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연봉제'에 흔들리는 신의 직장

조회수 2020. 9. 29.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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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따라 연봉주겠다는 공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액 연봉 받는 은행·공기업
방만 경영 해소 대안으로 정부 추진
'평가 기준 모호' 노조 강력 반발
최근 서울 강북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지점장과 고참 차장 간에 말다툼이 있었다. 올해로 8년째 차장 직급에서 승진을 못하고 있는 A차장은 하루가 멀다고 외근을 나간다. 종일 자리를 비우는 통에 다른 직원들은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차장이 사실상 업무를 놓다시피 하는 걸 참다못한 일부 직원들이 지점장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지점장이 "선배답게 처신하라"고 주의를 주자 A차장이 대들면서 일이 벌어졌다.
모 공공기관의 B과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상부 지침에 따라 곧 성과연봉을 도입한다는데, 인사 고과를 주는 담당 임원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임원은 사내에서 같은 대학 출신만 감싸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불만이 있었던 B과장은 회식 자리에서 속내를 얘기했고, 이후 눈밖에 나버렸다. 이 기관은 개인별 성과 측정이 쉽지 않다. 결국 담당 임원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성과 연봉제 전면 도입을 놓고 논란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무조건 관철하겠다는 정부와 저지하겠다는 노조 간 마찰이 심각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봤습니다.

전체 직원 성과연봉 도입 추진 공공기관은

논란의 성과연봉제를 지난 2010년 6월 처음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제한적이죠. 116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직원 18만명 중에서 1·2급 1만2000명만 적용대상입니다. 같은 직급 간 성과에 따른 기본 연봉 차이도 2%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성과연봉제를 1~4급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이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의 70%로 늘어납니다.


전체 연봉의 15~30%를 성과연봉으로 주는데 같은 직급이라도 고과에 따라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성과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 간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를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하는 안도 있습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로 공기업 방만 경영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이른바 ‘철밥통' 문화를 깨뜨려 '신의 직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도록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선진국처럼 공공기관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고, 그러려면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수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

이와 함께 정부는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권에도 성과주의 도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공공기관과 은행들은 현재 성과연봉제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입니다.

고액 연봉 받는 은행과 공기업

은행과 공기업은 고액 연봉을 자랑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예탁결제원은 직원 평균 연봉이 1억400만원입니다. 억대연봉을 받는 이른바 신의 직장입니다.


고액연봉을 받는 만큼 생산성이 높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각 은행과 공기업은 승진을 포기한 채 대충 일하면서 고액 연봉을 챙기는 '승진 포기자(승포자)'들 때문에 고민이라고 합니다.


개인별 실적 평가는 하지 않고 부서별 집단 평가만 하는 상황이라, 동료나 후배에게 업무 부담을 주면서 배짱 근무를 해도 같은 월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승포자(승진포기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조직 전체 생산성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공공기관이 무사 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의 지적에서 벗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성과연봉제 등 성과중심 문화를 조속히 그리고 반드시 도입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단 반발하는 은행과 공기업 노조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은행과 공기업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집단 성명을 내는가 하면 각 기관 별로 연락을 취해 경고도 하고 있습니다.


은행 노조의 집합체인 금융노조는 모든 은행 노조에 ‘사측과의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합의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하달했습니다.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할 경우 반드시 금융노조의 승인을 받도록 했죠.


한 공공기관에선 사장 사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가, 찬반투표를 통해 부결시키자 기간장이 책임을 느낀다면서 사표를 제출한 겁니다. 반려되긴 했지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사회가 성과연봉제를 의결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소한 기관도 있습니다. 각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차별연봉·강제퇴출제'라고 부릅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의 기준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개인의 성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지 모호하다는 것이죠. 일리있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성과 평가기준을 기관 여건에 맞게 자체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평가조정위원회 구성원에 외부 인사위원을 추가하고, 부서장이 일관성 있는 성과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목표수립, 중간 면담, 평가 및 피드백 등과 관련해 외부 자문역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연봉제 도입 지지부진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 예산, 정원 등에 대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전체적으로 보면 급여 인상에 가깝다고도 설명합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관에게 10%의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고, 총 인건비의 0.25~1%까지 인상률을 적용해 연봉을 올려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로 노사협의회 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기관들도 많습니다. 그 결과 성과연봉제 확대 대상인 전체 공공기관 120개 중 성과연봉제 이행을 위해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마친 곳은 현재까지 53개에 불과합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은행은 작년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페이밴드)와 개인성과제 등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이 현재 성과연봉제 최종안을 검토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노조를 '방만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와,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정당한 반발이란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 공기업과 은행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현명한 해결책은 뭘까요?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봐야 하겠습니다.

jobsN 블로그팀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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