온 거예요. 다행히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솔직한 자소서가 정답

가장 공을 들인 건 자기소개서다. 처음엔 방향을 몰랐다. 본인 스펙을 강조하는 ‘경험 나열식’에 그쳤다. 수차례 떨어지고 나서야, 본인 생각과 느낀 점 중심으로 쓰기 시작했다. 

초기 자소서 문제가 뭐였나요.

스펙을 보여주는 게 최고라 생각했어요. 950점의 높은 토익 점수나 HSK 5급 점수를 강조하는 식이요. 어학 실력이 좋으니 외국에서 일할 수 인재라고 자랑하듯 썼죠. 건방진 자소서였어요. 결국 죄다 떨어졌습니다. 이후 내용을 완전히 바꿨어요.
출처: 본 제공
각 인재상마다 경험을 적은 윤영기씨 노트

어떻게요?

기업은행의 4가지 인재상 '고객의 행복', '신뢰와 책임','창조적 열정','최강의 팀웍' 을 제 생각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했어요. 은행원 선배들한테 물어보고, 스터디 팀원들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 받았죠. 자소서 문항 하나하나마다 인재상을 쓰며 저의 생각을 녹였어요. 경험은 부가적인 것으로 여기고, 제 성격을 보충설명하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윤영기씨는 자기소개서 일부분을 공개했다. 


이 자소서로 서류에 합격하고, 면접으로 올라갔다. 자소서 부터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임하니, 면접도 편안했다.

어떤 질문이 나왔나요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만큼 자세와 태도를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어요. 자소서에 관련된 질문도 하셨죠. 항상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솔직하게 답하려 했어요.

인상 깊은 질문은요?

2차 임원면접에서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자소서 위주나 직무 관련된 질문만 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죠.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어요.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는 좋은 은행원이 되면 좋은 아버지도 될 수 있을 거라 말했죠.
출처: 본인 제공
기업은행 신입 연수에서 윤영기씨

꾸준히 공부하는 행원 되고 싶어

은행원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젠가요

고객에게 사소한 거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요. 얼마전 결혼 자금 때문에 은행을 방문한 분이 있었는데, 알맞은 대출상품을 찾아드렸죠. 굉장히 고마워하셨어요. 제 돈 빌려드리는 것도 아닌데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많이 배워야죠. 금융이나 경제를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커요. 입사해서 금융 자격증도 많이 땄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제 특기인 외국어도 활용하며 일해보고 싶어요.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은행원이 되겠습니다.

취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소서 쓰다 보면, 나 자신을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욕심을 부릴 때가 많아요. 2년 동안 욕심 부린 저처럼요. 지금 쓰고 있는 내용이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건지, 내 경험을 보여주는 건지 확실히 하세요. 결국 솔직함이 정답입니다.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솔직하게 자소서에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글 jobsN 이지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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