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0 개발자 "'LG폰은 이상해'라는 말 속상"

조회수 2020. 9. 29.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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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야근하면서 개발..제품에는 후회없어요
소비자가 앱 실행할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느끼게 한다
'V20' 개발하며 야근 각오, 많으면 주 5일도
스트레스는 '발레' 하며 풀어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LG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 부품은 100여개가 들어간다. 기획을 제외한 개발 기간만 6개월이다. 개발자는 수 백명에 달한다. LG전자의 소프트웨어 연구원들은 이런 고급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연구한다. 박나리(27) LG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원을 만나봤다. 

출처: jobsN
박나리 LG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잇따른 발화 사고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한 사이, 애플과 LG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했다. 10월 21일 애플은 아이폰7을, 9월 29일에는 LG전자가 V20을 판매 개시를 알렸다. V20은 특히 고급 사운드 기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 사운드 성능이 고품질 오디오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급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 연구원들이다. V20 개발에 참여한 박나리 LG전자 소프트웨어 개발팀 연구원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에 입사한 4년 차 연구원이다. 

출처: jobsN
LG V20 완전 분해 모습

소비자에겐 '자연스런' 앱 실행…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게 일

박 연구원은 “시나리오를 짜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작동했다가 뒤로 돌아가기 버튼을 눌렀을 때 홈 화면을 보여줄지, 다른 앱 화면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들을 ‘시나리오’라 부른다.

앱을 작동하는 일종의 메커니즘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명품'소리를 듣게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소프트웨어를 개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앱을 내려받고, 설치하고, 사용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고민할 필요도 없죠. 그런 고민을 저희가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비자가 앱을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짜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출처: jobsN
V20을 분해한 모습

LG전자는 지난 4월 V20 개발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9월 말 출시를 예고한 특별팀이었다. 어떤 사양의 장비를 넣을지,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지는 이미 결정이 된 상황.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플래그십 모델을 완성하는 게 과제였다.  

V20을 개발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검증 이벤트가 있을 때 특히 바빠집니다. 여러 앱을 작동해보고 앱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검증 파트에서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우리한테 연락합니다. 이상이 있다거나 개선해야겠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거죠. 그렇게 검증,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수만 개는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했던 것만 200~300개는 될 겁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이런 걸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도요.

기억에 남는 검증 과정이 있나요. 

작은 일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스마트폰을 열고 최근 사용한 앱 목록을 보면 화면이 쭉 뜹니다. 화면의 일부를 볼 수 있어요. 그중에 카메라 화면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비쳤던 마지막 장면이 보이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민망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어요. 이걸 보이지 않도록 확인하는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크게 티는 안 나지만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일이에요.
출처: LG전자
박나리 연구원과, LG전자 스마트폰 V20의 모습.

V20 개발하며 야근 각오, 많으면 주 5일도 

박 연구원은 인하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전체적으로 관리해본 경험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앱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졸업작품도 앱을 만들어 냈다. 지도 위에 사용자가 길을 직접 표시해 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앱이었다. 지금은 앱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앱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검증하는게 주요 업무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출근시간은 오전 8시, 정시 퇴근시간은 오후 5시입니다. 하지만 야근을 하면 밤 10시에 끝날 때도 있습니다. 연구실이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데, 지하철로 출퇴근하면 한 시간 넘게 걸려요. 야근하는 날에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퇴근 버스가 있어서 그걸 이용합니다. V20 개발 프로젝트에 함께하면서 퇴근 버스를 타는 일도 늘었어요.

야근은 얼마나 자주 하나요.

많다, 적다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V20 개발 팀원으로 차출되면서 (야근할) 각오는 했어요. 아무래도 회사 대표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니까요. 일하는 양이 어느 정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을 땐 일주일에 하루, 많으면 주 5일 야근한 날도 있습니다.

V20은 연구원들의 이런 노력으로 나왔다. 후면 광각 카메라 장착, 고음질 스마트폰 사운드 구현 등 고스펙 사양을 자랑한다. 하루 판매대수는 5000~7000여대에 달한다.

출처: LG전자
V20에 대해 설명하는 박나리 연구원 모습

안써보고 V20 비난하는 글 안타까워, 스트레스는 '발레' 하며 풀어

V20 출시로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또 다른 시작입니다. 출시 전까지는 연구원이나 회사 사람들이 알려주는 부분을 검증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검증받아야 하는 일이 남은 거죠. 소비자들이 V20을 사용해보고 어느 부분이 불편하다고 말하면 다시 확인해야하니까요.

아쉬운 점도 있나요. 

V20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V20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보면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써보신 분들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LG (제품은) 안사요’, ‘안써봐도 이상해요’라고 하는 걸 보면 답답하죠.
출처: LG전자
LG전자의 최근 냉장고 광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출퇴근길에 드라마를 다운로드해서 봐요, 집에서 연구소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거든요. 요즘은 케이블방송에서 하는 '혼술남녀'가 재밌더라고요. 그것 말고는 일주일에 두 번 발레를 배우러 갑니다. 배운지 4개월쯤 됐는데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집니다.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체력관리를 위해서 입사 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몸이 아픈 것도 자기 관리를 못 해서 생긴 결과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힘든 일을 하거나, 장시간 작업을 하려 해도 체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수영, 필라테스, 스피닝을 거쳐 발레를 배우고 있다. V20 개발로 미뤘던 여름휴가도 계획 중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화가 정말 빠른 분야라는 걸 계속 생각하셔야 합니다. 올해 나온 신기술이 내년에도 신기술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혼자서라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알고 싶은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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