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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드론 만들 뻔한 남자의 새 아이디어

조회수 2020. 9. 29. 17: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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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황제 김동성 선수에게 좋은 평가 받은 헬맷?
스키 탈 때 불편함에서 착안
대학생 때 무인비행기 만들기도
건설 현장, 오토바이 등 활용도 높아

겨울 스키 시즌이 다가왔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바로 스키나 보드를 타는 도중에는 전화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추운 날씨에 장갑을 벗고 핸드폰을 찾은 뒤 헬멧까지 벗어야 한다. 박재홍(35) 아날로그플러스 대표는 이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핸즈프리 기기 ‘어헤드’를 개발했다. 헬멧에 부착해 버튼을 눌러 통화하는 소형 스마트기기다.


200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박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C랩’ 지원을 받았다. C랩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경쟁률은 100대 1이 넘는다. 박 대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한 10팀에 들어갔다.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 퇴사 후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출처: 본 제공
어헤드

어릴 때부터 기계에 관심 많아

-언제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나요?

5~6살 때부터 로봇이나 움직이는 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생 때는 고장난 라디오를 혼자 뜯어보기도 했죠. 뜯어본다고 고칠 수는 없지만 ‘왜 소리가 안날까’ 궁금해하면서 열어보는 거죠. 고등학생 때는 화장실 자동 전등 센서를 알아본다고 천장을 뜯어 본 적도 있어요. 열센서로 체온을 감지해 작동하는 건데 신기해서 건드렸다가 고장냈어요.

-대학생 때도 뭔가 만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2005년, 건국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어요. 3학년 때 우연히 항공과에서 붙인 ‘무인 비행기 제작’ 공고를 봤어요. 항공과 학생들은 외부 기체를 만들 수 있지만 내부 시스템까지 제작할 수는 없었어요. 지원해서 함께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jobsN
박재홍 '아날로그플러스' 대표

대학교 3학년, 박 대표는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2년간 IT분야 연구 및 개발을 지원하고 수료하면 입사 기회를 주는 코스다. 제안서를 낸 다음 재료비를 받아 개발을 하는 방식이다.


무인비행기 제작 경험을 살려 날개가 4개 달린 ‘드론’을 만들었다. 2007년엔 ‘드론’이란 말조차 없을 때였다. ‘쿼드로터’ 혹은 ‘초소형 정찰 로봇’이라고 불렀다. 자동으로 이륙하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착륙하는 시스템을 입력했다. 박씨는 “더 개선해 드론으로 발전시켰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고 말했다.

-입사 후에는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요?

글로벌제조기술센터(GTC)에서 근무했어요. 생산공정에서 불량품을 찾아내는 영상 처리 기기를 개발했어요. 핸드폰에 찍힌 로고나 제품 외부 손상 여부를 사람이 모두 확인할 수 없잖아요. 그걸 판별하는 카메라 같은 거죠. 중국, 인도 등으로 출장을 가서 직접 장비까지 설치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다루는 복합적인 업무라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삼성 C랩 지원 받아 본격 기획

-언제부터 ‘어헤드’ 아이디어가 시작됐나요?

겨울마다 스키장에 가요. 10년 넘게 보드를 탔죠. 타다 보면 서로 뿔뿔이 흩어지잖아요. 전화할 일이 생겨도 추운 스키장에서 통화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 불편함을 해소할 기기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브라질에 연수를 갔다가 2014년 12월 귀국했는데, ‘C랩’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2달 정도 기획했죠.

-이후 기획 과정은 어땠나요?

기획 초안이 나온 이후에는 시제품 평가를 위해 스키장을 다시 방문했어요. 스키 매니아들과 대화하며 ‘편리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우연히 스키장에서 김동성(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를 만나서 ‘어헤드’ 아이디어를 얘기한 적도 있어요. ‘훈련 중 실시간으로 감독 지시를 정확히 들을 수 있어 좋겠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 컨퍼런스2016’(SDC)에도 참석해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의견을 주고 받았고요.
출처: jobsN
박재홍 대표

-사내벤처로 독립하면 직장을 나오는 건데 두렵진 않았나요?

C랩을 처음 시작할 땐 두려웠죠. 창업은 처음이니까요. 선배기수들이 독자적으로 자기만의 일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추진하던 ‘어헤드’ 아이템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아예 퇴직금 받고 퇴사하는 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헤드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블루투스 기반 소형 커뮤니케이션 기기에요.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헬멧에 부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진동자’라는 기술로 헬멧 자체가 전화기가 되는 거죠. 기기 진동이 헬멧을 통해 들리게 하고, 또 말을 헬멧에서 진동으로 바꾸는 거죠.

-기존 핸즈프리 기기와 비교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나요?

기존 핸즈프리 기기와 비교했을 때 다른 기기는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아야 해요. 그렇게 되면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죠. 어헤드는 귀가 오픈돼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통화하면서도 뒤에서 다른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경적소리 등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할 수 있습니다.

-스키가 아닌 다른 업무 현장에서도 쓰일 수 있겠네요

건설 현장에서는 헬멧이 필수잖아요. 업무를 위한 간단한 통화나 다자간 대화도 가능해요. 헬멧에 기기를 부착 후 무전기 어플과 연동하면 핸드폰을 무전기처럼 쓸 수도 있어요. 무전기와 핸드폰을 둘 다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죠. 레저용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노르딕’, ‘퀄컴’ 등 대기업들이 블루투스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그들과 접촉하고 계약을 맺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대기업끼리 계약 맺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삼성전자를 나와서 작은 스타트업으로 거래를 하려니 쉽지 않은 거죠. 회사를 나와 냉혹한 현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출처: jobsN
'어헤드' 제품

아날로그에 디지털 기기를 더하다

지난 5월, 박씨는 베트남에도 다녀왔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소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품을 나눠주고 의견을 들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이용률이 80%가 넘는다. ‘운행 중 어헤드를 이용해 통화한다면 사고율도 줄이고 편리할 것 같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오토바이 운행 중 들리는 바람소리나 기계소음을 제거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제품은 언제 출시되나요?

올 12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창조경제 박람회’, 내년 1월 라스베가스 ‘가전제품 박람회(CES)’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고 노이즈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어요. 내년 4월쯤 정식으로 판매하려 합니다."

-요즘 청년들이 취업이 어려워 창업에 많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스펙이나 단기 경험을 위한 창업은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 하는게 뭔지 먼저 파악하고, 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정보 수집을 기반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창업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놓는 것도 도움이 되죠. 자장면 배달, 주유소 알바, 김발 배달 등 저도 안 해본 알바가 없어요. 함께 일하던 사장님을 보며 ‘사업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앞으로 목표는요?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가진 물품들은 대부분 아직 아날로그에요. 입고 있는 옷이나 가방, 안경만 봐도 그렇죠. 아날로그 기반에 디지털 기기를 얹는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아날로그플러스’라고 지었어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더 많이 개발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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