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경험도 실력이야" 은행원으로 변신한 운동선수들

조회수 2020. 9. 29.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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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대라서 은행에 들어왔어요~"
100:1 넘는 경쟁률 뚫어야 가는 은행
재치있는 답변으로 눈길
운동에서 얻은 경험 살려 합격

5000만원 안팎에 이르는 초봉과 좋은 복지 혜택. 은행원은 취준생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업무 강도는 세지만, 입사 경쟁률은 100:1을 훌쩍 넘긴다.


상경계열 전공이 아니면 합격하기도 쉽지 않다. 관련 개념이나 용어를 익히는 데도 문턱이 높다.


십년 넘게 운동에 매달려 있다가 그 어렵다는 은행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합격했을까?

뛰어난 집중력 발휘

운동 선수 출신들은 상경계나 문과 출신 지원자에 비해 절대적인 공부량이 적다. 대학 때 관련 수업도 많이 듣지 못했고, 중·고등학교 때도 수업보다는 운동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다. 운동 때문에 얻은 단점을 운동하며 얻은 장점으로 만회했다. 바로 강한 집중력과 체력.

출처: jobsN
조민식씨

조민식(26) 씨는 프로골퍼 지망생이었다. 7살부터 10년 넘게 골프만 보고 살았다. 골프는 퍼팅 하나하나 순간 집중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종목.


운동하며 기른 집중력이 은행 입사에 바탕이 됐다. 군 복무 당시 훈련에 지쳐도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책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3개월을 노력해 금융 3종 자격증(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펀드 투자상담사)을 땄다. 


무에타이 밴텀급(53.52kg 이하) 프로 챔피언에 오르고 국가대표까지 했던 서용빈(29)씨. 그는 2015년 NH농협은행 경상대학교 출장소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원으로 변신했다. 입사 동기 중 유일한 예체능 선수 출신이다.


선수 시절 스스로 세운 훈련 계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을 정도로 독종이었다. 은행 취업을 준비할 땐, 책이 훈련 상대였다. 생소했던 금융 용어는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 익혔다. 인·적성, 상식 책도 매일 공부했다. 

“운동도 무작정 하는 게 아니에요. ‘스텝’을 몇 개월간 배우고 나서야 손과 발을 쓸 수 있어요. 공부도 그렇게 단계를 밟아나갔어요. 처음에는 ‘허공에 발차기’하는 느낌이었다면 차츰 ‘샌드백에 발차기’하는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jobsN
서용빈씨

허지희(26)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을 좋아했다. 농구 특기를 살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 땐 한강에서 인명구조 요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한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써야 하는 논술 준비를 할 때 이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면접에선 순발력 발휘

면접에선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모른다. 몸을 쓰며 익힌 순발력을 면접장에서 발휘했다. 덕분에 까다로운 상황을 재치있게 넘겨 좋은 인상을 남겼다.


면접 제시어로 나온 로마 숫자 'Ⅵ'가 4인지 6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조민식 씨는 떠오르지 않는 숫자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다. 대신 문제의 방향을 바꿨다. 

“숫자가 아니라 '로마'에 초점을 맞췄어요. '수천 년 간 이어온 로마 문화에 감명받았다. 지난 시간 다져온 신한의 길을 이어가고 싶다'고 답했죠.”

롤플레잉 면접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나타내는 답변도 도움이 된다. 서용빈씨는 20대 후반 여성에게 금융 상품을 설명해보라고 하자 “지방에서 운동하던 사람이라 표준어가 어색하니 잘 봐주시라”는 말로 시작했다. 고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듯한 모습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출처: jobsN
허지희씨

허지희씨는 '체대는 강한 규율에 익숙하고 힘만 세다’란 편견에 센스있게 대처했다. 최종 면접 때 “머리 쓰는 일을 시켜주신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고, 힘쓰는 일은 원래 자신 있습니다”라며 미리 밝힌 것이다. 체대에 대한 편견을 답변 한마디로 좋게 바꿔 면접 분위기도 밝아졌다.

자신의 모든 경험이 장점이 될 수 있어요

운동하며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상이 장점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골프는 혼자 경기하는 스포츠이지만 조민식 씨는 오히려 골프장에서 친화력을 길렀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골프장에서 먼저 말을 걸었는데 어느 정도 크니 안 걸더라고요. 가만히 있지 않고 제가 먼저 다가갔죠. 자기소개서에 이런 적극성과 친화력을 강조했어요.”


서용빈씨는 어릴 때부터 무에타이를 하며 많이 맞았다.

나쁜 기억이지만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았다. “죽도록 맞은 적도 있어요. 그런 고생도 했는데 뭘 못하겠나란 생각을 했어요. 잘 모르던 금융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운동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업무에 맞는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허지희씨는 “어릴 때 했던 훈련이 이렇게 도움을 주나봐요. 화를 내는 고객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아요. 침착하게 고객의 이야기를 들은 후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고 했다. 

“체대 출신임에도 은행에 들어온 게 아니라 체대라서 은행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글 jobsN 유찬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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