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 인사금지' 삼성도 관두고 가는 잠실의 대박회사는?

조회수 2020. 9. 29.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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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B급 문화' 이식하라"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6년 성공 방정식
무한도전의 'B급 문화'를 이식하라
올해 매출 1000억 예상...흑자 날 것

서울 잠실의 한 벤처회사. 잔잔한 물결의 석촌호수와 놀이공원 손님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사무실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가니 ‘퇴근할 때 인사하지 않습니다. 휴가에 사유가 없습니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새마을운동 깃발을 응용해 웃음을 자아낸다.


“금발의 미녀 외국인과 일하고 싶다” “경쟁사나 포탈이 부러워서 미치겠으면 좋겠다”는 유머러스한 버킷리스트가 있는가 하면, 소파가 있는 회의실은 ‘배고프니 청춘이다’ ‘치킨머겅 탕슉머겅’ ‘헐’ 등 문구로 장식됐다.

출처: jobsN
배달의 민족 본사 모습

‘B급' 정서 가득한 이 회사는 배달 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다. 벤처 신화를 쓰고 있다. 최근 누적 주문수 2억건(지난 9월)을 돌파했다. 월간 주문수 890만건(지난 8월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000억원. 2010년 출범해 6년 만에 거둔 화려한 성적표다.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 김봉진(40)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국내 벤처업계에서 보기 드문 ‘스펙’의 소유자다. 명문대 출신 CEO가 즐비한 IT 업계에서, 전남 완도 출신으로 서울예대를 나와 디자이너 출신이다. IT업계는 창업 기업의 60%가 3년안에 폐업(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조사)할 정도로 척박하다. 김 대표는 어떻게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을까.  .

출처: jobsN
김봉진 배달의 민족 창업자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배달의 민족이 확 떴다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됩니까.  

오전 7시 30분~8시 사이 출근합니다. 회의 일정이 많은데 대부분 아침에 몰아서 하고요. 오후에 업무를 봅니다. 주말엔 완전히 쉬어요. 12살, 7살 아이들과 보냅니다.

앱으로 음식을 많이 시켜 보나요. 

테스트하기 위해 많이 시켜먹어요. 큰애가 5살 때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애들이 치킨과 피자 질려 이제 안 먹어요. 사실 저도 어릴 적 아버지가 고깃집을 해서 지겨울 정도로 갈비를 먹었어요. 그 기억을 우리 애들한테도 물려줬네요

내신 15등급 중 14등급이었다. 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워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 후 여러 IT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창업을 결심하고, 서울 대치동에 가구회사를 열었다. 전세보증금을 털어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1년 만에 망했다. 수백만원 월세를 제대로 못내 2억원 상당의 빚만 남았다.

절망적이었겠어요. 

사업 돌아가는 걸 모르니 좋은 디자인도 소용없었어요. 어쨌든 빚을 갚아야 해서, 지인을 수소문해 네이버에 디자이너로 취업했어요. 제대로 연봉 협상도 못해 보고 들어갔죠. 이전 회사에선 실장까지 지냈는데, 네이버에선 어린 팀장을 모셔야 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나요. 죽어라 일했습니다. 낮엔 네이버 일하고, 밤엔 디자인 시안 알바 뛰었어요. 한 달 500만~600만원 벌어 대출 갚는 데 다 썼습니다.

빚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다시 창업 욕구가 꿈틀댔다. 

2010년 디자인 잘하는 친구 5명과 디자인 컨설팅회사 '플러스엑스'를 만들었다.  IT전문가인 친형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형들이 서비스 앱을 만들면, 김 대표가 디자인을 입히는 식이다. 곧 정식으로 사표를 냈다.  

또 사표를 냈네요.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공부도 필요했습니다. 국민대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2010년 학교 다니며 시험삼아 몇개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찍으면 자동 입력되는 서비스, 오픈 마켓 셀러의 주문량 파악 서비스…. 그중 '배달의 민족' 초창기 버전이 대박을 쳤다. 구글 앱 스토어 1위를 차지한 것. 가능성을 보고 투자가 들어왔다. 인생을 걸기로 했다.

출처: jobsN,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김봉진 대표와 최근 배달의 민족 성장과 브랜딩 비결을 담은 책 배민다움

'배민(배달의민족)다움'을 만들다 

제휴처 확보가 중요했다. 길거리 뛰어다니고, 재활용 쓰레기통 뒤져가며, 배달 전단을 모아 연락했다. 댓글관리 잘하는 사장님, 쑥쑥 성장하는 사장님, 인기업소 사장님을 선정해 상을 줬다. 사업 잘하는 방법, 댓글 관리하는 법도 알려주는 컨설팅도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장님들의 가장 큰 관심은 매출 증대입니다. 고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쉽게 주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달업체 사장님들과 윈윈도 중요합니다."


