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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넘게 일하고 10시간 수면 의사의 하루

인터넷으로 전해진 군의관들의 군대 생활 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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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수백명 환자 몰려와
견디기 위해 기록 시작해
모든 경우를 대비해 환자 살리도록 진료

남궁인씨(33)는 ‘글 쓰는 의사’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의술만큼 읽기와 쓰기를 좋아했다. 뭔가를 계속 적었다. 지난 7월 ‘만약은 없다’를 출간했다. 5쇄(약 1만부)를 돌파했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들이에요.

매일 수백명의 환자가 밀려온다. 고통에 몸부림친다. 보호자가 섞여 아비규환을 이룬다. 냉정해야 한다. 죽음과 비극에 절망하는 것은 사치다. 살려야 한다. 더 살리기 위해 글을 썼다.

남궁인씨

출처jobsN

우수한 성적으로 고려대 의대 입학

어릴 적 꿈은 작가였다. 학교 공부보다 책이 재밌었다. ‘글쓰는 사람도 좋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수능을 잘 본 후 진로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3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길을 택하려니 점수가 아쉬워 2002년 고대 의대에 진학했다.  

응급의학과를 전공하셨네요.

인턴 기간 여러 과를 돌며 실습해요. 흉부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가 재밌었어요. 그리고 응급실에 갔어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모두 다룹니다. 벌레가 귀에 들어간 환자, 낚싯바늘이 목에 걸린 환자, 콩이 코에 들어간 환자. ‘어떻게 해야 하지?’ 당혹감으로 지켜볼 때 선배들이 서슴없이 치료하더라고요. 슈퍼맨 같았어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응급의학 업무가 가치 있다고 느껴 이 길을 택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환자는요?

이미 사망한 환자였어요.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데 머리가 열려 있었어요. 도착 당시 출혈이 심해 제대로 수술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둔 걸로 기억합니다. 선배가 환자 머리를 꿰매라고 시켰어요. 실습 때 해봤는데 실제로 하려니 많이 떨리더라고요. 바느질이 잘 안 돼서 많이 고생했어요.

출처남궁인씨 제공

인턴 시절 응급의학과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구로, 안산, 안암에 있는 고려대 의료원 세 곳을 통틀어 전공의가 5명. 최소 6명은 있어야 24시간 근무체제를 책임질 수 있다. 1명이 부족해 응급의학과 교수가 함께 진료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응급의학과의 숙명이다.

응급의학과 하루 일정은 어떤가요.

오전 6시반 기상, 8시 출근이에요. 하루 혼자 수백 명의 환자를 진료해요.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8시가 돼도 바로 퇴근하지 못합니다. 다음 근무자에게 브리핑하고 회진을 돌아야 해요. 일지까지 작성하고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넘죠. 그리고 10시간 정도 죽은 듯이 자요. 오후 9시 뉴스 할 때쯤 일어납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됩니다.

수백 명의 환자를 혼자 진료하는게 가능한가요?

환자 한 명이 들어오면 상태를 확인합니다. 상처 부위, 증상 등 차트를 기록해 머릿속에 입력해요. 다른 환자가 들어오면 동일하게 외웁니다. 그렇게 100명 넘는 환자의 차트를 입력해 치료합니다. 상황이 다급하니까 신기하게 외워져요.

출처남궁인씨 제공

글 쓰는 의사

책에는 죽음의 기로 앞에 선 환자를 마주한 일상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12층 높이에서 추락해 응급실에 실려들어온 청년을 그린 대목이다. 

너를 어떻게든 살려볼게. 꼭 살려볼 거야. 알았지? 알았다고 답해!

대답하지 않은 청년은 눈물만 글썽였다. 그의 골반 뼈가 다 뭉개져 흐물거렸다. 책처럼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정도였다...CT사진은 참혹했다...성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가 제일 처음 지면에 닿았으리라 짐작했다. 12층에서 고요하게 자유낙하해 땅에 닿는 순간 짓이겨지는 인체가, 순서대로 비틀어지고 휘어지는 인간의 몸이 눈에 선했다. 의식, 의식을 확인해야 했다. 

내가 살려준다고 했잖아. 넌 그걸 들었잖아. 살 거지? 살아날 거지? 빨리 살아난다고 말해!
짜...짜장면, 수학, 수학을 제가 좋아했어요.

환각, 씨발, 죽음을 앞둔 환각. 그의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눈물이 났다. (페이지 107)


결국 살리지 못했다. 숱하게 떠나보냈다.

"제발 이 병을 아아...여보 사랑해. 어서 눈을 감고 저주받은 병을 버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 사랑해 아아....심박을 관찰하고 있던 나의 귓가에 그 소리는 너무 투명하고도 또렷히 들려왔다...나는 알몸으로 날카로운 창 앞에 선 기분이었다..시린 바닥에 널린 깨진 유리조각 위를 구르는 느낌으로 전신이 따가웠다..5분뒤 약속대로 그녀의 불행은 끝났다"(페이지 162)


"성탄절에 불행을 겪고 응급실 문턱을 넘어온 사람 300여명을 보고했다..'담도암 말기, 죽었습니다...머리 맞은 두명, 한명은 망치. 다른 한명은 베이스 기타였고 둘 다 중환자실에서 갔습니다'...응급실 문밖을 나섰다. 전날 내려 쌓인 눈이 사람들의 발길에 뒤섞여 검게 곤죽이 되어 있었다. '아 어제 눈이 내렸구나..성탄절의 하얀 눈...나는 내가 도저히 가질 수도, 알 수도 없는 행복에 관해 생각하며 거리를 걸어나갔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죽음과도 같은 잠을 자고 싶었다."(페이지 313)

언제 쓰나요?

24시간 일하고 나면 다음 날은 쉬니까요. 한숨 자고 일어나 글을 쓰는 거죠.

환자에 대한 기록을 시작한 이유가 뭔가요.

수만 명의 환자, 수백 구의 시신이 저를 거쳐가면서 일이 익숙해졌어요. 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잡혀 있지만 마음이 무뎌지는거죠. 죽음에 대해, 질병에 대해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한두 편씩 기록했습니다.

제일 힘든 순간이 언제인가요?

사람이 죽을 때죠. 죽음 이후도 아니고, 수술 하는 과정도 아닌, 딱 죽는 순간이요.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살리는 일만 하는게 아니라 죽음을 정하는 일이기도 해요. 시계를 보면서 사망선고를 합니다. 보호자들은 제가 사망선고 하는 순간에 비로소 죽음을 인지해요. 사실 30분 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는데 말이죠. 돌아가시는 순간 마다 너무 힘듭니다.

남궁인씨

출처jobsN

‘만약은 없다’ 책 제목은 무슨 의미인가요?

할머니 한 분을 진료한 일이 있어요. 돌아가셨죠.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해요. 수없는 ‘만약’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다른 수술방이 있었다면 같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죠. ‘만약이 없어야겠다’,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환자를 살릴 수 있도록 진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로서 좌우명을 담았습니다.

어떤 보람이 당신을 의사로서 일하게 합니까. 

의사는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알려주는 위치에요. 지금 몸이 어떤지, 증상이 무엇인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말해주는 거죠. 친절하게 진료해 환자가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 목표는요?

환자에게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기록하는 일도 계속할 계획이에요.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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