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비리, 내가 갚으라고?" 슬픈 대학원생들

조회수 2018. 11. 6. 1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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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으로 대학원 문제 알리다.
웹툰으로 대학원 문제 폭로
누적 조회수 150만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연재 시작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성추행, 폭행, 논문 갈취 등 대학원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폭로한다. /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시즌2 1화 캡처

올 10월, A씨는 한숨을 돌렸다. 수십억대 빚더미에 오를 뻔한 일이 해결되면서 몇 달 동안 그를 괴롭히던 고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대학원생 시절 지도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이름을 올린 게 문제였다. 대학 측은 연구 조작이 밝혀지자, 38억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교수와 대학원생 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교수마저 개인 회생을 신청하고 빠져나가자 책임은 고스란히 A씨와 대학원생들 몫이 됐다.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학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흐름을 바꾼 건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라는 웹툰이었다. 웹툰을 본 성균관대 약대 동문들이 대학원생들을 위해 나서면서 A씨를 짓누르던 짐은 사라졌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기획한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학술국장 염동규(24, 고려대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씨를 만났다. 

대학원 문제 표출의 새로운 시도, 웹툰

출처: jobsN
염동규씨는 글과 기획을 담당하고, 그림은 다른 작가가 맡는다. 시즌 1때는 김채영(21, 서울대 시각디자인과)씨, 시즌 2에는 서예현(21, 상명대 애니메이션과)씨가 그림을 그린다.

웹툰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작년 여름, 학생회에서 대학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다가 시작했어요. 기존의 대자보나 입장표명은 항상 사람들 관심 밖에 있었죠. 새로운 방법을 찾다가 전임 학생회장이 ‘웹툰은 어떨까’하고 던졌는데, 제가 덥석 물었습니다.

왜 웹툰이었나요

원래 유튜브와 웹툰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동영상은 만들 엄두가 안 났어요. 경험도 없고, 배우나 좋은 장비도 있어야 하고요. 웹툰이 적은 예산과 노동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대부분은 이메일이나 지인으로부터 사연을 받아요. 그 후 제보자와 연락하면서 스토리를 구상합니다. 이날은 어떤 날이었는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여쭤봐요. 제가 상상으로 채워 넣은 부분들이 사실을 왜곡한 건 아닌지도 확인하고요. 스토리가 완성되면 그림 작업을 시작해요. 1차 완성본이 나오면 제보자께 확인을 받고 수정하죠. 수정이 끝나면 웹툰을 사이트에 올려요.

만약 제보가 없으면요?

제가 직접 찾기도 해요. 시즌 1 때, 육아와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학생맘 사연을 다룬 적 있어요. 그때는 제가 직접 학생맘카페에 가입해서 동의를 구하고 작업했습니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누적 조회수 약 150만의 뜨거운 반응

작년 11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6개월간 시즌 1을 연재했다. 네이버 도전웹툰, 오늘의 유머, 슬로우뉴스를 포함해 총 6개 사이트에 올라갔다. 회마다 10만명 안팎의 독자가 웹툰을 봤다. 누적 조회수는 150만에 달한다. 웹툰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제보도 늘었다.

독자 반응은 어때요?

분노를 표출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별수 없어’라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이 웹툰이 단순히 만화가 아니라 공론장을 형성한다고 생각해요. 공론장 안에서는 모든 의견이 도움돼요. 이 입장이 타당한지 혹은 타당하지 않은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많은 의견이 모여야 출구전략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주변 친구 중에서는 웹툰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 그래! 이게 내 이야기야’라면서요.

기억에 남는 회차는 뭔가요?

시즌 1의 7화 ‘사라졌다’ 편이에요. 저에게 맨 처음 온 제보였어요. 사례가 워낙 심도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연자가 대학원 내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담당 교수는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돼요. 이게 섭식장애, 수면장애, 피부병 등으로 이어지죠. 더는 정상적인 생활이 안 돼서 휴학 신청을 하러 교수를 찾아갔더니 사연자의 정신상태를 탓하며 허락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예요.

댓글 중에는 ‘웹툰 보면 대학원 가기가 무서워진다’라는 내용이 종종 보여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가요?

과장하는 건 없습니다. 물론 사실과 100% 일치하지는 않아요.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허구가 섞여 있죠. 실제로 제보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웹툰 속 대사 같은 폭언이 많아요. 제가 겪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상상만으로 그런 말들을 쓸 수 있겠어요.
출처: jobsN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시즌 2가 지난 11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문제 해결 위해 다양한 시도했으면

시즌 1은 웹툰 팬들의 후원을 받아 올 6월 책으로 나왔다. 영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 중이다. 

시즌 2가 시작했습니다. 뭘 중점적으로 다루나요?

일상적인 문제들도 다루려고 합니다. 논문을 쓸 때 어려운 점이나 수업이 왜 별로인지 같은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요. 짧으면 10화, 길면 12화에 시즌 2가 마무리될 것 같아요. 시즌 3, 4는 없을 예정이에요. 학생회 임기가 내년 1월 초에 끝나거든요. 사정상, 힘들 것 같아요.

웹툰을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단순히 ‘좋은 웹툰이다’하고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교 학생회들이 이 웹툰의 성공 사례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지금 학생사회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보라는 거죠. 요즘 대학생들은 그 어느때보다 역량, 재능이 풍부해요. 그런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청년문화를 조성할 시도를 했으면 합니다.

글 jobsN 이수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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