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늦깎이 사시합격생, 마흔 살에 인생 바꾼 계기

조회수 2020. 9. 29.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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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열었다가 6개월만에 망하고 찾아간 곳
법무법인 나와 2010년 창업
누적교육생 5000명 이상
대학생 대상 스타트업 매칭까지

‘기업가 정신’을 뜻하는 앙트러프러너십. 기업가를 의미하는 ‘앙트러프러너’(Entrpreneur)에 상태나 특질을 뜻하는 접미사 ‘ship’이 더해진 단어다. 줄여서 ‘앙트십’이라고도 부른다.

 

OEC(Open Entrpreneur Center)는 청소년·대학생 대상 앙트십 전문교육기관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혁신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누적 교육생 5000명 이상. 장영화(45) OEC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장영화 대표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신

앙트십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시키는 대로 일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정신을 뜻합니다. 비즈니스에 한정된 말이 아닙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소셜 앙트러프러너’라고 부르기도 해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자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가진 힘이나 정신을 ‘앙트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앙트십을 가르치는 교육이 주된 업무인가요?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중학생 대상으로 앙트십을 교육합니다. 교육부가 개설한 스타트업 진로체험 센터에서 위탁 받아 수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내부 강사들이 학교로 찾아가 수업하기도 합니다.

대학생 대상으로는 어떤 교육을 하나요? 

스타트업 인재 매칭 사업을 하고 있어요. 앙트십과 제일 가까운 게 창업이에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스타트업이고,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더라도 좋은 인재가 필요해요. 그 둘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장영화 대표

스타트업 인재매칭은 1~3개월 과정이다. 선릉역에 위치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교육장에서 실시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현재 OEC에 80여곳 기업이 등록돼 있다. 교육받은 후 원하는 곳을 찾아 지원하면 된다. 빠르면 한 달 내에 매칭이 결정된다.

로펌 나와 창업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 고3 때 의사를 지망했지만, ‘의술이 아닌 음식으로도 사람을 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학교 수업은 화학이 많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4학년 때 민법 수업을 듣다가 법학에 빠져 서울대 법대 96학번으로 편입, 회사법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이후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5년 법무법인 다산에 들어갔다.

출처: 본인 제공
스타트업 인재 매칭 현장

로펌에선 무슨 일을 했나요?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나와요. 묻힐 뻔했던 기업 폐수 방류 사건을 밝혀내죠.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5년간 제 롤모델이었습니다. 그런 꿈을 꾸며 사시 합격 후 로펌에 들어갔어요. 시민운동하던 변호사들이 세운 회사였죠. 경기도의 작은 중소기업들이 고객이었는데, 주로 채권 채무 관련 소송을 담당했어요. 3년 일하고 나왔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왜 나왔나요?

로펌에서 중소기업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창업한 사람도 봤죠. 자기 제품을 보여주며 굉장히 행복해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반면 변호사는 분쟁을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사고 수습을 하죠. 이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뭔가 새롭게 창조하는 기업인들 모습이 부러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08년 로펌을 나와 ‘법률사무소 북카페’를 차렸다. 자주 가던 서점을 빌려 열었다. 소송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률 컨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CEO 전문 교육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3개월간 일하며 경영 교육을 받았다.

출처: 본인 제공
OEC 직원들

 제주도 여행에서 투자자 만나

2009년 제주 여행을 떠났다. 제주올레를 처음 봤다. 골목길을 이어 여행 코스를 만들었다는 점이 혁신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반해 이후 한 달에 한두 차례 제주를 찾았다.


지인이 생기면서 창업에 관심 있는 제주 청년이 모인 자리에 나가게 됐다. 우연히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만났다. “회사가 작을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변화를 만들어냈는데 회사가 성장한 뒤 들어온 사람들은 혁신적인 마인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 대표가 고민하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었다.


당시 이재웅 대표는 ‘sopoong’라는 소셜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의 지원과 자문을 받아 2010년 OEC를 세웠다.

출처: 장영화씨 제공
앙트십 컨퍼러스에 참석한 장영화 대표

제주 여행을 다녀온 게 전환점이 됐네요?

고민이 많을 때였어요. 운좋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방향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반응이 어땠나요?

2010년 부터 3년간은 교육 프로그램을 실험하는 기간이었어요. 창업 세미나도 열고, 스타트업 창업가를 대상으로 창업 캠프를 진행했죠. 반응이 좋진 않았어요. 그때까지만해도 ‘창업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거든요.
출처: jobsN
앙트십 제휴 기업 및 학교

회사 성장 계기가 뭔가요?

2013년 3000만원을 투자 받았어요. 직원 2명을 채용해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2013년 이우고등학교에서 청소년 대상 앙트십 교육을 처음 했습니다. 이우학교는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 있어요. 저희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게 계기가 돼 10개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앙트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10개 학교가 씨앗이 되어 넥슨, 카카오 등 기업 후원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학생 스타트업 인재 매칭까지 프로그램을 확대했습니다. 현재 연매출은 5억원 정도 됩니다.

인재 매칭 우수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고려대 공대 출신 여학생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변호사고 어머니는 치과의사였죠. 부모님은 경영대학원 진학 후 컨설팅회사에 취업하길 원했어요. 하지만 교육 휴 한 여행 스타트업에 입사해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jobsN
OEC

목표는요?

OEC를 거꾸로 뒤집으면 CEO가 돼요. 교육생 모두가 자기 인생의 CEO가 되어 혁신적인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죠. OEC를 세로로 세우면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사람 모습도 돼요. 어느 곳에 가도 기죽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의미를 담았죠. 앙트십 정신을 지닌 사람이 계속 나올 수 있게 교육을 확대하고 싶어요.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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