브랜드 고민을 처음부터 했다. 모두가 공감하며 즐기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다. 롱런하려면 20~30대가 열광하는 브랜드가 돼야 했다. 배달음식을 '끼니 때우기 위해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으로 정의했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벤치마킹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가 아니라 B급 문화, 촌스러움과 어설픔, 유치함이 공존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100명의 경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사 구성원 100명의 이름을 돌려가며, 버스 광고를 하는 프로젝트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나영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처럼 같은 문구에 이름만 바꿔 광고하는 것이다. “광고 후 회사에 문의가 폭주했어요. ‘야, 네 이름이 3217번 버스에 나왔다’며 SNS 공유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왜 내 이름은 없냐'고 회사로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1000명의 경희 프로젝트’까지 했죠.” 

출처: 배달의 민족 유튜브 영상 캡처
류승룡이 등장한 배달의 민족 광고

화룡점정은 배우 류승룡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외치는 TV광고였다. 광고 후 배달의 민족은 배달앱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패러디 광고 공모전, N행시 짓기 프로젝트, 글씨체 ‘배민 폰트’ 공짜로 뿌리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했다. “저희가 만든 무료 폰트는 수십억원 가치가 있습니다. 그냥 뿌려 손해 본 것 아니냐구요? 그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브랜드 전문가 홍성태 한양대 교수의 말이다. “레고는 1932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다 2003년 확 추락했어요. 그러다 부활한 비결은 ‘자기다움’을 찾은 데 있어요. 배달의민족은 처음부터 자기다움을 추구했어요. 롱런의 자격이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8월 제휴처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폐지했다. 매출의 약 30%를 포기한 조치였지만, 이후 실적이 더 나아졌다. 제휴처가 늘면서 이용자가 늘고, 소비자 주문과 광고도 늘었다. 오히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9억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올 하반기 실적까지 포함해도 흑자가 날 것"이라고 했다. 

수수료 포기할 때 아쉬움이 컸을 것 같은데. 

수수료가 가장 합리적인 수익 구조이긴 합니다. 주문 많이 받는 분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분은 적게 내면 되죠.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 성공해 봤어요. 고객들은 배달시킬 때 업체가 수수료 내는 걸 알고 있어요. 야근하며 짜장면 한 그릇 시키는 게 미안할 수 있는 거죠. 이런 마음의 불편이 없게 수수료를 없앴어요. 이게 역으로 회사 수익을 키웠습니다.
출처: jobsN
우아한 형제들 벽에 붙은 직원들의 버킷 리스트(왼쪽,가운데)와 회사 상식을 묻는 모의고사

삼성 출신도 반한 배민다운 조직 문화

 

주 4.5일제(월요일 오후 출근)를 운영한다. 원하는 책이 있으면 회사 돈으로 책을 살 수 있다. 간단한 업무 협의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에 가는 걸 원칙으로 한다. 퇴근하거나, 휴가낼 때 상급자 눈치 보는 문화가 없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온 경력직이 많다. 대부분 연봉 하락을 감수했다. 독특한 가치관과 기업문화에 반해서 온 직원들이다.


필요한 부분엔 엄격한 규율을 적용한다.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를 1분이라도 어기면 불이익을 준다.


개인 성과평가와 연말 성과급이 없다. 창의성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서 온다는 철학 때문이다. 대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연봉 테이블을 만들어 공개한다.

출처: jobsN
회사 구내식당과 벽에 붙은 직원들 사진

성과급이 없으면 동기부여가 안되지 않습니까. 

저희는 ‘이거 누가 했어?’ 말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도드라지는 방향으로 일하지 않아요. 어차피 개인 고과는 연봉에 반영됩니다. 어떤 사람도 매년 좋은 고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암에 걸려 병간호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고과가 낮아져 연봉이 깎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작년보다 덜 받는 사람은 ‘내가 뭘 잘못했지’ 자책하게 됩니다. 이건 옳지 않아요. 지나친 성과주의를 지양합니다

많은 청년이 안정적인 대기업, 공무원만 꿈꿉니다. 

어느 정도 공감은 됩니다. 외환위기 때 실패한 부모를 둔 청년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벗어나야 합니다. 남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 삶을 살아야 해요. 남이 재단한 대로 사는 건 통조림 같은 삶이에요. 고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욕먹는 일에 도전하라”고 했다. “전 서울대, 홍대 출신이 꽉 잡고 있는 디자이너 세계에서 비주류였어요. 주류에 속하지 못할 바에 제 스타일대로 갔습니다. ”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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