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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이벤트는 오히려 독
이공계 비율 절반 넘어

2015년 하반기 한국전력공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현장. 한때 비보이를 꿈꿨던 A씨는 면접장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보였다.

하지만 짧은 ‘공연’ 후 고개를 들어 면접관들의 표정을 본 A씨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춤 덕을 톡톡히 봤던 대학 시절 홍보대사 면접 때의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한전에서는 정반대였던 것. A씨는 다음 단계에 올라가지 못했다.

최근 들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기업들도 스펙 초월 채용 등을 시작하면서 면접 때 특이한 복장을 하거나 장기자랑을 하는 지원자가 있다. 하지만 채용 시 단계별 평가요소를 구조화·객관화해 놓았기 때문에 평가요소와 관계없는 행동은 오히려 독이다. (한국전력 인력채용부 김관봉 부장)

면접 때 다른 지원자를 배려하거나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의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평가한다.

채용 계획과 절차

한전은 ‘2016년 제3차 대졸수준 신입사원’ 전형 지원서를 26일 오후 2시까지 받는다. 4(을)직급 5등급(대졸수준)으로 채용 규모는 사무 55명, 송배전12명, 통신 20명, IT 5명 등 201명이다.  

한전은 2016년 정규직 약 1400명, 체험형 청년 인턴 약 500명 등을 선발한다. 지난해 1019명에서 40%가량 늘어난 수치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직무능력검사, 3차 직무 면접과 인성 검사를 거쳐 4차 경영진 면접까지 전형이 이어진다. 서류 전형에서 사무직은 최종 선발인원의 100배수를 선발하고, 송배전은 15배수, 나머지는 20배수를 뽑는다. 직무능력검사에선3~5배수로 압축하고, 직무 면접과 인성 검사에선 1.5~2배수를 뽑아 다음 단계로 넘긴다. 4차 경영진 면접에서 최종 선발인원만큼을 추린다. 경영진 면접을 통과하면 사실상 합격이다. 신체검사와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생긴 극소수만 탈락한다. 

2016년 4월 1일 기준 자산 총액은 208조원으로 삼성(348조원), 현대자동차(210조원)에 이어 국내 그룹 가운데 3위다.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2015년 기준 7876만원, 평균 근속 연수는 18.46년이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3300만원, 고졸 수준은 2900만원이다.

서류 전형

**공단 인턴으로 사무 업무를 경험하면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업무에 활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응용수학을 전공했고, 통계 및 데이터 기술 기초 지식을 쌓았습니다. 또한 수학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며 학생을 항목별 정규분포로 나타내 개개인의 취약점을 알기 쉽게 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자기소개서 A)

개인적으로 필요했다고 느꼈던 사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인 OA 능력을 기르기 위해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획득했습니다. 엑셀 및 엑세스 프로그램을 최고 수준으로 다루는 자격증인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획득해 행정 사무 업무에 필요한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후 사무 행정의 실무를 익히기 위해 *** 공단에서 4개월간 사무 업무를 인턴으로 담당했습니다. 이 4개월 동안 사무 직무에 반드시 필요한 외국어 능력, 사업기획 및 보고서 작성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사무 직무에 대해 OA 능력, 문서 기획 능력, 외국어 능력 등을 전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노력했습니다. (자기소개서 B)

한전 인력채용부에서 ‘최근 3년 이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체계적인 과정이나 절차를 통해 극복한 경험을 쓰라’는 문항에 우수 답변(A)과 좋지 않은 답변(B)으로 꼽은 자소서다. 김관봉 부장은 “자신의 역량과 지원하는 직무를 잘 연결한 자소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목적과 수단의 활용이 없이 단순한 노력만 나열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전은 서류전형 때 외국어 성적과 자격증 가점을 더해 계량 평가를 한다.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시험 성적과 관련 분야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미리 따 놓으면 서류전형에 통과할 확률이 높다. 외국어 성적은 100점 만점,자격증 가점은 사무는 20점, 기술직은 40점이다. 외국어 성적은 토익 기준850점 이상이면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서류 전형 통과 비중이 높아 스펙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자기소개서는 적합·부적합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한때 유행했던 국토 대장정이나 남자 지원자들이 빼놓지 않는 군대 경험 등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나 국토 대장정과 같이 직무와 관련이 적은 도전 경험, 비자발적인 체험인 군대에서의 일화 등은 자소서에 쓰지 않는 게 낫다. (인력채용부 김상진 차장)

필기 전형

2차 필기 전형에선 NCS에서 정한 직업기초능력인 의사소통·수리·문제해결·자원관리·대인관계·정보·기술·조직이해·자기개발능력과 직업윤리를 평가한다. 90분 동안 120문제를 객관식으로 풀어야 한다. 대기업 직무적성검사에서 단골로 나오는 상식·한국사·전공 등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학습·암기 등을 요구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NCS홈페이지(www.ncs.go.kr) 또는 각종 전문기관에서 시행하는 검사 유형을 미리 풀어보는 게 좋다. 2차에선 직무능력검사 점수로 사무와 송배전 분야는 3배수로 추리고, 나머지는 5배수까지 통과한다.

직무 면접과 인성 검사

경영진 면접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3차에선 실무진이 참여하는 직무 면접과 인성 검사를 진행한다. 직무능력면접에선 부장·차장급이 실무능력과 전공지식 등을 물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직무능력검사 점수는 3차에서도 50점 만점으로 반영한다. 인성 검사는 적합·부적합을 가르는 기준으로 쓴다. 사무와 송배전은 면접 참석자의 절반인1.5배수가 통과하고, 나머지는 2배수가 4차 관문에 도달한다. 

‘직류 송전 및 교류 송전 방식에 대해 설명하시오’
‘팀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던 도중,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작은 오류가 있음을 본인만 확인하였습니다. 오류를 수정하게 되면 보고서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변압기에 대해 설명하시오’
‘변압기 병렬 운전 조건’
‘대지전위 상승 이유’
‘전기요금제 문제와 대안’, ‘ESS, 스마트그리드 등 한전의 다각화 전략’

경영진 면접

처장급과 외부인사가 참석하는 경영진 면접은 회사의 인재상과 직무역량 요소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다. 4차에선 경영진 면접 점수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에서는 한전의 인재상과 얼마나 맞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주로 한다.

‘만일 입사한다면 회사에서의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시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좌우명은 무엇인가’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원하는 직무에 배치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전력산업의 중추 공기업인 만큼 면접장 안팎에서 보이는 인성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몇 년 전 공채 때는 면접 당시 부드럽고 사교적인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원자가 면접 직후 전화를 했을 때 짜증을 내면서 받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인력채용부 안철홍 차장)

복장·인사·말투·시선·자세 등이 어설픈 훈련을 받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지원자나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줬을 때에도 힘없이 “할 말이 없습니다”고 말하는 지원자도 합격은 쉽지 않다. 부모님과 함께 면접장에 오는 것도 합격에는 부정적이다.

장동원 실장은 “한전은 인재상에 따라 설계된 전형절차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자기소개, 회사의 기본현황,최근 이슈, 인재상 등 기본적인 사항들도 숙지하지 못한 지원자는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 jobsN 조재희

그래픽 jobsN 안수진 디자이너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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