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키우며 만든 가방, 3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 되다

조회수 2020. 9. 29.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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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주부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 셋 키우던 주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가방 제작
9개 백화점에서 입점 러브콜
3년 만에 시그니처백 판매 20만개 넘어

2013년 가을 출시, 날개 돋친 듯 팔린 가방이 있다. 브랜드 KWANI(이하 콰니)의 대표 제품 ‘스터드백’. 지금까지 20만개 넘게 팔렸다. 젊은 여성을 공략해 ‘여대생 10명 중 2명은 콰니를 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징은 3가지다. 

첫째, 합리적인 가격. 대부분 8~10만원이다. 브랜드 제품 치고 저렴하다.
둘째, 가볍다. 가장 많이 팔리는 S사이즈 무게가 450g. 가벼운 합성피혁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셋째, 가방 가운데 홀이 있어 덮개를 열지 않고 물건을 편하게 꺼낼 수 있다.

가방을 디자인한 사람은 손경완(38) 대표. 아이 셋을 키우다 뒤늦게 창업했다.

출처: 콰니 제공
콰니 대표 제품 '블랙스터드'

아이디어만 갖고 좋은 가방 만들 수 없어

손경완 대표는 대학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하고 하얏트호텔 홍보팀에서 디자인 업무를 했다. 3년 간 영국에 살면서 글로벌 SPA업체 등에 납품하는 주얼리 회사에서 일했다.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결혼 후 아이가 셋(현재 6살, 8살, 9살) 생기면서 경력이 5년 단절됐다.

전업 주부를 하다 가방을 개발한 배경이 뭔가요

2013년 횡단보도를 건너며 가방에서 무언가 찾는 사람을 우연히 봤습니다. 힘들어 보였죠. 그때 덮개 열 필요 없이 가방 중간 홀을 통해 물건을 바로 꺼낼 수 있는 가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지금 ‘스터드백’ 형상을 생각한거죠.

바로 만들었나요?

아니요. 샘플 만드는 데 50만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여유 자금이 없었어요. 남편 혼자 벌어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생활비가 매달 마이너스였습니다.

어떻게 했나요

블로그로 젤리슈즈를 팔아 초기 자본을 마련했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였는데 2년 넘게 신은 신발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예쁘고 튼튼해 자주 신는다고 했더니, 공동구매를 진행해 달라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어요. 용기가 생겨 공동구매를 주선했더니 3400켤레나 팔렸어요. 가방 샘플 몇 개 만들 수 있는 종잣돈이 생긴 거죠.
출처: jobsN
손경완 대표

어떻게 만들었나요

직접 그린 스케치를 가방 만들어주는 곳에 가져갔어요. ‘가방 샘플링’이라고 돼 있는 허름한 곳이었는데, 실력이 대단하셨어요. 한 번에 원하는 디자인이 나왔죠. 2013년 가을 바로 블로그에 소개하고 팔았어요.

처음부터 잘 팔렸나요

괜찮기는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첫 제품이 제 아이디어 위주였다면, 두번째 제품엔 실용적인 내용을 많이 반영했어요. 가방 공장 사장님을 매일 찾아갔습니다. 같이 자장면을 먹으면서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상의했어요. 원래 제품에서 원단을 바꿔보고, 가방에 스터드(가방에 붙어 있는 돌기)를 붙이는 등 디자인을 수정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스터드백’이 나왔습니다.

어떤 점이 개선됐나요

우선 가볍게 만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항상 짐이 많았는데, 가죽 가방은 물건 몇 개만 넣어도 무거워 불편했어요. 그래서 가죽 대신 합성피혁을 썼죠. 두 번째는 가방 속 내용물 분실 위험이 없도록 한 거예요. 가방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물건이 흘러내릴 것 같으면 불안했어요. 그래서 덮개가 가방 입구를 완전히 덮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대신 홀을 만들어 덮개를 열지 않고도 물건을 꺼낼 수 있게 했죠.

반응이 오던가요

네.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첫 달 10개, 다음달 100개, 그 다음달 2000개.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2013년 내놓은 제품이 지금까지 20만개 팔렸다. 온라인으로 팔다가, 현대 ·신세계 등 총 9개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스터드백 성공 후 다른 제품도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성공 비결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요?

아이디어에 실용성을 더한거요. 결혼 전에는 모험적이었어요.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도전하는 성격이었죠. 하지만 주부가 되니 현실적이고 신중해지더라고요. 평소 가방 소비자로서 느꼈던 아쉬움을 개선하는 식으로 가방의 실용성을 살린 게 비결인 것 같아요.

아기가 기어 다니는 집, 사무실 삼아 일해

출처: jobsN
쇼룸 진열 중인 손경완 대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가능하던가요

아이들 때문에 사무실 내지 않고 집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2층짜리 주택으로 이사 갔습니다. 분리된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1층은 아이들 공간, 2층은 사무실로 썼습니다. 직원들도 저희 집으로 출근 했죠. 고마웠습니다.

계속 그렇게 하는건 어렵죠?

2015년 경복궁 앞에 쇼룸을 내면서 사무 공간을 별도로 냈습니다. 아이 봐줄 사람을 따로 구했구요. 계속 바빠졌어요. 콰니가 지역 백화점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출장까지 잦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섭섭해 했겠어요.

어느 날 큰 아이가 출장에 따라가고 싶다고 울더라고요. 데려갔어요.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내려가 일하고, 막차 타고 올라오니 새벽 2시가 넘더라고요. 큰 아이가 그 모습을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봤죠. 엄마가 힘들게 일하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이후로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남편도 협조 해주나요?

지금은 저보다 남편이 육아에 더 힘써줘요.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하거든요. 든든합니다.

 한국 대표하는 가방 브랜드로 도약하고파

출처: jobsN
손경완 대표

투자제의가 있었나요

몇 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진 운영에 간섭 받고 싶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 같아요.

저는 영업 직원들에게 ‘많이 팔라’고 하지 않습니다. 중저가의 가방이지만, 명품 파는 것처럼 하라고 교육합니다. 끝까지 마인드를 유지하며 브랜드 내실을 다지고 싶어요.

외국 구매도 있나요

인스타그램으로 제품을 홍보하니 외국에도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반응이 가장 좋은데,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주문이 들어옵니다.

정식 해외 진출 계획은요?

곧 해외로 나갈 거예요. 가까운 중국을 우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순차적으로 오픈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가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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