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60만원 압구정동 떠난 미용사 뉴질랜드에서 성공

조회수 2020. 9. 29. 16: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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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되기까지 월급 제대로 못 받는 한국 미용업계 인재가 떠난다
열악한 국내 근무환경에 지쳐 해외취업
'이제야 행복한 디자이너 됐습니다'

이진아(29)씨는 뉴질랜드 미용사다. 4년제 대학에서 미용 기술을 배워 서울 압구정동 미용실에 취직했지만, 주어진 일은 보조 스텝에 불과했다. 낮은 처우에 절망하다 해외에서 기회를 찾았고, 뉴질랜드에서 맘껏 기술을 뽐내고 있다.

출처: jobsN
이진아씨

하루 11시간 일해 60만원

미용 일은 언제부터 했나요?

인천에 있는 생활과학고등학교 미용과에 입학하면서 부터요. 원래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연예인 신부 화장이 멋있어 보였거든요. 미용과에 진학해 메이크업 뿐 아니라 헤어도 배우면서 헤어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발견했어요. 서경대 미용예술학과에 진학해 4년 간 전문적으로 헤어를 배웠습니다.

해외 취업은 어떻게 결심하셨나요?

대학 졸업 후 2009년부터 서울 압구정동 헤어샵에서 4년간 일했습니다. 우리나라 미용업계는 4-5년 스텝을 해야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공부했건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죠. 파마, 염색, 매직 등 기술을 배우는데 커트를 제일 마지막에 배웁니다. 이 기간엔 하루 11시간 일해도 최저임금 받기가 어려워요. 그동안 공부한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 해외 취업을 결심했습니다.

이씨가 일하던 미용실은 스텝이 5단계로 나뉘었다. 6개월에 한 번 있는 승급 테스트를 통과하면 급수가 올라간다. 열악하다. 최고 등급인 5단계가 돼도 월급이 100만원에 못미친다. 이 씨는 6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유니폼비, 식비, 무전기 비용 등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재능이 있어도 대우받지 못하는 곳을 떠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기로 했다.

출처: jobsN
뉴질랜드에 온 초창기 이진아씨

어떻게 준비했나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를 알아봤습니다. 그 중 뉴질랜드가 안정적인 복지, 따뜻한 기후, 안전한 치안 등 여러 면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였어요. 우연히 아버지가 운전 중 라디오로 'K-MOVE 스쿨' 소식을 접하셨습니다. 뉴질랜드 프로그램이 딱 한 개 있었는데 그게 미용과정이었죠. K-MOVE에 지원하면서 뉴질랜드를 택했습니다.

‘K-MOVE스쿨’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청년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부터 매년 25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다. 미국, 중국,일본, 독일 등 나라별로 취업할만한 직종을 뽑아 언어와 직무 교육을 해준다. 교육지원금 최대 800만원, 취업성공장려금 최대 400만원을 지급한다. 

출처: jobsN
고객의 머리카락을 손질해주는 이진아씨

뉴질랜드 가니 바로 디자이너

K-MOVE스쿨에서 4개월 간 교육을 받으며 주말에는 미용실 알바로 돈을 모았다. 2014년 7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 수도 오클랜드에 갔다.

초반 정착은 어떠셨나요?

출국 전날까지 일하며 모은 400만원을 들고 갔어요. 숙소는 여러 사람이 공동 거주하는 ‘쉐어하우스’를 이용했구요. 가장 힘든 건 언어와 문화였습니다. K-move 스쿨에서 영어를 공부했지만 많이 부족했죠. 현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어 실력을 키우며 문화를 배웠어요.

바로 취업할 수 있었나요?

처음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알아봤어요. 그런데 법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현지 사정을 모르면 월급을 조금 주는 곳도 많았죠. 감사하게 지인 소개를 받아 현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플리커
뉴질랜드 풍경

뉴질랜드의 미용사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많이 자유롭습니다. 한국에선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었는데요. 여기선 마음껏 앉아 쉴 수 있고, 제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있어요. 매니저가 퇴근 시간을 넘겨 지시사항을 얘기하면, 직원이 ‘그만하라’고 말하기 까지 하죠. 문화가 굉장히 수평적이라 일하기 좋습니다. 스텝 단계도 없어요. 미용학교를 나와 미용실에 들어가면 수습 과정을 거쳐 디자이너가 되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스텝이 청소와 보조 업무를 하는데, 여기선 디자이너가 커트, 머리 감기기, 청소 등 일을 다 합니다.
출처: jobsN
뉴질랜드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이진아씨

뉴질랜드 미용 서비스는 받은 만큼 돈을 내는 구조다. 커트에 머리 감고 드라이 받는 가격이 포함된 한국과 달리, 커트 30달러, 머리 감기 7달러, 드라이 5달러 등으로 구분돼 있다.


디자이너 수입도 일한만큼 받아가는 구조다. 많은 단골을 확보해 많이 일할수록 수입이 올라간다. 이씨의 현재 급여는 주급 기준 평균 700달러(한화 56만원 가량) 내외. 매니저가 작성한 근무표에 따라 하루 8시간 일한다. 이씨는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삶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단골 손님을 꽤 확보했어요. 40명 정도 됩니다. 제가 휴가 때 오시면 ‘나중에 오겠다’고 돌아가는 분들이죠. 이런 단골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출처: 이진아씨
취미로 미술을 공부 중인 이진아씨

'행복한 디자이너' 꿈 이뤘다

해외취업이 답이었을까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릅니다. 지방에서 성공한 친구가 있고, 미래를 위해 아직까지 서울의 큰 미용실 생활을 견디는 친구도 있어요. 저는 행복한 헤어 디자이너를 꿈꿨고, 그에 맞는 곳을 찾았어요. 선택은 각자 몫입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싶습니다. 영주권을 따야 하는데, 심사를 통과하려면 영어가 관건이에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영주권을 따면 작더라도 제 미용실을 하나 차리는게 꿈입니다.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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