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N

서울시립대 휴학하고 메이크업 공부
중국·대만·태국에서 K뷰티 강연
남자화장법, 여자화장법 경계 없애고 싶어

화장하는 남자가 있다. 선크림 바르고 눈썹 다듬는 정도가 아니다. 순식간에 트와이스 나연, 태양의 후예 송중기, 다크나이트 조커로 변신한다. 

'레오제이(Leo J)'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정상규(24)씨. 유튜브에 아이돌 화장법부터 영화캐릭터 분장법까지 찍어 올린다. '남자가 알려주는 여자메이크업',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메이크업'. 남녀 구분없이 화장법을 소개해 반응이 좋다. 

수많은 여자 뷰튜버(뷰티와 유튜버의 합성어) 사이에서 돋보이는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트레져헌터'소속으로, 정기 시청자가 8만명에 이른다. 유튜브 인기를 바탕으로 CJ오쇼핑 쇼호스트로 진출했고,  중국 유쿠(Youku) 뷰티 채널에 출연해 K뷰티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휴학 → 뷰티 유튜버 

언제 메이크업에 관심이 생겼나요?

중학교 때요. 남녀공학에 다녔는데, 진한 쌍꺼풀과 마른 몸매 때문에 여자같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어요. 그런데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면서 컴플렉스가 됐어요. 그때
여자애들 화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어요. 눈이 작으면 아이라인을 그리고 여드름이 생기면 컨실러로 가려요. 충격적이었죠.

어떻게 화장을 시작했죠?

엄마 화장대에서 마스카라를 몰래 훔쳤어요. 물에 녹이면 검정 아이 쉐도우 처럼 변해요. 그걸 눈 주변에 바르니 음영이 생기면서 쌍커풀이 연해 보이게 되더라구요. 아이보리 색상 파스텔을 잘게 갈아서 아이쉐도우로 발라 본 적도 있어요. 같은 반 여자 애들이 예쁘다며 방법을 물어봤죠. 이후 계속 제 얼굴 생김새를 관찰하며 이것저것 시도해봤어요.

그때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기로 마음 먹었나요?

메이크업 전공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하지만 남자가 화장하는 걸 반대하셨죠. 다른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허락하시겠다고 했어요.이후 친구들이 왜 서울대를 못갔냐고 물어볼 정도로 공부만 했어요. 전 머리가 나빠서 남들이 한 번 볼 때 열 번은 봐야해요. 결국 서울시립대 철학과에 들어갔어요.

대학생활이 어땠나요

다들 입학하자 마자 스펙 쌓고 취업준비 하더라구요. 고등학생 때는 머리 나빠도 무식하게 열심히 공부 하면 됐어요. 하지만 대학생이 되니 한계가 느껴졌어요. 똑똑한 애들이 넘쳐나더라구요.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 직원, 공무원을 하는건 불가능해 보였어요. 1학년 때 바로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을 배우기로 했어요.

불안하진 않았나요? 

친구들과 공부할 때 더 막막했어요. '이렇게 준비해서 취직을 한다해도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불안했죠. 길을 명확하게 정하니 오히려 편해졌어요.

어떻게 시작했나요

학원 다니며 메이크업샵에 들어가 일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에요. 아티스트 밑에서 보조로 일하죠. 그런데 학교전공이 메이크업과 관련 없다보니 연결점이 없더라구요. 뷰티쇼 스텝이나 중소브랜드 아르바이트를 찾아 일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2년 간 학교와 일을 병행하다 군대에 갔어요.

군대에서 동기들 화장, 휴가때마다 줄서

군대에선 어땠나요

제대가 가까워지면서 여가시간이 늘었어요. 주로 TV를 보거나 수다를 떨죠. 전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곧 메이크업자격증은 국가자격증이 될거다. 자격증 따려면 공부해야한다'고 부대에 말했더니 허락해줬어요. 실제로 얼마전에 국가자격증이 됐죠. (웃음)

어떻게 준비했나요

시간 날 때마다 군 내부 미용실에서 연습했어요. 처음엔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죠. 그런데 한 두명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동기나 선·후임들이 휴가갈 때마다 저를 찾아왔어요. '여자친구 만날거다. 눈썹을 다듬어 달라', '여드름을 가려달라'. 깔끔해보이는 정도로 다듬어 주고 관리방법을 알려줬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구요. 결국 포상휴가도 받았어요.

뿌듯했을 것 같아요

그 때 정확하게 알았어요. '남자는 화장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방법을 모르는 거였어요. 자신의 컴플렉스를 보완하고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한 화장은 모두 좋아한단 사실을 확인했죠.

메이크업은 '나답게 이뻐지는 것'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제대하고도 계속 메이크업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레오 제이'란 이름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죠. 그때 '트레져헌터'에 다니던 아는 형이 저랑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회사에 소개해줬어요. 1년 전 휴학하고 영상 찍는 법을 본격적으로 배워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처음 만들 때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어요. 기획·촬영·편집·자막 모두 혼자 하다보니 오래 걸리더라구요. 지금은 하루에 1~2개 정도 만들어요. 미리 한 달 스케쥴을 짜요. 할로윈데이, 로즈데이, 가을메이크업 등 이벤트에 맞게 기획하죠. 트레져헌터 도움을 받아 지금은 수월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화장법에 대해 질문이 쇄도할거 같아요

하루에도 몇십개 씩 메일이나 쪽지가 와요. 여자들은 유튜브로 소개한 제품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고, 남자들은 자기 피부에 어떤 화장품이 맞는지 기본적인 것을 물어봐요. 모두 답장해줍니다.

수익은 어떻게 내나요?

브랜드 광고 수익이 가장 커요. 유튜브에서 조회수에 따라 들어오는 돈도 있구요. 매거진에 뷰티관련 글을 기고하고 브이라이브(V Live)에서 개인 방송도 해요. 전부 합치면 한 달에 1000만원정도 벌어요. 얼마 전 제가 모은 돈으로 차를 샀어요. 차가 생겼다는 기쁨보다 뿌듯함이 컸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돈까지 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일단 다음 학기에 복학해 학교는 마칠 예정이에요. 당분간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면 힘들겠죠. 메이크업아티스트로선 남자와 여자 메이크업 구분을 없애고 싶어요. 보통 화려한 색조화장을 여자메이크업, 티안나는 화장을 남자메이크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성용' 메이크업이라는 건 사실 없어요. 그냥 남자가 화장을 하는 거죠. 메이크업은 남자든 여자든 '나답게 이뻐 지는 것'이라 생각해요. 경계를 무너뜨리는 메이트업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최슬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